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 있는 자전거여행
“와, 여름이다!” 이 말은 바다에도 어울리지만 자전거에도 적격이다. 멀리 혹은 장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으니까. 상상해 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큰 나무 아래에 작은 텐트를 치고 시냇물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 냉커피나 차가운 맥주를 천천히 마신다. 캠핑과 함께 하는 자전거여행은 이처럼 자유롭고 낭만적이다. 자, 이제 상상을 실천으로 옮겨보자
여행은 자전거가 가진 최고의 미덕 중 하나다. 전문 여행가 중에도 자전거여행을 최고의 여행으로 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적당한 속도, 사람들과 만나기 좋은 친근한 정서, 땀의 보상을 만끽하는 강력한 성취감, 배낭여행보다 더 좋은 경제성 등등….
당일로도 떠날 수 있지만 여행의 맛은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 맞는 저녁 시간의 여수, 하룻밤의 낭만에 있다. 호텔, 모텔, 민박도 나쁘지 않겠지만 대자연 속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자전거는 캠핑이 가장 어울린다. 자전거와 캠핑 장비의 경량화로 부담도 적다.
그렇지 않아도 자전거 캠핑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자전거에 패니어(자전거용 짐 가방)를 부착하고 훌쩍 떠나는 라이더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개중에는 트레일러까지 연결한 이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커다란 트레일러나 패니어를 장착하고 달리는 라이더를 보면 무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어디로 갈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 궁금증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준비가 제대로 된 자전거 캠핑족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자전거에 의식주를 담는다
그렇다면 패니어와 트레일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사실 자전거 캠퍼라고 해서 크게 다른 준비물을 지니고 다니지는 않는다. 일반 캠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더 부피가 작고 경량화 된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 자전거 관련 장비가 추가되는 정도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지만, 자전거 캠퍼는 집을 자전거에 이고 다니는 셈이다. 갈아입을 옷과 식량, 그리고 텐트와 침낭 등 의식주를 자전거에 모두 담는 것이다.
자전거 캠핑을 떠날 때 거리와 목적, 취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짐의 무게는 적게는 10~20㎏에서 많게는 80㎏에 달하기도 한다. 기이한 것은, 이 말도 안 되는 무게를 패니어에 분산시켜 수납할 수 있고, 자전거는 이를 지탱해내며, 또 사람은 몇 배나 무거워진 자전거를 큰 무리 없이 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투어링바이크
짐이란 아무리 줄여도 한계가 있다. 자전거 캠핑에는 그에 걸맞는 자전거가 필요하다. 장거리와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있는 강하면서도 가벼운 프레임에 주행성과 편안한 승차감을 두루 갖춘 휠과 타이어, 패니어를 달기 좋은 편의성까지. 투어링바이크는 많은 기능을 갖춘 팔방미인이다
핸들바는 드롭바와 멀티바를 많이 사용한다.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해 장거리 라이딩에 쉽게 지치지 않는다. 림 역시 다른 자전거와 비교해 더 많은 스포크 홀이 있어 자전거와 짐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킨다.
비포장이나 빗길을 대비해 펜더가 달려있으며, 바엔드 시프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유지와 보수가 간편해서 고장이 나도 대처하기 쉽기 때문이다.
투어링바이크는 지오메트리 측면에서 일반 자전거와 구분되는 특징이 하나 있다. 프레임 뒷삼각이 같은 사이즈의 일반 자전거에 비해 더 넓은 것이다. 이는 뒤쪽에 달린 패니어로 인해 페달링에 방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체인스테이를 길게 만들어 패니어의 간섭을 최소화한다.
전조등과 후미등은 필수다. 라이트는 꼭 투어링바이크가 아니라도 갖춰야 하지만 다양한 길을 달려야하는 투어링바이크는 더욱 더 라이트를 필수로 지참해야 한다. 라이트는 꼭 야간에만 이용한다는 편견은 버리자. 자동차의 경우 주간에 라이트를 켜면 사고발생률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 교통안전공단의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 엔지니어링협회의 실험결과, 주간에 라이트를 켤 경우 주변 운전자의 주의력과 식별력이 두 배 이상 상승하고 사고율은 1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로 북유럽 일부 국가는 하루 종일 라이트를 켜는 것을 의무화한 곳도 있다. 결론적으로 밤이든 낮이든 라이트는 켜는 만큼 안전해지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가 다니는 일반도로를 주행할 때 더욱 요긴하다. 다만 주간에도 라이트를 켤 경우 배터리 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에 여분의 배터리나 충전기를 준비할 필요는 있다.
