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니아 두러스 -
생각하기 나름
세계여행을 하며 비용 절감을 위해 한 달 살기를 선택한 우리는 주로 현지 부동산을 찾거나 에어비앤비 이용한다. 알바니에서는 현지 부동산을 이용할 경우, 석 달을 기준으로 계약 조건을 말하는 경우가 많아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로 했다. 에어비앤비로 방을 얻을 때, 일반적으로 지도에 나온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 위성 지도와 대조하며 어림잡아 위치와 지역 환경을 머리에 그려 본다.
알바니아의 3월은 비수기라 한산하고 비교적 저렴했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숙소는 긴 해변을 따라 3km나 되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해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카페와 식당은 우리가 한 달을 살며 휴양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커다란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어깨에는 작은 배낭을 메고 두러스 행 공항버스를 탔다. ‘한 시간 남짓 달려왔나?’ 두러스 터미널은 우리나라 시골 터미널 같이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런데 ‘택시는 모두가 다 벤츠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벤츠지만 이런 시골구석 같은 곳에 택시가 벤츠라니 놀라웠다. 숙소까지는 2km 남짓밖에 안 되는 거리였지만 가방이 너무 무거운 탓에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 기사는 미터기를 사용하고 약 10유로(약 16,000원)가 나올 것이라 했다. 터미널까지 오는데 공항버스는 1인당 6유로로 두 명을 계산 했을 때, 12유로가 들었고,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택시비가 10유로라면, 총 22유로가 드는 셈이다. 공항에서 집까지 30유로가 든다했으니 8유로가 절약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계산과 달랐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오는데 15유로를 지불하여 총 27유로를 사용했다. 겨우 3유로를 절약한 셈이다. ‘겨우 3유로를 절약하러 이렇게 고생을 한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공항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올 걸...’ 내 속에서는 불평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택시가 한참을 찾아 헤매다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기다리던 집주인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5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세상에나! 5층이면 우리나라로 6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없이 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올라가야 한다니....’ 다리는 후들거리고 못 올라갈 것 같은 계단을 히말라야를 등정하듯 그렇게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였다. 매일 산책을 위해, 식재료와 물을 사기 위해 오르내려야 하는 숙소라니 한숨이 나왔다.
"숙소를 얻을 때 여기가 5층인 것 몰랐어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남편을 향해 쏘아붙였다.
"어쩌겠어? 에어비앤비에는 숙소가 몇 층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없는지 정보가 없는걸"
남편은 소처럼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난감한 듯 내게 대답을 했다.
‘절약을 위해 버스를 탔지만 고작 3유로를 아끼고, 한 달을 살아야 하는 숙소는 엘리베이터도 없이 5층을 오르내려야 하다니!’ 나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 하며 작은 일까지도 트집을 잡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3유로를 아낀 것보다 더 큰 유익은 ‘버스를 타고 두러스 터미널로 갔기에 터미널과 그 주변의 번화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5층이나 되는 숙소를 엘리베이터 없이 오르내리며 종아리 근육을 키우고 혈당 조절이 가능해지며 건강해지지 않겠는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5층,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환상이었다.
고속도로를 찾아 달리며 잘 닦여진 길에서 빠르게 속력을 내어 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가로수 사이 오솔길을 걸으며 발끝에 돌멩이에 부딪쳐보는 것도 괜찮다. 언덕을 오르고 내리며 바람결을 느끼고, 꽃도 보며 걸어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때로는 바다의 거친 폭풍이 밀려와도 그로인해 바다 속이 정화가 되듯이, 우리의 삶이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나의 모든 삶을 주께서 예비하고 계심을 믿는다. 그러기에 그 때 그 순간,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나쁨이어도 마침내 좋음이 되고, 주님이 나와 함께 동행 하시기에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도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효율성과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내가 꼼꼼하게 계획한다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길목에서, 내 앞에 닥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여행이 힘든 시간일수도 행복한 시간일 수도 있다. 여행이 마음대로 안 되고 불평이 밀려와도 생각하기 나름 같다. 생각하기에 따라 불평이 될 수도, 감사가 될 수도... 순간의 불편함을, 순간의 효율을 뒤로하면 결과적으로 그 모든 순간이 추억이고 기쁨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