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독수리에게
결국 5차전에서 무너졌다. 그런데 패배의 아쉬움만큼이나 기대감도 크다.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보다 만년 꼴찌팀인 한화 이글스의 반란을 오래도록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코리안시리즈는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7전 4선승제로 우승이 가려질 판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내가 응원하는 팀이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흔들림이라고는 전혀 없다. 오직 파란 사자만을 위한 마음은 한결같다. 파란색의 야구 피가 흐르는 아들과 딸, 동생과 조카들까지 우리는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다. 시작은 롯데 자이언츠, 해태 타이거즈, 삼미 슈퍼스타즈, MBC 청룡, OB 베어스를 포함하여 6개 구단이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44년의 역사에서 원년의 역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두 팀뿐이다. 그래서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라지거나 새로운 구단이 생기기도 했다. 구단주가 바뀐 예도 있다. 원년의 MBC 청룡은 1990년 LG 트원스로, OB는 1999년 두산 베어스로, 해태는 2001년 기아 타이거즈로 재창단하였다. 1986년 창단한 빙그레 이글스는 1994년에 한화가 인수하였고, 2000년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2021년 SSG 랜더스로 재창단하였다. 2008년에는 키움 히어로즈가, 2011년에는 NC 다이노스가 창단했고 막내로 창단한 KT wiz는 2013년 1월에 창단하였으나 2015년 시즌부터 합류했다. 현재는 모두 10개의 구단이다. 우리에게서 잊힌 구단도 있다. 1991년에 창단한 쌍방울 레이더스는 아홉 시즌을 끝으로, 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는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2007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벌써 44째의 가을야구를 맞이하고 있다. 선수 개인 기록은 KBO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팀의 기록도 검색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상세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에서 2승 3패로 무너지고 나니 솔직히 코리안시리즈의 아쉬움을 달랠 뭔가가 필요하다. 궁금하지 않은가? 코리안시리즈에서 가을야구의 흥분과 열정을 만끽한 구단별 횟수 말이다. 어느 구단이 쌀쌀한 날씨의 가을야구를 몇 번이나 누렸을까.
코리안시리즈 최대 참여 구단은 삼성이다. 19번이나 가을야구에 참가했으나 우승은 8번뿐이다. 11번을 준우승했다면 이 또한 얼마나 속상하고 가슴 아픈 사연을 가졌을지 짐작이 되는가. 그래도 고맙고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시즌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무릎을 꿇더라도 끝까지 파란 삼성 라이온즈의 유니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항상 행운처럼 느낀다. 타이거즈는 해태에서 9번, 기아에서 3번을 우승한다. 준우승의 기록이 전혀 없다. 11번의 기회를 모두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롯데는 5번의 기회에서 2번을 우승했다. 베어스는 OB 시절에 2번 우승과 두산에서 13번의 코리안시리즈에서 4번을 우승하였다. SK 와이번스는 8번의 가을야구에서 4번을 우승하고 SSG로 재창단 된 이후에도 1번 우승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NC 다이노스, KT wiz는 우승 1번, 준우승 1번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나 아직은 멀어 보인다.
올해가 궁금하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가을야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쌍둥이의 우승이 점쳐진다. 청룡의 바통을 이어받은 쌍둥이는 올해까지 7번의 가을야구를 즐기고 있다. 현재로선 우승과 준우승이 각각 3번씩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올해 이기면 7번 중 4번의 우승을 챙기게 된다. 사소해서 놓칠뻔했다. 8시즌을 뛴 청룡의 기록 중에 준우승 1회가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이글스를 응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너무 긴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1986년부터 1993년까지 8년 동안 빙그레는 준우승만 4번을 했다. 1994년에 한화로 이름을 바꾼 우리의 독수리는 26년 전인 1999년에 우승을 했다. 축하할 일이었다. 그리고 2006년 준우승이 가을야구의 끝이었다. 19년 만의 가을야구다. 야구를 즐긴다는 팬들이 외침은 처절하기만 하다. 주황색 우비를 입고 목이 터지라고 응원하는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 왜냐하면 리그 순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들 때문이다. 최근 16년 동안 꼴찌인 10위를 3번, 9위는 4번, 8위는 최다로 5번, 7위 2번, 6위 1번이다. 그나마 3위가 끼어있어 다행스럽다. 뛰지도 못하던 독수리가 올해는 날고 있다.
독수리에게는 져도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다. 사자를 누르고 설레는 가을을 즐기는 독수리를 바라만 봐도 귀여우면서도 대견스럽다. 그러니 응원해 줘야겠다. 전력상으로는 어렵겠지만 기적이라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은 둥글다고 하니까. 어지간하면 꼭 우승하기를 파란 사자의 마음으로 빌어본다.
첫댓글 키움 히어로즈는 가을야구 3번중에 우승은 없다.
쌍방울 레이더스는 9시즌 동안 우승과 준우승 근처는 가본 적이 없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준우승 1번이었지만 바통을 이어받은 현대 유니콘스는 5번의 가을야구 중에서 4번을 우승하는 위업을 남겼다. 하지만 구단은 문을 닫았다.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그래서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