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람에게 필요한 우모복은 일상의 것과 분명 다르다. 도시의 찬바람을 뚫고 걸어 다닐 때 입는 다운 파커류와 달리 산에서 우모복을 입고 계속 운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산이나 극지원정이 아닌 이상 국내 산에서는 오히려 걸음을 멈추고 오랫동안 쉴 때 배낭 속에서 꺼내 입은 우모복이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산행으로 데워진 몸의 열기와 땀이 식어 한기가 들 때. 듬직하면서도 가벼운 우모복 한 벌이 있다면 움츠린 어깨를 활짝 펼치게 만들 터. 우모의 뛰어난 보온력은 새들이 깃털 사이사이 열의 이동을 차단하는 ‘움직이지 않는 공기층’을 만드는 다운(down)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우모복은 가능한 이러한 공기층을 많이 만들 수 있게 잘 부풀어 오르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우모의 복원력이 우모복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이다.
침낭과 마찬가지로 작은 공처럼 단단하게 뭉쳐 배낭 속에 넣었다가 꺼냈을 때 얼마나 잘 부풀어 오르는가가 등산용 우모복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모복의 겉감은 다운의 팽창과 수축을 방해하지 않도록 부드러워야 한다. 우모복에 사용하는 다운은 오리나 거위의 가슴에서 자란 심이 없는 부드러운 솜털(down cluster)을 최상품으로 꼽는데, 대부분은 심이 있는 깃털(down feather)과 섞어서 만든다. 따라서 우모복의 솜털과 깃털의 함량 비율이 품질과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또한 다운 중에서도 오리보다는 거위가, 또 거위 중에서는 회색 거위의 다운을 최상품으로 손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