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필드가 선생이다

<A name="[문서의 처음]"></A> "필드가 선생이다"   4월 11일(금)~12일(토)은 무주 안성면 두문리 마을답사를 다녀왔다. 이 답사는 지난 1월 중국 강서성의 도교 유적지 답사를 함께 다녀 온 분들과 만나서 오래간만의 회포를 풀고, 다음 날 마을답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11일 저녁에 무주자연 휴양림에 숙소를 정하고 밤 늦게 까지 담소를 나누었다.  그 날밤 첫잔의 술을 송화섭교수가 가져온 복분자술로 시작하였다. 그 술맛은 고창에서만 맛볼수 있는 진한 복분자술인데, 처가가 고창인 송교수가 특별 주문생산하여 가져온 술이었다. 그 술맛은 초저녁을 기분좋게 흥분시키는 술이었다.     송교수가 요즘 제철인 쭈꾸미와 돼지 삼겹살, 조껍데기 술, 진안의 인삼 등을 가지고 와서, 이것을 한꺼번에 상추에 싸서 먹고 마시니 맛이 일품이었다.  도교 명산 중의 하나로 마고산이 있는데, 그 산에 가보니, 마고가 영지버섯으로 술을 담아 서왕모에게 받치는 그림이 있었다. 하산 후 그 동네 식당에 가니 영지로 담은 ‘마고주’가 있어서 식사 후 몇 병을 사서 식사 시마다 맛있게 마시고 다녔는데, 송교수가 그 한 병을 남겨서 이 날 가지고 왔다. 중국 현지에서는 그 맛있던 것이 이 날은 맛이 별로로 느껴진다. 아마 음식이 중국과 달리 기름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중국 답사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다음 날 두문리 마을조사 및 우리를 안내해 주기 위하여, 광주대에 출강하는 황금희박사가 참석하였다. 나도 이 날 처음 소개를 받았다.  황박사는 산동대에서 산동성 세시풍속연구로 석사학위와 북경사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소장학자였다. 그러잖아도 작년 12월 산동지역 답사를 다녀 온 후, 산동박물관에서 본 기원전 2,500년에서 4,000년 전의 용산문화와 대문구문화의 유물이 한반도 출토품과 거의 똑 같아 산동과 한국과의 문화교류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참이었는데 산동문화 전문가를 만나서 반가웠다.  이렇게 곳곳에 중국지역의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과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 학문의 높은 저력을 보여 주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의 주요한 문화자산인 것이다. 다만 평가해 주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 어렵게 연구한 연구성과와 才媛들을 국가가 제대로 활용하고 안정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연구 발전시킬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갖춰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중국답사를 참가하지 않았으나 참여한 또 다른 분으로 전북대에서 전북의 씻김굿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 대학에 출강하는 이영금박사가 참석했다. 이 분은 학습무로써 당굿을 직접하는 무당이라고 한다. 무당에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데 신이 내려 무당이 되는 강신무와 어머니의 대를 잇는 세습무, 그리고 무당의 제의 행위를 학습하여 행하는 학습무로 크게 나뉜다,     무속은 우리나라 고유의 토착문화의 하나이기에 종교차원이 아니고, 문화적 차원에서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일예를 들어 변산의 수성당이라든가 위도의 띠뱃놀이는 전통시대에 서해안의 풍어를 기원해 주는 어업에 종사하는 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중요한 공동체적 굿당이었는데, 축제의 한 모습으로 이 당굿을 재현하려고 해도 이 제의를 주재할 전수자로서의 무당이 없어서 재현을 하기 어렵고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밤 11시경에 목포대의 이윤선교수가 도착했다. 밀린 원고를 쓰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한다. 얼굴이 그 전보다 여위여 보여 물어 보니, 얼마 전에 21일 단식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단식에 대한 궁금한 점들을 주고받았다. 