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의 새로운 장르 , 디카시
-그 미답의 지평과 정체성
3. 영상문화의 새 얼굴, 디카시의 지위
우리나라에서 형식적 특성과 내용적 수준이 두루 납득되는 본격적인 인터넷 문학이나 하이퍼텍스트 문학은 아직 좀 더 시간적 거리를 두고 기다려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러는 동안에 앞으로 컴퓨터 매체를 이용한 혁신적인 장르의 출현이나 그것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 도출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디카시란 새로운 문학 장르가 바로 그 증빙의 하나가 된다 하겠다. 물론 유사한 다른 문학 및 문화 장르의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이 분야의 기술을 산업화하는 데 있어 세계적 강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환경적 조건을 염두에 두면, 이는 그다지 무리한 추론도 아닌 셈이다.
이와 관련된 문학 또는 문화적 이론은 1990년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대부분은 외국 이론을 소개하거나 정리하는 저서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작품의 생산에 있어서도 아직까지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 사이버 상의 글쓰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 뿐, 그것의 양식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장점을 적극적으로 발양하여 창작 환경과 작품 자체가 조화롭게 악수하도록 하는 창작 행위는 요원한 형편에 있다.
그러기에 인터넷 또는 그 관련 문학의 시대적 성격을 탐색하고 이 문학 및 문화가 갖는 세계관을 구명함으로써, 21세기의 새로운 장르 이해와 그 진로를 추적하는 연구가 하나의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 영역의 문학 및 문화가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문학예술의 대중적 수용과 상품화라는 명제에 대해서도, 언필칭 문화산업과 전자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은 예술 창작자 자신의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일정한 교환가치의 체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방향으로 인식의 진폭을 확대했으면 한다.
이는 그저 상업주의 문학이나 문화산업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자는 뜻이 아니라,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이 어려워진 시대에 부박한 예술풍조에 대한 비판을 앞세우기 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의미다. 다시 말해 동시대 또는 사회사적 변화의 논리를 체계화하며 그 시대적 성격을 창의적으로 반영하는 바람직한 작품의 산출을 도모해 보자는 제안인 것이다. 어떤 예술가 또는 문학 창작자도 자신이 뿌리내리고 있는 생태적 문화환경을 벗어날 수 없으며, 그 토양을 바탕으로 예술 창작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지금까지 살펴본 인터넷 문학의 문학사적, 그리고 시대사적 의미에 비추어 보면, 디카시는 인터넷 시대요 영상 시대인 오늘날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담보하는 유용한 문학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디카시가 동시대 문화의 전방위를 점유하는 시운동 기능을 갖는다는 데 멈추지 않는다. 사진과 시의 결합을 통해 표현 대상에 대한 관찰자로서의 감응력은 물론, 그 표현 방식 자체가 당대 문화의 창작 방법론에 대한 일정한 재해석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를 활용한 혁신적 장르의 출현이라는 명제에도 여실히 부합할 수 있다 하겠으니, 고성의 디카시 페스티벌'에 거는 기대가 만만치 않은 연유다.
김종회교수의 디카시 강론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 중에서
2024. 9. 17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