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조대에서 바라본 등대와 동해의 모습. 하조대는 조선의 개국 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이곳을 들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는 ‘하조대(河趙臺)’로 유명하다. 조선의 개국 공신인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잠시 은거했다고 하여 두사람의 성을 따서 붙여진 이름인 하조대는 해안가 기암지대. 솔숲도 울창하고 아름다운 등대도 있다. 정자 위에 앉아 동해의 푸른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광정리는 이처럼 동해안 절경 중 하나인 하조대를 끼고 형성돼 있어 어촌이 정취보단 관광지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250여 가구가 하조대 해수욕장과 소형 항포구 주변에 터를 잡고 어업, 농업, 상업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정겹게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어촌계원이 17명밖에 안되는 등 순수 어업 종사자는 그리 많지 않다.
동해안지역에서 자연산 광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 바로 하조대 앞바다인데도 불구하고 어업 종사자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제대로 된 항구가 없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 양양군의 지원으로 항구를 만들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동력선이 접안할 시설조차 없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광정리 소형 항포구엔 무동력선 3척 정도만 외로이 정박하고 있다. 나머지 4척은 인근에 위치한 양양 기사문항을 빌려 어렵사리 조업을 하고 있다.
“하조대 앞바다 수중엔 모래밭이 잘 발달돼 있어 광어가 무지 많아. 백합조개도 널려 있고. 일반 관광객들이 낚시배를 타고 나가 간단한 채비만 드리워도 가자미 우럭 등이 줄줄 올라오지….”
어장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물고 있던 한 주민은 항구만 빨리 만들어지면 어업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여건만 조성되면 배를 다시 구입해 바다로 나가고 싶어 하는 뱃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어선 조업의 한계를 인식한 어촌계원들은 전복 해삼 멍게 등의 양식에 눈을 돌리고 낚싯배를 운영하는 등 다각적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광정리 김의남 어촌계장이 부실한 항포구 시설을 가리키며 조속한 어학건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또 풍부한 자연산 활어를 싼값에 많이 판매하기 위해 60여평의 회센터도 건립해 운영 중이다. 어촌계원뿐 아니라 이곳 주민 모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로 명승지와 해수욕장, 어업을 연계한 관광 개발이다.
하조대 해수욕장은 한때 동해안 4대 해수욕장 중 하나로 명성을 날렸으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 1990년대 중반부터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려 침체의 길을 걷게 됐다. 이같은 위기감은 주민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주민들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2년전부터 하조대해수욕장을 직접 운영하며 양미리 구워먹기, 활어 맨손잡기, 그물후리기 조개축제 등 다양한 체험행사 프로그램을 마련,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넉넉한 어촌 인심을 전하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주차요금도 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마을기금을 투입, 일출 명소인 하조대 정자와 하조대 등대 사이에 일출 시간을 알 수 있는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김의남 어촌계장(63)은 “항구 조성만 완료되면 수중 다이빙 체험 등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주변에 동해안 관광명소가 산재해 있고 수산물도 풍부한 만큼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하기에 적당한 곳”이라고 말했다.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 하광정리 가는길
영동고속도로를 이용, 강릉을 거쳐 양양 현남 IC를 빠져나와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다 하조대 해수욕장 입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또 서울~홍천~인제~한계령 코스를 이용, 양양시내에 들어온 후 7번 국도를 따라 강릉 주문진 방면으로 남쪽으로 내려오다 하조대 해수욕장쪽으로 진입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