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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동아 사이언스 2010년 11월호
http://www.dongascience.com/Ds/contents.asp?mode=view&article_no=20101028154917
배다해와 장재인의 노래 비법이 궁금해 I 글I 김윤미 기자 ymkim@donga.com
'천상의 목소리' 배다해는 어떻게 그렇게 높은 음을 낼 수 있을까. 말할 때는 어수룩하기만 하던 장재인이 노래할 땐 카리스마 넘치는 가수로 변신하는 비결은 뭘까. 목소리를 한층 더 맛깔스럽게 만드는 발성과 창법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 여름과 가을,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은 두 여인이 있다. 바로 KBS '남자의 자격' 솔로이스트 배다해와 엠넷 '수퍼스타 K2' 의 싱어송라이터 장재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해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배다해는 '천상의 목소리' 란 극찬을 받을 정도로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일품이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이끈 박칼린 음악감독은 방송에서 "다해의 장점은 목소리 자체의 예쁜음색" 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녀의 고운 목소리는 노래할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성악과 출신답게 고음도 척척 소화해 낸다.
배다해와 달리 장재인은 평소 말할 때 목소리가 영 힘이 없다. 입술을 오물거리며 어수룩하게 말하는 것이 정말 그녀가 수만 명의 팬을 확보한 가수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 하지만 노래할 때의 에너지만큼은 가히 폭발적이다. 혀를 살짝 안으로 말아 넣는다거나, 일을 크게 벌리는 버릇이 그녀의 노래를 더욱 강렬하고 마니아틱하게 바꿔놓는다. 창법이 노래를 부르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똑같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배다해와 장재인이지만 그들의 노래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목소리를 한층 맛깔스럽게 만드는 창법에 있다. 이들의 노래 비법을 알아보자. |
배다해는 '바닐라루시'라는 그룹의 멤버로 대중가요를 하고 있지만, 합창단에서는 성악발성으로 노래했다. 그녀의 고운 목소리는 성악 발성의 도움이 매우 컷을 터. 성악과 교수이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음성언어의학 연구를 하고 있는 남도현 교수를 찾아 그녀의 창법에 대해 물었다. 흔히 성악은 머리를 울리는 두성으로 노래한다는데, 그녀도 이를 활용하는 게 아닐까.
"많이들 잘못 알고 있는데, 흉성, 두성, 가성은 창법이 아니에요. 소리를 내는 발성법들 중의 하나죠. 정확히 말하면 같은 후두조건으로 노래할 때 목소리의 변화없이, 같은 음색으로 낼 수 있는 구역이라고 해 '성구'라고 부릅니다."
남 교수는 "보통 저음이나 중저음에서는 흉성, 고음에서는 두성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고 설명했다. 흉성은 성대를 두껍게 진동시킬 때 나는 소리다. 성대는 후두의 한복판에 수평으로 한쌍의 주름 형태로 위치하고 있다. 양손을 성대라고 생각해 보자. 새끼 손가락에서부터 엄지 손가락까지 파도를 타듯 손바닥을 맞닿는 형태가 흉성일 때 성대가 진동하는 모습이다. 흉성은 성대가 닿는 면적이 넓어 진동범위가 크고 배음이 풍부해 소리가 강하다. 이때 공명현상이 가슴으로 전해진다고 해서 '흉성'이라고 부른다.
반면 두성구는 성대의 윗근육만 진동한다. 진동하는 모습이 엄지와 검지로만 박수를 치는 것처럼 빠르고 얇다. 이는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성대를 이루는 근육들이 얇고 길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운동범위가 좁아 배음이 적고 소리가 약하다. 공명된 소리가 입천장과 머리쪽으로 전달되는 느낌을 갖게 돼 두성이라 부른다.
남 교수는 "성악에서는 이 성구들을 잘 활용해 넓은 음역을, 음질의 변화없이 부드럽게 부르는 것이 제1의 목표"라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생소리'로 노래를 하다가 일정한 음높이에 올라가면 악을 쓰거나 목소리가 갈라지며 음색이 급격히 가성으로 바뀌는 경우는 흉성의 소리로 고음을 내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성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피치브레이크(pitch break)'라고 한다. 피치브레이크는 남녀 구분없이 300~500Hz 사이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여성은 남성보다 한 옥타브 정도 높게 발성하므로 피치브레이크 현상은 저음부에서 중음부로 올라갈 때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편이다.
남 교수는 "만일 흉성으로 고음을 올라가려고 하면 강한 호흡으로 큰 소리를 내야하기 때문에 성대가 쉽게 피로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저음부터 두성으로만 내면 고음으로 올라갈 때 부담이 적을 순 있어도 음색이나 음의 강도가 떨어진다. 즉 풍부한 음질을 만들고 다양한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려면 음의 높이에 따라 적절하게 성구를 배치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성악가들은 혀의 뒷부분과 후두를 내려 호흡압력과 공기량을 증가시키고 공명을 늘려 다른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한 성구에서 다른 성구로 옮겨가도록 연습한다. 이런 방법을 이태리어로 '빠사죠(passaggio)', 즉 성구 변환이라고 부른다.