나도 단식이 좋다는 얘기는 들어서 한번 해 보고는 싶으나 겁이 나서 엄두에 안났는데, 애기를 들으니 요즈음 단식은 무조건 물만 마시고 하는 것이 아니고, 몸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효모를 적당량 먹어 가면서 하면 힘은 들지만 견딜만 하다고 한다. 특히 단식을 통해 체중 감량 및 장 안의 숙변을 제거 해 주는 등 건강에 좋은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과 자기 자신을 자각할 수 있어서 정신적 측면에 좋다고 한다.    이교수님은 진도출신으로 남도국악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중국 답사 시 우리 전통문화강좌에 오셔서 남도 소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한 터라 6월 2째 주 즈음에 오셔 달라고 다시 청탁을 하였다.  중국 답사 시 장시간 차량 이동을 할 때 지루함을 덜기 위해 이교수가 진도아리랑을 선창하며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는데, 남도소리의 구성진 묘미를 피상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들께서는 이 분의 특강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이교수가 진도의 특산인 ‘홍주’를 몇 병가지고 와서 마셨다. 원래 홍주는 60도로 독하기로 유명하여 마시기가 주저되는데, 가지고 온 것은 40%로 순하게 만든 것이어서 마시기가 적당하였다. 홍주는 보리 찹쌀 밀가루 흑미 등으로 담는데 찹쌀로 담은 것이 상품이라고 한다. 그 다음이 흑미로 담근 것인데, 우리가 마신 것이 흑미로 만든 것이었다. 나도 와인을 2병 가지고 갔는데 마고술 조껍데기술 홍주 등에 밀려 인기가 없었다. 1병이 다음 날 남아 억지로 해장술로 떼웠다.  홍주 2병이 다음날 남아서 내가 여러분들에게 맛을 보이고자 달라고 요청하여 가지고 왔다. 다음 주 강화도 답사 시 자신 있는 분들은 점심을 드실 때 맛을 보시기 바랍니다. 음주 후 일어나는 행위는 제가 책임이 없음을 밝힙니다.  다음 날 아침 송교수님이 전주에서 콩나물 국밥으로 유명한 ‘왱이집’에서 콩나물국밥 재료들과 갓김치까지 가지고 와서 맛있게 해장을 하였다. 참 송교수님의 부인이 담아 준 김치도 일품이었다. 왱이라는 상호명은 식당주인의 시댁 조상 선산의 지명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조상덕’을 크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그 조상들이 남에게 적선을 많이 한지도 모르겠다. 몇 년전 이 집에 가보았는데 주차장은 관광버스로 가득하고 주인은 돈을 돈통에 담기도 바빠하는 것을 목격했다.  "부러워하지 말고 우리 모두 후손을 위해 積善을 합시다!"  후식으로 아주대에 출강하는 김미숙선생께서 인스턴트 원두커피 블루마운틴을 가지고 왔다. 나는 커피를 즐기지 않는데, 며칠전 학부 제자가 경영하는 전문 커피샆에 초대받아 갔더니, 이 블루마운틴이 2월에 나오는데 그 때는 한잔에 2만원을 한다는 애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얼른 한 잔 받아 마셨다. 맛이 은은하고 설탕을 안넣으니 아메리칸 커피같고 입에 맞았다. 앞으로는 이것을 즐겨야겠다. 커피는 몸에 좋다는 설과 나쁘다는 설이 다 있어서 어느 설이 맞는 줄 모르겠으나, 적극적으로 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냥 있으면 편하게 마셔야겠다.  식사 후 답사장소인 무주군 안성면 斗文마을로 향했다. 문화재연구소의 의뢰로 송교수와 함께 이 마을의 세시풍속을 조사하고 있는 황금희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마을은 조선시대부터 과거급제자가 많이 있고, 글을 되로 배우면 말로 써 먹는다는데서 이 마을 지명이 유래한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가 보니 대한전선이라는 기업이 이 마을 토지를 헐값에 사들여 기업도시로 만들고 골프장을 지을려고 해서 마을 주민들이 가건물로 초소를 동네입구에 세우고 외부인 출입을 검문하고 있었다. 동네에 들어 가서도 곳곳에서 만나는 주민들마다 왜 사진을 찍냐고 의심스런 눈초리로 확인을 하였다. 이런 시골 산골마을에서도 사람에 대해 의심을 하는 하는 현실이 되었다.  사실 답사지역을 이 마을로 택한 것은 내 전공이 향약이라는 것을 잘 아는 송교수가 이 마을에서 조선시대에 미풍양속이라는 향약을 시행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고종 10년에 이 마을에서 향약을 시행하고 일제시기까지 이어져 왔다고 한다.  