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강진순
목욕탕 건물 3층에 있는 우리 집
늘 따뜻하고 눅눅한 것이
딱 마음에 들어.
주인아주머니는
나만 보면 비명을 지르지만
절대로 걸레나 화장지를 들이대지는 않아 좋고.
주인아저씨는
주로 깜깜한 밤에만 들어오기 때문에
내 모습 들킬 일 거의 없어 좋지.
대학생과 고등학생 두 딸은
나를 발견할 때마다 바퀴 박멸 업체를 부르자고 야단이지만
공부하느라 바빠 돌아서면 나의 존재는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고.
그런데 딱 한 사람
이 집 막내인 아들 녀석이 가장 문제야,
우리 가족들만 보면 긴 대롱이 달린 살충제를 들이대거든.
심지어는 침대나 장롱 밑까지 들이밀고 뿌려대니
죽을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신사, 숙녀 바퀴 여러분!
이 초등학생 아들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 집에서 내쫓을 좋은 방법 없을까요?
첫댓글 바퀴벌레의 마음을 잘표현 하셨네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