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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6월도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네요. 이제 본격적인 여름의 한 가운데로 진입하는지 햇살이 점차 따가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무진 기행의 날입니다. 안개 속으로...
장ㅇㅇ 샘,ㅇㅇ희자 샘, 민ㅇㅇ 샘, 백ㅇㅇ 샘, 저는 스자보의 짙은 안개... 그리고 해피 동아리 활동을 겸해 안젤라 샘도 후반에 합류하셔서 바다 풍경을 그리셨습니다.
양수리의 새벽 안개를 그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신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오늘 이 짙은 안개 표현은 그런 소망에 힘을 실어주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얼룩이 지는 스테이닝 물감(회색과 갈색)으로 풍경을 그립니다. 먼 산은 옅은 회색, 가까운 산과 나무는 갈색으로 조금 짙게 그립니다. 그리고 물 그림자도 옅게 색을 섞어서 표현합니다.
확실히 마르고 난 후, 지금부터 안개를 입히기 시작합니다.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물을 바르고 물감을 입히는 건지 마른 채로 붓 질을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는데 물을 입히니 풍경들이 번져버려서 마른 종이 위에 물감을 듬뿍 묻혀서 과감하게 쓱쓱 입히기로 했습니다,. 노란색, 푸른색, 그리고 드디어 티타늄 화이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대단한 활약을 합니다. 이 세가지 색을 과감하게 배치하여 그리는데 걸쭉한 커피 크림 정도의 물감 스프를 쓰면 마르면서 옅어진다 하셨지만 마른 후의 결과를 알지 못하는 우리들은 너무 진해서 처음 그린 풍경이 안 보일까봐 물을 입혀 지워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드라이기 바람을 쐬는 즉시 안개가 옅어지면서 풍경이 너무 진하게 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른 후에 다시 또 열심히 티타늄 화이트를 입혔습니다. 이 물감도 다른 모든 수채 물감들과 마찬가지로 마르면 연해지더군요.
그리고 휴지로 닦아내서 태양을 표현합니다,
다 미른 후에 전경의 물풀들을 표현합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물풀도 물에 반사되는 풀, 아닌 풀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서 풀의 모습들이 뭔가 엉거주춤 표현되어 버렸습니다.
이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주의할 점은, 스테이닝 물감으로 그리는 풍경은 조금 더 옅게... 그리고 안개는 과감하게 걸쭉한 농도의 물감으로 짙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안개를 그리면서 정훈희의 '안개'가 빠질 수 없죠. 영화 '헤어질 결심' 덕에 다시 주목 받은 이 노래... 연속 재생으로 들으면서 목청 높여 따라 부르고... 기분을 좀 냈습니다. ㅎㅎ
다 그린 후 함께 보니 어떤 그림은 물 안개가 짙게 피어나는 양수리 같고, 어떤 그림은 해변의 새벽 어스름 같고, 어떤 그림은 달빛 밝은 밤 풍경 같고...
이 기법을 조금만 응용하면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겠구나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물감의 배치와 붓질을 조금만 달리해도 여러가지 무드를 표현할 수 있는 유용한 기법이라고 뿌듯해 하며 스터디를 마쳤습니다. 못 다 그린 옆 장의 다른 그림은 다음 시간까지 숙제.
다음 시간에는 해변의 모래사장 표현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청소로 시작해서 청소로 마무리 하고...
오늘도 역시 빨리, 많이 먹어둬야 하는 안타까운 우리의 해산물, 낙지를 영접했습니다.
안개의 서정에 취해 짧은 시 한편 옮기면서 이만 총총.
안개가 짙은들
나태주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깊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