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는 반인반수(半人半獸)가 많이 나온다.
그 반인반수 중 켄타우로스는 상반신이 사람이고 하반신은 말의 형상
을 하고 있다.
왜 하필 말일까?
그것은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는 사람도 말처럼 잘 달렸으면 하는 욕망
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속의 괴물 켄타우로스는 그런 배경으로 만들어
졌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뛰고 싶어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어린아이
들이 너른 백사장이나 잔디밭을 보면 시키지 않아도 신나게 뛰어다니
며 즐거워하는 것이나, 누구나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저절로 뛰는 자
세로 전환이 되는 것 등은 인간의 핏속에 ‘달리기 본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긴 그 옛날 수렵시대의 인간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선 숲 속을
뛰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달리는 것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으니까.
마라톤은 선진국형 스포츠
그러나 인간의 삶 양식이 수렵에서 농경, 그리고 산업사회로 변화하면
서 인간은 시나브로 달리기 본능을 잃어버렸다.
달리기 본능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튼튼한 두 다리의 기능을 상실했다
는 것을 의미한다. 좌식 생활과 자동차 문화로 우리의 다리는 점점 무
력화돼 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 마라톤 붐이 일면서 퇴보됐던 그 능력이 조금씩
되찾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문가들은 마라톤을 즐기는 인구의 증가를 경제적 지표와 연결해 말
하길 좋아한다.
후진국에서는 전문 선수 외에는 달리는 사람이 없지만 1인당 국민총생
산(GNP)이 7000달러가 넘으면 뛰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해서 1만 달러
가 되면 급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선진국형 스포츠라고들
말한다.
우리나라도 4~5년전부터 마라톤 붐이 일기 시작해서 현재는 30만명 정
도가 건강을 위한 스포츠로 마라톤을 선호한다. 아시아에서 마라톤 인
구가 가장 많은 것은 역시 일본.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우리가 인구층
이 두껍다.
첨단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원시적인 스포츠인 마라톤에 빠져
드는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운동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제일 먼저 쇠
퇴하는 하체부분과 뼈가 약해져 발생하는 골다공증을 막을 수 있고,
백혈구 증가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과 비만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 걱정에서도 벗어나는 기쁨을 준다.
그리고 뇌의 노화방지와 스트레스해소, 우울증 치료 등 소프트웨어적
인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엔돌핀이 발생해 기분전환은 물론 상쾌하고
기분좋은 상태 ‘런너스 하이’에도 빠져들 수가 있다. 그러나 마라톤
의 가장 큰 매력은 정직한 운동이라는 점이다. 요령을 피울 수 없는
운동, 목표가 있는 운동, 끝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운동. 그래서
사람들은 마라톤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말한다.
무심천의 추억만들기
가을은 마라톤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익어가는 가을 풍경속에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맛이 한결 청량하기 때
문이다.
내일은 청주시내를 관통하는 무심천 둑길에서 2회 무심천 마라톤대회
가 열린다.
무심천(無心川)이라는 시정(詩情)넘치는 이름 때문에 청주시민이 아니
더라도 한번쯤 가슴에 그리움을 품는 정감 넘치는 시내. 어린 시절 물
장구 치고 송사리 잡으며 놀던 추억의 냇가, 그 길을 가족과 친구와
직장 동료들이 가슴을 열고 달리게 되는 것이다.
무심천마라톤은 전문선수를 위한 대회가 아니라 마라톤 환경을 가꿔나
가기 위한 풀뿌리 마라톤대회이다. 그래서 참가종목도 10㎞와 5㎞의
미니코스로 한정해 아마추어선수들이 부담없이 뛸 수 있도록 마련했
다. 아직 달리기 맛을 느껴보지 못한 초보자들도 계절좋은 이런때 한
번 달려보면 아름다운 무심천에서의 추억을 만들 수 있으리라.
<유영선 문화기획단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