공연장을 울리는 제3의소리, 성악가의 음형대
성악가들은 특별한 마이크 장치가 없어도 수십명의 오케스트라가 내는 연주를 뚫고 관객석 끝까지 목소리를 전달한다. 연주회장에서 크게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평균 소리강도는 90~100dB이다. 이는 인간의 평균 목소리를 훨씬 뛰어 넘는다. 큰 소리에 묻혀 작은 소리가 들리지않는 마스킹효과(masking effect)가 성악가에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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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적으로 봤을 때 배다해와 남자의 자격에서 라이벌로 주목받은 선우의 실력은 어떨까. 남 교수는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발성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배다해는 성구전환은 잘 이뤄지지만 실용음악을 해서 그런지 공명을 많이 없애 소리가 작고, 성대를 꽉 붙이지 않아 비브라토가 많이 없어졌다"고 남 교수는 말했다. 선우에 대해서는 "조음점을 뒤로 빼 더 '성악'처럼 들리고 고음에서 성량이 좋은 건 좋은 데, 내지르다 보니 소리가 예쁘질 않다"며 "아마 뮤지컬에 사용하는 발성법을 익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요는 긴 호흡과 정확한 발음으로 애절하게 불러야
성악의 감동이 성악가의 아름다운 목소리에서 느껴진다면 대중가요의 감동은 부르는 이의 감정이 전해질 때 이뤄진다. '수퍼스타K2' 참가자들의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한 모래공장의 김민석 원장은 "가수가 얼마나 애절하게 부르는가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감동의 크기는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발성은 호흡으로 마신 숨을 뱉을 때, 어떻게 성대와 정확한 울림통을 지나 나오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발성이 잘 되면 노래할 때 넓은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대중가수에게 필수는 아니다. 김원장은 "장재인이나 김지수 같은 친구들만 해도 자신의 목소리 톤이나 스타일을 유지하고 싶어 해 발성연습을 따로 시키지 않았다"며 "발성은 노래를 부르다가 고음을 더 잘 내고 싶다거나 넓은 음역대를 부르고 싶을 때 공부해도 늦지 않다" 고 말했다.
물론 소리가 나는 음역대 자체가 낮은 사람도 있다. 슈퍼스타 K2가 배출한 또 다른 스타인 존박은 음역대가 낮다. 같은 3옥타브를 올라간다고 해도 남들보다 낮은 도를 기준으로 옥타브를 형성하는 식이다. 반대로 또 다른 참가자인 박보람은 저음이 나지 않는다. 이는 성대의 길이와 관련이 있다.성대가 짧을수록 빠르게 진동해 고음이 잘 난다. 존박은 성대가 길고 박보람은 성대가 짧다.
대중가요에서는 성구의 변환도 자유롭다. 성악에선 저음이든, 고음이든 균질한 음질로 불러야한다. 하지만 대중가요에서는 필요에 따라 목소리 톤을 바꾸기도 하고 성대가 붙지 않는 가성이나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성악에서는 성대에 무리를 가게 하는 발성이라고 해서 금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말이다.
대중가요를 잘 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까. 김원장은 크게 발음과 호흡 두 가지를 강조했다. "수강생들에게 '말하듯이 노래하라'는 주문을 자주 합니다. 발음이 부정확하면 호흡이 새는 느낌이 들어 노래를 잘 할 수 없죠. 특히 자음 발음이 정확해야 해요. 평소 발음이 좋은 아나운서들이 노래를 잘 하는 편이죠." 장재인도 노래할 때는 입을 크게 벌리고 조음점을 앞에 둬 정확하게 발음한다.
두번째는 복식호흡이다. '뱃심으로 노래한다'라는 말은 복식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김원장은 "노래는 팽창, 지탱, 저항의 3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일단 숨을 들이켜 폐를 늘리는 것이 팽창의 과정이다. 지탱은 마신 숨을 천천히, 길게 뱉어내는 것이다. 복식으로 숨을 쉬면 횡경막이 내려가면서 복부의 내장을 아래로 밀어내고 늑골이 옆으로 벌어지면서 배가 나온다. 이때 음압에 의해 폐로 공기가 들어오는데, 횡경막이 1cm정도 내려갈 때 350ml 정도의 공기가 들어온다. 심호흡을 하면 7~8cm 이상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심호흡으로 많은 공기가 들어오면 많이 마신 만큼 밖으로 나가려는 힘이 커진다. 이때 복식호흡을 하면 상복부의 힘으로 나가는 숨을 조절할 수 있다. 천천히 공기를 빼면서 긴 숨으로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흉식호흡을 하면 늑골을 위로 올려 숨이 들어오기 때문에 지탱하지 못하고 한번에 푹 빠진다. 잠수부나 해녀들이 복식호흡으로 잠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흉식으로 들이마신 숨을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뱉어내는 것 보다 복식호흡으로 마신 숨을 오랫동안 천천히 길게 내뱉어야 물속에서 더 오랫동안 견딜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항은 성대를 움직여 호흡이 빠지는 것을 막는 과정이다. 마치 주사기의 입구를 손으로 막고 피스톤을 누르면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성대는 호흡이 나오는 구멍을 효울적으로 여닫으면서 공기의 양을 조절하고 진동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팁에 대해 김원장은 "우선 가수의 숨소리 하나까지도 집중해서 들어볼 것, 가사를 외워 불러볼 것, 그리고 노래를 '놀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고 재밌게 부를 것"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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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 교수의 설명 하일라이트 -
*** 성악 과 팝의 차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