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장의 칭찬 스티커
오늘은 H읍에 있는 H아동센터에서 한자를 가르치는 날이다.
아동센터에는 우찬이라는 개구쟁이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우찬이는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왔다.
“선생님, 저 오늘 칭찬 스티커 스무 장 되는 날이에요!”
아이의 두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나는 아이들이 칭찬 스티커를 열 장씩 모을 때마다 작은 선물을 준다. 한자 노트에 또박또박 쓰기 연습을 한 아이에게만 주어지는 조그마한 선물이다. 어른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물건일지 모르지만, 우찬이는 스티커가 스무 장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쓰기 연습을 마치면 한자 룰렛 게임을 한다. 룰렛을 돌려 멈춘 자리에 나온 한자를 맞히면 칭찬 스티커 한 장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룰렛에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꽝’도 있다.
“아, 꽝이다!”
꽝이 나오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쉬운 일을 만난 것처럼 비명을 지른다. 그러다가도 친구가 한자를 맞히면 함께 박수를 치고, 자기 차례가 다가오면 다시 눈을 초롱초롱 빛낸다.
평소에는 공부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던 아이들도 룰렛 앞에만 앉으면 표정이 달라진다. 룰렛이 돌아갈 때마다 교실에는 웃음과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운 한자를 읽고, 뜻을 생각하며 정답을 찾아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공부가 힘겨운 숙제로만 남지 않고, 아이들의 웃음 속으로 살며시 들어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수업을 마친 뒤, 마침내 칭찬 스티커 스무 장을 모은 우찬이에게 약속한 선물을 건넸다. 선물을 받아 든 아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작은 선물 하나가 저토록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니, 오히려 내가 더 큰 선물을 받은 듯했다.
아동센터를 나서려는데 센터장 선생님께서 수고했다며 요구르트 맛 쭈쭈바 하나를 손에 쥐여 주셨다. 나는 시원한 쭈쭈바를 입에 물고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돌아섰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오래도록 따라왔다.
무더위에 축 늘어졌던 몸과 마음이 어느새 가벼워졌다. 시원한 쭈쭈바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찬이의 반짝이던 눈빛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위에 지친 내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 준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러 갔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워 온다. 작은 것에도 마음껏 기뻐하는 법, 노력한 만큼 얻는 보람, 함께 웃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아이들은 말없이 가르쳐 준다.
오늘도 감사드린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들 곁에서 무언가를 가르치고, 함께 웃으며 작은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힘과 능력을 주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스무 장의 칭찬 스티커를 기다리던 우찬이처럼, 나도 벌써 다음 수업 날을 기다린다.
2026 년 8월 3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