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정인원이 9명이라 대부대가 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현대아파트에서 권장학사님과 광철형님을 모시고 대천중 앞으로 나갔다. 진의식선생님이 나오고 있다. 차를 주차시키고 눈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어 형광색코블라치를 눈 맛을 보게 해 주고 싶어 신고 왔다. 우식형님도 나와 계셨다. 7시 40분이 조금 넘어서 버스가 온다. 반가운 마음으로 가볍게 버스에 탔다. 버스는 텅비어 있고 순간 ‘팅’ 울리는 머릿속 많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돌아간다. 버스를 세우고 우식형이 종관형에게 권장학사님이 기웅형에게 급하게 전화를 한다. 어제 밤늦게까지 일하고 술을 마셔 이제 일어나 가기 힘들다고 한다. 환천형은 흥덕동 앞에 나와 있다가 차를 잘 못 보고 그냥 들어갔는데 차를 가지고 미산중학교 앞으로 온다고 한다. 버스가 주산으로 돌아가서 시간은 거의 맞을 것 같다. 주산에서 다른 손님이 내리고 버스는 우리의 독차지다. 미산중학교 앞에서 환천형이 버스를 타고 버스는 구불구불 좁은 길을 따라 도흥에 이른다. 홍산까지 넘어가야 하는데 눈 때문에 도흥까지만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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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는데 산에는 눈이 하얗게 싸였고 길도 눈으로 덮여있다. 권장학사님과 광철형이 스패츠를 차고 나머지는 그냥 간다. 고개로 오르는 길은 눈으로 덮여 스키를 타도 되겠다고 한다. 고개에서 광철형의 광각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디카를 가지고 와야 산행기와 함께 올릴 수 있어 더욱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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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55분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은 넓은 길을 파고 올라 좌측능선으로 붙는다. 1차와는 달리 잡목이 우거지고 길 흔적이 없다. 능선은 눈에 덮여있고 경사가 가팔라 나무를 잡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 권장학사님이 스패츠를 차서 선두에 서서 오르는데 속도가 굉장해 뒤에서 따라가기 바쁘다. 9시 10분 능선을 힘겹게 올라서자 몸에서 열이 나 옷을 하나씩 벗어서 산행에 맞게 조절한다. 환천형이 큼지막한 귤을 꺼내 돌리고 차가운 바람에 더워진 몸을 식히면서 귤을 먹으니 귤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능선을 타고 15분 가자 둥근 공터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월명산능선에 탑같은게 조그맣게 보이는데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내려가는 길은 좌측으로 능선을 타고 가야되는데 이곳은 도흥리 자명마을을 한 바퀴 빙 돌아가는 지형이기에 좌측에 마을을 보면서 가야한다. 능선에는 썩은 소나무가지와 잡풀들이 우거져있지만 길의 흔적은 뚜렷하다. 광철형은 어제 술을 많이 드시고 아침을 먹지 않아 몸 상태가 가볍지는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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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가 끼여 도흥쪽은 마을이라도 보이는데 홍산쪽은 하얀 안개 바다다. 안개속을 뚫고 옛 범선이라도 곳 미끄러져 나올 것 같다. 양쪽 산 사면이 상당히 가팔라 거의 절벽수준이다. 홍산쪽은 바위사면이다. 홍산쪽은 상천저수지가 보여야 할 텐에 하나도 보이지 않고 개도 도흥쪽에서만 짖는다. 권장학사님이 선두에 계속 서서 가시는데 너무 빠르다. 나이도 많으신데 발걸음이 너무 사뿐하게 간다면 환천형이 말한다. 뒤쳐져서 산행에 피해를 줄 까봐 앞장서서 가신다고 겸손하게 말하시는데 이제 반도 못 왔고 눈이 쌓인 곳은 힘이 배로 들어 오후에 체력이 떨어질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눈이 많이 싸인 곳을 산행 할 때는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 번갈아 가며 선두를 서는 것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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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47분 삼각점 432가 숲 속에 조용히 숨어있다. 길은 내리막을 내려가고 안부에는 소로길이 있다. 능선오르막을 올라 두 번째 휴식을 갖는다. 진선생님이 과자를 사왔는데 길쭉한 과자인데 맛이 괜찮다. 돌려가면서 하나둘씩 집어먹으니 금새 다 나가는데 난데없이 광철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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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어디에서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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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슈퍼에서 샀는데!.” 진선생님이 의아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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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내가 대리점 하는 과자라 물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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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산악회에 가도 산행 때마다 그 과자를 사오는 사람이 있는데 형이 대리점 하는 과자라 관심이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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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0분 417봉에 섰다. 