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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ㄱ. 스물 한 살 약관의 나이에 애플을 창업하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을 스티브 잡스는 해냈다. ㄴ. 이제 스물 한 살의 묘령의 나이에 불과한 그녀가 공인회계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
(1ㄱ)에서 쓰인 ‘약관’은 공자가 ≪예기≫ <곡례편(曲禮篇)>에서 남자는 스무 살에 관례(冠禮)를 한다고 한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남자가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상투를 틀고 갓을 쓰게 하는 의례(儀禮)에 해당하는 관례를 치렀다는 것이지요. 다만, 관례를 하긴 하되, 신체가 완전히 성숙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앞에 약하다는 뜻의 한자 ‘弱(약)’을 써서 ‘약관(弱冠)’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묘령(妙齡)’의 뜻은 무엇일까요? 한자어 ‘妙(묘)’의 새김으로 ‘젊다’나 ‘아름답다’라는 뜻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묘령(妙齡)’은 스무 살 안팎의 꽃다운 나이, 곧 ‘방년(芳年)’에 이른 여인의 나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묘령(妙齡)’이나 ‘방년(芳年)’ 또는 ‘방령(芳齡)’은 모두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묘령(妙齡)’이나 ‘방년(芳年)’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류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음이 그러한 예이지요.
⑵ㄱ. 402동 묘령의 여자분이 빈대떡을 하사해 주셨습니다. ㄴ. 오늘 여의도 벚꽃 축제에 놀러온 칸초님과 어떤 묘령의 여인을 만났습니다. ㄷ. 우리 일행의 태항산 트레킹을 안내한 가이드는 방년 27세의 꽃다운 청년이었다. |
맥락으로 미루어 보건대, (2ㄱ, ㄴ)에서 쓰인 ‘묘령’은 스무 살 안팎의 꽃다운 나이가 아니라 나이를 가늠하긴 어렵다는 뜻으로 쓰인 말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오류입니다. (2ㄷ) 또한 27세의, 그것도 여성이 아닌 남성을 두고 쓴 말이라는 점에서 잘못 쓰인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우리의 새내기들에게 ‘약관’과 ‘묘령’의 나이, 곧 스무 살의 의미를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어들이 지닌 원래의 의미를 제대로 새겨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순수한 열정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내기들, 그들에게는 ‘약관’과 ‘묘령’의 나이가 특권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