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강사 28. 하루는 8만원 - 졸업장과 실력
“하루는 얼마입니까?”
“하루 일당이 얼마냐고요?”
“아니, 하루를 돈으로 치면 얼마에 해당하느냐고요”
1초의 가치가 1원이라고 치면 1분은 60원, 1시간은 3600원, 하루는 8만 6400원이 된다. 1분을 10원으로 계산하면 1시간은 600원, 하루는 1만 4400원이다. 물론 각자에 따라서 시간의 가치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1초에 1원의 가치를 가진 사람의 24시간은 8만원에 해당한다.
누가 한 이야기인지는 잊었지만, ‘흔들리는 나무에는 새가 앉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원래 뜻은 모르겠으나, 한번 일을 추진하면 계속해야지, 중도에 자꾸만 바꾸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과도 상통한다. 초심이 자주 바뀌면 같이 일하는 사람도 정성껏 도와줄 수가 없다. 곧 바뀔지도 모르는 일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목표를 정해서 열심히 추진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목표가 바뀐다면, 아니 목표가 없어진다면….
업무를 추진할 때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비전과 목표는 정말 중요하다. 처음 결정한 마음인 ‘초심’이 흔들리면 안 된다. 초심이 흔들거려 시간을 낭비하면 그 시간만큼 돈을 손해 본다.
곧 계원디자인 예술대학으로 학교명을 변경할 계원조형 예술대학은 학과에 따라서 2년 만에 졸업하거나 3년 만에 졸업을 하는 예술전문대학이다. 4년제 대학에 떨어졌거나, 예술대학에 오고 싶어서 전문대에 원서를 내고 입학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이 다닌다.
합격하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디라도 붙으면 열심히 다니겠다던 그 마음은 어디로 가고 ‘내 실력은 더 좋은 대학도 합격할 수 있었는데’라고 손해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네 명의 여학생이 각기 생각이 다르다.
가군 대학, 나군 대학 등 몇 군데 대학에서 전부 떨어지자 갑순이는 “하느님, 부처님, 아무 대학이라도 붙게만 해주세요. 합격만 되면 교회도 열심히 가고 절에도 열심히 가겠습니다”라고 절실하게 기도를 했다. 계원대에 합격하자 감사히 생각하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
을순이는 계원대에 합격하자 얼른 등록금을 내고 입학하였다. 한 달 다니다보니 4년에 합격한 친구들이 부럽다. 뚱보강사에게 상담을 받고, 2년제라도 일단 다녀서 졸업하고 4년제 대학의 3학년에 편입하기로 결심하였다.
병순이는 한 달 다니다보니 학과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 학교를 그만두고 재수 준비를 하려니 또 공부하는 것이 지겹다. 다른 학과로 전과하는 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2학기 마치고 다른 학과로 전과를 하려고 한다.
정순이는 한두 달 다니다보니 적성에 맞지도 않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교수들이 내주는 과제가 너무 많은 것 같고, 4년제 합격한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부모에게 말도 안 하고 계원을 자퇴하고 재수학원에 등록하였다.
병순이나 정순이와 달리, 갑순이와 을순이가 계원대에서만 14년간 근무한 뚱보강사에게 상담을 하러 왔다.
“일단 계원대를 2년간 다녀서 졸업을 해라. 그리고 집안 사정이 가능하다면 지방 4년제라도 편입을 해서 3,4학년 과정을 마치고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받아라.”
실력이 학력보다 우선이라고 얘기들은 하지만, 막상 사원을 뽑을 때는 학력을 우선하는 게 현실이다.
“큰 출판사의 사원모집 광고의 예를 들면, ‘미술부나 디자인부 지원자는 4년제 대학 졸업자에 한함’이라는 제한 조건이 붙는다. 아무리 디자인 실력이 좋아도 2년제 대학 졸업자는 원서도 낼 수 없는 것이다.”
계원대에서 2년 동안 디자인 실력을 쌓았지만 영세한 출판사나 영세한 디자인회사 같은 곳에만 지원서를 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일단 조그만 회사라도 취업을 하고 경력을 쌓으면서 방송통신대학에 편입하여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는 것이 좋다.
갑순이와 을순이는 실력이 있고, 경력이 있고, 4년제 방송통신대학 졸업장이 있으니 회사에서 월급이 오를 때나 진급할 때 2년제 대학 졸업생에 비해서 손해 볼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