우측으로 능선이 내려가고 앞에는 계곡이 보이고 월명산 꼭대기에 금지사가 보인다. 나일론 끈으로 줄을 쳐 놓았는데 그 끈을 넘어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야 한다. 능선은 나무숲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지도를 보면 능선이 흐르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안부에서 조금 오르자 네모지고 검은 비석에 종2품 안동김씨 묘가 나온다. 이제부터는 계속 오름길이다. 싸래기눈이 바람과 함께 불면서 내려 오버자켓모자를 쓰고 가야 한다. 얼굴을 좌측으로 돌리면 눈발이 얼굴을 때린다. 능선에 올라서면 금지사사 우측에 바로 보이고 금지사로 가는 소로길이 나온다. 그 위는 바위지대인데 눈이 덮이고 나무를 잘라 놓아서 쉽게 오르기 힘들어 보인다. 미끄럽고 가파른 바위사면을 타고 오른다. 봉우리에 올라서자 능선의 나무를 모두 잘라놓고 사각망루를 만들어 전등을 달아놓았다. 절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놓았는지 신년초에 불을 밝혔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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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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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경우도 있그만!” 우식형이 말을 받아주신다. 월명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남긴다. 길이 너무 좋고 눈보라가 때려서 앞만 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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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55 월명산 삼각점 544봉을 눈이 덮여서 삼각점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새로 만들어진 헬기장에 섰다. 눈 덮인 헬기장이 너무 멋있어 개인사진 한 장씩을 찍고 아무생각없이 능선을 내려가는데 우측에 능선이 보인다. 우측에 능선이 보이면 않되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되어 헬기장으로 다시 올라와 지도를 본다. 그러나 바로 앞도 잘 않보이는 개스속에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독도가 될 수 없다. 독도는 현위치를 알아야만 지도를 읽을 수 있으니까, 다시 온 길을 되짚어가도 어딘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월명산능선이 금지사를 반 바퀴 빙돌아서 나가는 형상인데 개스가 덮여서 능선이 보이지 않고 눈보라까지 몰아쳐 앞만 보고 가다보니 능선을 돌아가는 감각을 잃어버려 삼각점을 지나쳐 현위치 파악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는 헬기장에서 기다리고 우식형과 내가 다시 현위치 파악을 하기 시작한다. 헬기장 전 봉이 월명산인데 눈이 덮여 있어 눈을 헤치는 네모진 돌기둥이 넘어져 있어 일으켜 눈을 털어보아도 삼각점은 아니다. 나는 다시 온 길을 내려가 금지사가 보이는 곳까지 같다. 우측 능선아래에 금지사가 보이는데 눈보라 때문에 그냥 지나친 것이다. 이제 현위치파악이 된다. 봉우리에 올라보니 눈 속에서 우식형이 삼각점을 찾아냈다. 능선은 헬기장 지나 300m 정도 직진하다가 지티고개능선 삼거리에서 90도 꺾어서 좌로 틀어야 한다. 직진하면 지티고개로 빠진다. 우식형은 2만5천 지도를 가지고 있어 1㎝정도 가야 되는데 1㎝가 250m이니까 250m 가서 좌로 빠져야 된다고 말을 하고 헬기장으로 같다. 헬기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광철형이 가져온 안동소주를 한 잔씩 돌려서 마시고 있어 한잔 마셨다. 백세주처럼 순하고 맛좋은 술인줄 알고 마셨는데 목구멍으로 화하게 열을 내면서 내려간다. 헬기장을 만드느라 나무들을 잘라놓아서 길이 없어졌다 나무들을 넘어서 내려가자 능선이 보인다. 능선은 평탄하고 눈이 덮여 겨울산행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여전히 개스가 덮여 시야는 제로다. 능선을 내려오자 안부가 나오고 바로 옆에 임도가 나오는데 부여군에서 만든 안내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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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25 임도 월명사 0.5㎞, 수리바위 5.5㎞ 여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라면을 끓이고 밥상을 차린다. 오늘도 12첩 궁중상이 무색할 정도로 상이 차려진다. 창란젓에 된장국에 김치 깍두기 시금치등등 권장학사님은 사모님이 잣을 넣어 지어주신 밥을 한 술씩 돌려주신다. 눈이 내리지만 기온이 그렇게 차갑지 않아 눈을 맞으면서 뜨거운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안동소주를 한 잔씩 돌린다.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한 잔씩 돌리는데 산에서 눈맞으면서 마시는 커피맛은 산행을 해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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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0 출발하여 능선에 올라서니 좌측에 허옇고 넓은 벌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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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날벼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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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산면 주덕리가 우측에 와야하는데 좌측에 있으니 완전히 잘못 들었다. 