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절친 부부가 직접 경험 한 것에 대하여 나에게 전 해 준 사연이다.
20년 5월 어느 금요일 아내는 새벽 5시에 남편을 출근 시킨 후 잠이 오지 않아 뉴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 밖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났다. ‘이 새벽에 밖에서 울 아기가 없는데~’ 라고 생각하며 더 듣고 있자니 그 울음소리는 아기가 우는게 아니라 고양이가 우는 소리였다.
그로부터 2~3시간이 흐른 후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관광 대형 버스를 운전하는 남편이 장소에 도착 후 세차를 하기 위하여 버스를 향해 호스를 대고 물 뿌리고 있는데 무슨 시커먼 물체가 버스 후면 아래에서 "야옹" 하면서 툭 떨어졌다.
떨어진 물체는 다름 아닌 갓 태어난 고양이 새끼였다.
남편이 '고양이 새끼인데 버려야 되지 않겠냐?'면서 의견을 묻고자 아내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아내는 그 때 무슨 생각에서 그러했는지 모르겠으나 '버리면 안 된다.'면서 박스에 담아 와서 고양이 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아마도 새벽에 울부짖던 고양이의 그 울음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던것 같다고 하였다.
아내에게 그 말을 듣게 된 남편은 박스를 구하여 그 안에 새끼 고양이를 넣어 두었다.
그리고 그 날 밤 남편은 밤 10시 넘어 퇴근을 하였고 고양이 새끼가 들어 있는 박스를 쓰레기통 옆에 두었다.
잠시 후 어디에선가 흰 고양이가 나타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박스 안에 있는 새끼 고양이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것을 지켜보던 남편이 흰 고양이가 새끼를 물어갈 수 있도록 박스를 옮겨 두었더니 어디에선가 검정고양이가 나타나 새끼 고양이를 물고 갔다고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생명.
숭고하고 감동적인 애착의 본질...
모성애와 부성애."
잠시 후 친구는 이야기를 마저 내게 하여 주었다.
새끼 고양이를 어디론가 물고 갔던 검정고양이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 다음 남편이 집에 들어갈 때 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의 새끼를 안전하게 데리고 와 준 것이 고마워 나름 감사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 아내가 새벽에 들었다던 고양이의 예사롭지 않은 울음소리는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의 처절한 통곡이었다.
나는 고양이 부모가 새벽 5시부터 밤 10시 넘어서까지 잃어버린 새끼 찾아 울부짖으며 헤매고 다녔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왔다.
그러다 늦은 밤 대형 버스가 도착하고 자신의 새끼 고양이가 안전하게 돌아 온 것을 알게 된 후 고마운 마음에 남편이 집에 돌아갈 때 까지 그 자리를 지켰으리라.
자신의 새끼를 사랑하는 그 마음 부창부수가 따로 없다
이렇듯 동물도 자신의 새끼를 애지중지 키우는데 하물며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아동 학대 사건을 심심찮게 접하고 있다.
“울음소리가 짜증난다.”라는 이유로 20개월 의붓딸을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때려 숨지게 한 사례.
10살짜리 조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어 ‘물고문’을 하는 등 심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이모와 이모부 사례.
분유를 토한다는 이유로 생후 2주 아들을 내던진 20대 부부 사례.
잠을 안 잔다며 생후 29일 된 딸을 반지 낀 손으로 때린 20대 친부 사례.
양부모의 오랜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등 아동 학대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우리를 슬프게 하였다.
우리는 고양이 사례에서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새끼에 대한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모성애(母性愛)와 부성애(父性愛)를 보았다.
자신의 새끼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보살피려는 부모로서의 본능적인 사랑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적어도 동물보다는 더 나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은 나의 편협한 사고일까?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가도 부모로서
갖는 본래의 책임은 자녀들의 <안전과 생존>인데 정말 통탄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