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가을 나들이 (2)
(남강 강변길 따라 걷기)
진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상어가 곧 촉석루와 의기 논개가 있는 진주성과 유등축제가 열리는 남강일 것이다. 남강도 그러하지만 강이란 참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신화에 의하면 강은 곧 하늘이 내린 물의 은혜라고 한다. 강을 물의 여신으로 여기는 신화도 있다.
강의 여신을 잘 모시려는 연유에서 비롯된 행사가 곧 각처에서 열리는 물의 축제요, 강변축제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문화관 역시 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우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진주에도 남강댐 물문화관이 진양호 공원에 있다.
여인이 한을 품으면 강물이 범람하여 홍수를 일으키고, 한여름에도 물이 얼어 서리를 내리게 한다는 말도
이에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다.
잠시 강과 연관하여 여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물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강변나들이 길에 나섰다.
진주 남강 강변길은 서울 한강변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휴식하는 삶의 힐링 공간이다.
도심을 함께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거니와 도심 사이로 흐르는 강의 양쪽 수변부에 사람과 자전거가 동시에 다닐 수 있는 각각의 전용길이 잘 조성되어 있음이다.
문명의 4대 발상지 또한 강 유역이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강과 물은 뭇 생명의 젖줄이자 안식처이며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진주 도보여행길을 현지에서는 ‘진주 에나길’ 이라고 한다.
‘에나’는 진주 사투리로 ‘참’이라는 뜻으로 진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에나야?”라고 하는 말도 “진짜야?” “참말이야?” 라는 물음말이다.
그렇다면 에나길을 일상으로 오가는 진주 사람들도 ‘에나사람’ 일까? 잠시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지방마다에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내려오는 그 지역 토속 언어가 있기 마련이지만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진주 에나길은 두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두 코스를 모두 합치면 순수거리 만으로도 약 25키로 정도이다.
두 코스 모두가 진주성 근처에서 출발하여 역시 진주성 근처로 돌아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남강을 중심으로 좌우반대쪽 지역을 돌아 나와서 다시 만나는 역사문화 생태탐방로이다.
사실상 하루에 다 걷기에도 벅찬 길이기도 하지만 사색하며 걷는 생각길이 걷기자랑 대회길처럼 쫓기듯 다녀서야 되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 나만의 맞춤식 선택코스를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남강 좌우의 강변길을 따라 갈 수 있는 곳까지 걸으며 그 주변을 돌아보는 나만의 하루 산책 코스로 한정한 것이다. 강물이 흘러내리는 동쪽으로는 남강교를 지나 금산교 까지,
서쪽으로는 진양호 공원까지를 걷다 돌아오는 길이다.
사실상 오늘의 목적 길은 남강 강변길 걷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스를 정한 후에 시작 길인 진주교 다리 아래 강변길로 내려섰다.
해가 떠오르려는 듯 동쪽하늘이 불그스름 물들어 가고 있다.
일출을 함께하기 위해 동쪽 강변길 쪽을 먼저 선택하여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남강의 아침은 참으로 고요하고 맑다. 문득 제주도의 올레길이 광란의 바닷길이자 남자의 길이라면 진주의 에나 강변길은 낭만의 길이자 여인의 길처럼 여겨진다.
갑자기 진주가 이렇게 아름다운 강변도시였던가?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창원에는 도심 속을 흐르는 강변로가 없다.
실개천처럼 흐르는 창원천이 있을 뿐 남강 강변처럼 문화 산책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홀연 진주 사람들은 참으로 복 많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마저 든다.
아침 7시경 강변에 들어서니 이미 아침산책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 수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물안개가 뭉실뭉실 강 수면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물안개 사이로 가끔씩 물비늘이 빗살무늬처럼 반짝거리며 작은 몸짓으로 울렁인다.
물비늘과 어우러져 하늘거리며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자태가 두 손으로 온몸을 감싸고 하늘을 오르려는 여인의 몸짓 같아 보인다.
동트는 아침햇살을 받은 물안개는 더욱 아름다운 몸짓이다. 어쩌면 저리도 고울 수가 있을까? 싶다.
돌연 강 속으로 뛰어들고픈 유혹충동마저 생긴다.
잠시 후 강 오리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이따금씩 날개를 퍼덕이며 물안개를 잡으려고
고요하게 흐르는 수면물살을 흔들며 쫓아다닌다. 나의 마음도 순간 오리가 되어 함께 허우적 거린다.
그런 상상의 날개를 펴며 걷노라니 아침 해가 남강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강변에서 바라보는 일출장면은 참으로 새롭다.
늘상 산이나 바다에서 맞이하던 일출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 어느 지역에서 보는 일출 못지않은 장관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침산책시마다 늘 해오던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먼저 두 손을 모아 온전한 해의 모습으로 떠오를 때까지 해를 바라보며 기지개를 편다.
그리고는 잠시 아침체조를 한다. 허리 돌리기, 목 돌리기, 양팔 돌리기 등이다.
그 어디에서이건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는 것은 이제 나의 일상이자 즐거움이 되었다.
떠오르는 해를 비스듬히 바라보며 다시 강변길을 걷다보니 강수면 까지 솟아올라 허우적거리는 수초사이에서 자맥질을 하며 물오리들이 아침사냥에 분주한 광경이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니 갑자기 나도 시장기가 든다.
한참을 지나다보니 갑자기 그 조용하던 강가에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진양교 교각에서 낙차가 있는 낮은 곳으로 폭포수처럼 강물이 떨어지는 소리다.
여니 강 달리 완만하고 조용히 흐르는 줄만 알았던 남강도 소리 내어 울 줄 아는구나 싶다.
강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많은 변화와 이런저런 마음생각들이 함께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목적지인 금산교에 도달했다. 그리고 역방향인 진양호까지 오늘의 강변 산책을 마치고 진주성으로 돌아왔다.
진주 강변길은 참으로 몇 시간을 걸어도 불편함이 없도록 깨끗하게 조성되어 있다.
그 긴 수변로의 많은 구간이 잔디로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어떤 구역에는 땅을 다져 길을 내고,
어떤 구간은 탄성 포장도로를 조성하여 구간 특색을 살려 놓았다.
사람길은 강 안쪽 사이드로, 자전거길은 도심 쪽으로 열려 있다. 중간중간 체육시설, 문화공간,
어린이 놀이터 등도 잘 조성되어 있다. 개도 사람도 함께 뛰노는 상시 축제공원처럼 여겨진다.
언젠가 다시 찾아와 걷고 싶은 남강 에나길이다.
벌써 해거름녘이 되었다. 이제 이틀간의 진주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갈 때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나 나들이의 즐거움은
역시 돌아갈 곳이 있음에 있지 않을까 싶다.
돌아갈 곳이 없음은 방황의 길이요, 고향 잃은 나그네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2018. 11. 4)
첫댓글 '진주 에나길' 당장 검색해봐야겠네요.
문경새재를 이번 토욜날 걷기로 했습니다.
수능일엔 '진주에나길' 가볼까요?
저도 걷는 건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걷기좋은 코스가 있다면 어디든 갑니다.
회장님. 내년 가을쯤 꼭 산티아고 순례길 같이 가시죠.
진주에나길 1코스(15Km)
진주성 -진주중앙시장 -비봉산 -선학산전망대- 진양교- 남가람 문화거리- 천수교- 진주성
2코스(12Km)
진양교- 새벼리- 석류공원- 연암공대 뒤편- 가좌산- 망진산 봉수대- 천수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