- ▲ 1 투어링바이크는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한 드롭바나 멀티바를 달아 장거리 라이딩으로 인한 피로 누적을 줄여준다 2 라이트를 켜면 야간은 물론 주간에도 사고를 줄일 수 있다 3 무거운 짐을 실어도 든든히 버틸 수 있도록 킥 스탠드는 2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4 유지와 보수가 편한 바엔드 시프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5 서부의 카우보이가 말안장에 장착한 가방에서 유래한 패니어는 랙을 통해 자전거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많은 짐을 실어도 직접 짐을 이는 것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1박 이상의 캠핑을 떠날 경우, 숙박은 최대의 난제로 떠오른다. 이론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아무 곳에서나 캠핑을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아무 곳에서 자는 것은 불편하고 또 난감한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화장실과 샤워장이 갖춰진 곳이 좋은데, 그렇다면 잘 조성된 캠핑장만이 해결책일까
- ▲ 그림으로 보는 텐트 설치. 참 쉽죠?
보통 자전거 캠핑의 경우 대형 텐트보다는 1~2인용, 2~3인용의 작은 텐트를 이용해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 좋다. 텐트 치는 법은 제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큰 줄기는 비슷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다.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의 매니저인 ‘개굴아재’ 정오진 씨는 타프(그늘막)만 치고 침낭을 이용하는 비박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벌레가 침낭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장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어서 캠핑 마니아 중에는 이 방법을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개중에는 밤하늘의 별과 조우하기 위해 타프마저도 치지 않는 이들도 있단다.
- ▲ 텐트는 자전거 캠핑의 가장 큰 짐이지만 무게 이상의 안락함을 선사해 줄 것이다
4대강 주변 캠핑장
4대강에는 자전거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4대강 곳곳에 위치한 캠핑장을 이용하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4대강 이용도우미 홈페이지(www.riverguide.go.kr)에 접속하면 원하는 지역의 캠핑장 정보는 물론 예약도 가능하다.
구분 캠핑장 주소 전화번호 비용
한강 양촌지구 이포보오토캠핑장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당남리 309-6 031-881-6384 무료
한강 아라뱃길 두리생태공원 캠핑장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 28-1 010-3284-0426 유료
한강 당남지구 이포보웰빙캠핑장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491-6 031-883-6384 무료
한강 섬강두꺼비캠핑장 강원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준비중 무료
금강 세종2지구 합강공원 캠핑장 세종시 연동면 태산로 329(합강리 390-2) 044-862-5985 유료
금강 방우8지구 인삼골 캠핑장 충남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041-752-1210 유료
금강 청남지구 청양 동강리 오토캠핑장 충남 청양군 청남면 천내리 207-1 041-940-2706 유료
영산강 승촌지구 승촌보 캠핑장 광주 남구 승촌보길 90(승촌동)/ 승촌보 일원 062-603-5346 061-333-9638(안내소) 무료
낙동강 밀양지구 미르피아 오토캠핑장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1046-2 055-391-1368 유료
낙동강 함안지구 강나루 오토캠핑장 경남 함안군 칠서면 이룡리 998 055-586-2510 유료
낙동강 생림지구 생림 오토 캠핑장 경남 김해시 생림면 마사리 1322-6 055-338-9925 유료
국내최대 자전거여행 카페,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 매니저
‘개굴아재’ 정오진 씨
자전거 캠핑 전문가 정오진 씨는 자신의 이름보다 네이버 최대 자전거여행 카페인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의 매니저 ‘개굴아재’라는 닉네임이 더 유명하다. 정오진 씨의 투어링바이크와 평소 그가 즐겨 갖고 다니는 준비물을 살짝 엿본다
“필요하다싶은 건 다 챙기는 편이라 짐이 좀 많은데…”라며 멋쩍은 듯이 웃는 정오진(55) 씨는 캠핑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70년대부터 캠핑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06년부터 자전거여행을 즐기기 시작한 그는 보다 직접적으로 자연을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11년 자전거 캠핑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 달에 2번 이상 격주로 캠핑을 떠나는 자전거 캠핑 마니아가 됐다.