다시 능선을 올라가는데 밥을 먹은 뒤라 한 발 디딜때마다 오뉴월 똥개 혓다박 내밀고 헥헥되듯이 헥헥된다. 다행히도 개스가 조금 가시더니 능선이 잠깐 보인다. 능선을 직진하다 90도 꺾어야 되는데 그냥 직진한 것이다. 다시 능선을 잡아서 월명산으로 향한다. 능선에는 눈이 정강이까지 쌓이고 계속 눈보라가 때려 이 작은 산에서도 겨울산행을 제대로 한다고 한 마디씩 한다. 능선 중간 중간 바위가 나오는데 냇가에서 볼 수 있는 둥근 자갈층이다. 옛날 공룡이 놀던 시대에는 이 곳이 냇가였다는 증거다. 능선은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고 하지만 어렵지는 않다. 진선생님이 자주 미끄러지는데 등산화가 15년되어 바닥이 미끄럽다고 한다. 현대전은 장비가 최우선인데 장비에서 밀렸다면서 등산화를 사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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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35 내산면 주덕리에서 백제골로 넘어가는 소로길이다 흔적으로 봐서 옛날에는 잦은 왕래가 있었던 곳이었나 보다. 이제부터는 오늘구간에서 제일 어려운 곳이다. 가파른 경사의 오름길을 올라 바위있는 능선을 타고 가다 다시 아미산을 내려갈 때도 바위석인 가파른 내림길을 무릎까지 빠지는 미끄러운 길을 가야한다. 여전히 권장학사님이 선두에서 가신다. 대단한 체력이다. 우식형도 오늘은 몸상태가 않좋아 힘들다고 하신다. 환천형은 눈을 뭉쳐서 가파른 사면에 굴리면서 오르는데 눈이 만화에서처럼 굴러 내려가면서 커지지 않고 눈 속에 가라앉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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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20 상대갈림길 억새밭에 올랐다. 귤을 먹으면서 한숨돌리고 마지막 힘낼 준비를 한다. 눈은 하늘이 부옇게 내린다. 하늘은 시커멓게 보이는데 보령댐의 물이 햇빛을 받아 붉게 빛난다. 구름사이로 보이지 않는 빛이 내려오나보다. 능선은 바람에 날린눈이 쌓여서 무릎까지 빠지고 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 얼굴을 옆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하늘은 시커멓고 눈발이 몰아치는 능선을 한 줄로 걸어가는 모습이 에베레스트원정 훈련대라도 된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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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20 아미산정상에 섰다 중간에 581.4삼각점은 그냥 지나쳤다. 정상에는 돌탑이 종모양 서 있고 도화담으로 내려가는 능선에는 표지기가 펄럭인다. 권장학사님도 이제는 체력이 떨어져 힘드신다고 하시면서 계속 앞장을 서신다. 능선이 바위가 많고 눈이 덮여서 바위사면을 디디면 그냥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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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00 좌측 능선으로 하산을 하는데 하늘은 시커먼 구름이 밀려와 능선을 덮어 캄캄해지고 어둑어둑하여 해가 떨어진 것 같고 눈발은 더욱 거세게 몰아친다. 내려가다 좌측능선으로 빠져서 시계를 따라야 되는데 시간이 모자라고 그 곳이 절벽을 이룬 바위지대를 타고 내려가야 되는데 바위돌들이 금새 무너질 것 같다는 우식형의 말이다. 잠시 모여 의견을 나눈다. 그렇다고 그냥 내려가는 것은 시계종주 산행의 의미를 잃는 것이어서 나만 능선을 따르고 다른 사람은 그냥 내려가자고 하니 함께 산행을 했으니 함께 행동해야 된다는 의견이다. 우식형이 그럼 시계를 따라서 조금 내려가면 묘가 나오는데 거기 까지 가봐서 결정하자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른 바위사면을 미끄러져 가면서 아슬아슬하게 내려간다. 발 밑이 눈에 덮여 보이지 않아 눈을 쓸면서 내려가는데 바위에 미끄러지고 걸리고 하여 긴장된다. 하늘은 먹구름이 내려와 시커멓고 눈발은 함박눈처럼 바람에 날려 볼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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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20 바위가 칼날처럼 서있는 곳에 내려왔다. 오늘 일몰시간이 다 되고 바위벼랑을 타기에는 눈이 많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그냥 하산해야 되겠다고 결정한다. 모두들 안전이 최우선이니 그렇게 하자고 한다. 시계능선이 빠지는 곳에서 위치만 보고 수리바위로 그냥 하산한다.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 우측사면으로 내려온다. 수리바위로 내려오긴 오는데 냇가는 어떻게 건너느냐고 걱정이다. 스쿠버를 하는 해양인명구조대가 두 명이나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하니 진선생님은 11월에 물에 들어갔는데도 추워서 혼났다고 한다. 그럼 둘이 가위바위보를 해야되지 않겠냐고 하면서 내려오는데 다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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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45 어두워져 캄캄해진 수리바위광장에 내려왔다. 은미씨와 장근이가 마주나와 있다. 눈발을 맞으면서 서 있는 장근이가 그렇게 멋있어 보이기는 처음이다. 우식형과 권장학사님 광철형은 은미씨의 차를 타고 진선생님과 나는 환천형의 차를 회수하러 미산으로 들어가서 차를 가지고 장근이 서해카센타에 와서 차 한잔 마시는데 종관형네 가게에 벌써 도착하여 돼지껍대기를 굽고 있다고 전화가 온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글을 잘 쓰셔서 제가 산행을 하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도 그날 다른곳에서 심설산행중이었기때문에 그 느낌이 더 다가 오는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