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숨바꼭질을 멈추자
<숨바꼭질> (앤서니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7)
숨바꼭질_이현주.hwp
연일 각종 매스컴에서 미투운동(2017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게 된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 관련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이것이 여성의 문제로 국한된 것일까? 그래서 남과 여로 대립각을 세워야할까? 아니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의 문제로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나는 그림책 <숨바꼭질>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누가 술래이고 누가 숨었으며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림책에서 갖는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세밀하면서도 이색적인 그림은 작가가 3년간 병원에서 의학전문 화가로 일한 경험과 15년간 갤러리에서 연하장을 디자인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고릴라>, <미술관에 간 윌리>, <거울 속으로>, <돼지책>, <터널> 등 다수가 있다.
이제 <숨바꼭질>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강아지 골디가 사라진 후 우울해진 누나 파피와 동생 사이는 숨바꼭질을 한다. 파피가 술래다. 파피가 숫자를 세는 동안 사이는 누나가 절대로 찾지 못할 곳에 숨는다. 파피는 늘 쉽게 찾았던 사이를 찾지 못해 초조해진다. 시간이 흐르자 사이도 처음 생각과는 달리 빨리 파피가 찾아주길 바라게 된다. 숲 속은 스산하고 곧 날은 어두워질 텐데......
간결한 텍스트와 세밀한 그림 속 긴장되어 가는 파피와 사이의 표정, 숲 속의 음침한 기운은 책장을 넘기는 손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사이가 나와서 “나 여기 있어.”라고 하면 안 될까 안타깝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피해자이면서 꽁꽁 숨었던 사람들이 “나 여기 있다”고 외치고 있다. 우리가 잃은 것은 인간 존엄에 대한 경외감이다. 누구나 존중받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1차적인 신체에서마저 받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프고, 그래서 지금의 미투 운동이 반갑다. 우리 사회가 새로워지고 더욱 좋아질 것을 기대하므로.
저자 앤서니 브라운은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 다시 처음 장을 열 수 밖에 없는 재미있는 선물을 준비해 놓고 있다. 마치 제목처럼 파피와 사이의 숨바꼭질 후 독자와의 숨바꼭질을 시작하는 것처럼. 모든 창작물도 그렇지만 저작물들은 독자와 만날 때 완성된다. 독자의 이야기와 만나 많은 다른 이야기가 파생된다. 이 책 <숨바꼭질>을 읽을 여러분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로 완성될지 궁금해진다. 모든 연령층에서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