그리고 향약을 시행한 장소로 ‘두남재’라는 독립된 건물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향약을 시행한 공간이 현재까지 존재하는 것으로는 남원에 만복사지 옆에 있는 ‘대방향약소’가 거의 유일한데 이 곳에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건물을 관리하는 성대호라는 분이 출타중이어서 건물 밖 사진만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마을 세시풍속으로는 음력 7월15일 백중날에 ‘落火놀이’을 한다고 한다. 전통시대에 추수전 잠깐 농한기간의 농경의례중의 하나이다. 이 때 와서 다시 조사하기로 하였다.  이 마을은 반남 박씨와 달성 성씨가 살던 동족마을로 각 성씨의 재각이 별도로 남아 있다. 그 규모로 조선시대의 班村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제는 마을이 사라지는 현실이 된 것이다. 흙벽돌로 집을 짓고, 겉의 외벽은 황토를 사용한 농가가 폐가가 되어 4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고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두문마을을 뒤로 하고 무주읍 산의실마을 입구의 솟대를 답사하였다. 흔히 충남과 호남은 마을 수호신으로 장승과 솟대를 함께 모시기도 하고, 각각 모시기도 하는데 이 마을은 솟대만을 주신으로 모시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 모양은 강원도 강릉 초당동 진또백이 솟대와 외형상 유사하게 보인다. 왜 솟대만을 모시는가의 유래는 마을안에 들어가 조사를 하여야 하나, 토요일이라 일찍 귀경하여야 하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아무리 바빠도 “금강산이 식후경이라”고 무주의 별미를 놓칠수는 없다. 무주군청 근처에 ‘금강식당’(전화:362-0979)에 들어 갔다. 4인용 테이블이 7개 규모인 조그만 식당인데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무주에 가면 모든 식당 메뉴에 ‘어죽’이 꼭 들어간다. 이 집 어죽의 맛이 일품이다. 이 어죽을 안 먹고 갔으면 큰일 날뻔했다. 금강에서 잡히는 쏘가리 빠가사리 메기를 고아서 만든 것인데 뼈를 걸러내서 먹기가 편하다. 여기에 옛날 집집마다 몰래 담가 먹었다는 ‘모리미진땡이술’을 곁들이니 세상이 내 것인 기분이다.    내 고향인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 가면 천선식당이 있는데 이 집의 '뚜거리탕'과 여기의 어죽의 맛이 비슷하다. 나는 사실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은 거기에 사는 친지나 친구들 보다는 이 뚜거리탕을 먹고 싶어서이다. 이 남대천에 사는 뚜거리는 미꾸라지 보다는 조금 크고, 턱밑에 작은 구멍이 있는데 이 부분이 빨대의 기능을 하여서 수초들을 먹으면서 자란다. 고향의 맛을 여기서 보아서인지, 무주가 마치 내가 오래 살은 고향같이 느껴진다.  어느 친구가 말하기를 3천원에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것으로는 공중목욕탕이 최고라도 하던데, 5천원짜리 어죽에 5천원짜리 동동주를 먹고 마시니, 세상에 더 원하는 것이 필요없는 기분이다. 이것이 소시민의 행복이다.  안타깝게 이수자학장님께서는 체하셔서 이 맛을 못 보셨다. 삼가...  또 이번에 불참한 대구대 행정학과의 전영평교수님은 이 좋은 기회를 놓치셨다. 나만 따라 다니면 후회할 일이 없다고 내가 그렇게 일렀는데도. ㅊㅊㅊ...  다음 번 부터는 데려 가 달라고 애걸복걸 하기 전에는 안 불러 줄 것임.  김미숙교수님의 성균관대 한문교육학과에 재학하는 따님도 수업 때문에 빠졌는데, 앞으로 답사에 참여할지 어떨지는 알아서 판단하기 바람.  답사를 함께 가면 숙대에 출강하시는 강영경교수님이 항상 탈이 나시곤 하는데 이번에는 무사귀환하시게 되어 다행이다. 강교수님은 분위기를 누님같은 마음으로 항상 포근하게 만들어 주신다.  이번에 내가 데리고 간 대학원 제자 한미라 신혜숙도 아마 좋은 경험과 공부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역사학 공부는 무조건 현장답사에서 시작된다. 특히 향촌사회사 연구는.  이번 답사를 기획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주신 송화섭교수님과 함께 한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매영지 파이팅! 2008년 4월 13일 연구실에서 추신 : 오매영지는 1월 중국 답사시 마고가 손에 영지를 들고 있는 것에 연유한 것으로 당          시 정한 답사단의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