도로에서 자신 없으면 그 사람은 초보자
“패니어를 앞에만 달면 조향이 어려워져요. 반대로 뒤에만 달면 밑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면서 앞바퀴가 살짝 들리고 조향은 가벼워집니다. 전체적으로 앞뒤 균형을 잘 맞춰 무게를 잘 분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수십㎏의 짐도 거뜬히 옮길 수 있어요. 사실 초보자와 베테랑의 구분은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아무리 자전거를 잘 타도 도로에서 제대로 타지 못하면 그 사람은 초보예요.”
그는 초보자가 연습 없이 바로 자전거 여행을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그 역시 카페에서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초보자들을 위해 매년 3~4월 경 초보자를 위한 미시령 여행을 진행한다고 한다. 용문에서 출발, 인제에 도착해 하루 머문 뒤 미시령을 오르는 코스로, 도로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자전거 여행의 즐거움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캠핑 파트너, 트렉 520
그의 라이딩 파트너는 2012년식 트렉 520이다. 전문 투어링바이크 트렉 520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높은 인기를 구가한 모델이지만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어 2011년 이후 아시아권에서는 판매가 되지 않는 모델. 520의 이름은 최초 버전이 레이놀즈의 크롬몰리 520 소재를 사용한데서 기인했다는 설이 정설로 통용된다.
정오진 씨는 2012년 2월, 미국에 살던 후배를 통해 트렉 520을 들여왔다. 일반적인 투어링 자전거에 사용되는 700C(혹은 26인치) 36홀 휠을 사용한다.
4개의 패니어, 2개의 가방, 1개의 트레일러
“패니어는 원래 서부시대 말을 탄 카우보이들이 말안장 양쪽으로 단 가방에서 유래했어요. 그 이후로 오토바이에 붙은 가방도 패니어, 자전거 가방도 패니어가 됐죠.”
정오진 씨가 상세한 설명과 함께 자신의 패니어와 가방, 트레일러의 짐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었다. 의식주 문제를 최소한의 무게와 부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그가 준비한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 ▲ 정오진 씨의 자전거에 부착된 각종 도구들. 차례로 패니어 4개, 물통 3개, 가방과 핸드폰, GPS, 속도계 2개와 시계, 초음파 개 퇴치기, MP3 플레이어와 스피커, 자물쇠, 쌍안경, 정비도구, 트레일러
- ▲ 패니어와 가방, 트레일러 안에 들어있는 캠핑 용품들. 식자재부터 조리도구, 구급약, 카메라, 텐트, 침낭 등 수십 종의 캠핑 도구를 들고 다닌다. 너무 많은 캠핑 도구 때문에 어디에 무엇을 넣었는지 미리 표를 만들어 다닐 정도
자전거, 여행, 그리고 사람
정오진 씨에게 멋진 자전거 캠핑 코스를 물으니 DMZ 라인을 추천해준다. DMZ 민간인 통제선에 가장 가까운 길로 달리는 코스로 고성, 간성, 원통, 서화, 평화댐, 화천, 철원, 연천, 파주를 잇는 380㎞의 장거리 코스. 3일 이상으로 나눠 타야 부담이 덜하다. 특히 원통-철원 구간은 교통량이 적어 공기가 비교적 깨끗하고 주변 경관도 빼어나 자연을 즐기기 아주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전거 여행을 구성하는 자전거와 여행, 사람 이 세 요소로 캠핑 성향을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중시하는 사람은 속도를 우선시하고 대회에 많이 나가며 특별히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여행을 중시하는 사람은 장거리보다는 대중교통과의 연계(점프)를 통해 여행지를 자전거로 두루 둘러보는 여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중시하는 사람은 당일 여행보다 1박 이상의 여행을 계획해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데 매번 코스도, 만나는 사람도 달라지기 때문에 주고받는 이야기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독자 여러분은 과연 어떤 성향일까? 성향의 구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캠핑을 통해 얻는 장점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일 것이다.
글 이동복 기자
사진 임성수 팀장, 이동복 기자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