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얘기 4
4. 문자의 두 종류: 소리글자와 그림글자
지금까지 우리말 얘기를 지루하게 했다. 한문 얘기를 한다구 하구서.
한문의 특성을 안다는 것은 한문이 우리 글과 어떻게 다른가를 알아보는 일이다. 그래 비교의 핵심이 되는 우리말 특성을 먼저 살펴보았다. 아니 이 특성은 우리말 뿐만 아니라 언어 일반에 해당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허사얘기이다. 한문특성을 알아보는 데에 있어서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까닭은 곧 밝혀진다.
언어는 존재세계를 가리킨다. 그리고 기호언어인 글자(문자)는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表音 문자이고, 다른 하나는 뜻을 나타내는 표의表意 문자이다.
표음 문자는 소리나는 대로 적는 말하자면 발음기호와 같은 문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훌륭한 표음 문자는 우리글 한글이다. 우리말 사전에는 발음기호가 따로 필요없다.
알파벳 글자가 표음문자라고 하나, 영어처럼 발음기호가 따로 있다는 것은 제대로 된 소리글자가 못된다는 것의 표시이다.
표의 문자는 뜻을 나태내는 문자이다. 말의 뜻은 이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다. 뜻을 나태낸다는 것은 이 대상을 표시하는 것 즉 이 대상을 그리는 것이다. 예컨대 산을 그린 그림 山이라는 한자가 그러하다. 그림을 보면 아 이건 무엇을 그린 것이로구나 하고 그림의 의미를 알 수 있다.
한자는 표의문자요, 뜻글자라 한다. 이 말은 한자가 그림 문자라는 것이요, 그저 그림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나타내는 또 다른 말이 있거니와, 상형象形문자이다.
한자가 상형문자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그래도 그 뜻을 굳이 물으면 일목요연한 답이 어렵다.
象形에서 象은 원래 코키리 상이나 뜻이 바뀌어 모양 상 혹은 모양을 그릴 상이다. 여기서는 그릴 상이다. 形은 모양 상이 기본이다.
따라서 象形은 모양(形)을 그린 것(象) 혹은 모양의 그림이다. 한문의 어순은 목적어가 동사 뒤에 온다. 마치 영어처럼.
그림은 모양의 그림이다. 모양이 없는 것은 그릴 수 없다. 그래서 모양의 그림은 단순히 그냥 그림과 같은 말이다. 따라서 상형의 뜻은 ^그림^이다.
표의문자나 뜻글자나 상형문자라는 말은 다 그림문자라는 뜻이다.
간단히, 한자는 그림글자이다. 그림은 모양을 그린 것이다. 모양이 없는 것은 그릴 수 없고, 따라서 이런 것에 대한 한자도 없다. 이것이 아주 중요한 핵심이다.
여태까지 앞서 얘기한 것은 실사와 허사였다. 사실적 의미기능을 하는 실사는 이세상에 존재하는 것 즉 모양이 있는 것의 글자이다. 그러나 형식기능을 하는 허사는 모양이 없어 그릴 수가 없고 따라서 이런 것의 한자가 생길 수가 없다.
허사는 문장에서 실사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중요한 것인데, 허사의 한자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한문은 실사만 나열한 꼴이다. 이것이 한문의 기본 특성이다. 이래서 한문을 새기기가 어려워진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허사는 모양이 없어 그릴 수 없고 따라서 허사의 한자도 없다. 이것이 한문의 기본 특성이다. 이에 대해 於, 以 따위의 허사가 있지 않느냐 고 반문을 제기할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으로 미룬다.
(20200818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