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음악이었죠. 어찌보면 사치같지만, 국민학교 시절에 음악의 계명외우기 시험이 있었는데 죽자살자 외우는 친구들을 보며 난 의아해 했습니다. 그저 노래만 알면 자동으로 계명이 나오는데. 다른 애들은 힘들게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애국가>라면 저절로 솔도시라도 솔미솔 도레미파미레.......로 나오는데 말이죠. 저는 저에게 약간의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고 늘 음악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착각이었나요?
학창시절의 저는 인내심이 부족한 학생이었습니다. 늘 벼락공부의 명수였죠. 그 벼락공부로도 상당한 성적을 유지했으니까요. 많은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거의 작심 3일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타 연주 만은 상당한 수준까지 계속했으니까 음악에 대해서만은 관심이 유별났다 볼 수 있겠지요. 나의 인내심 부족은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40대 초반에 시작했던 백두대간 종주에서 저는 인내심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제법 주위에서도 "강대춘"하면 집요한, 한번하면 계속하는 사람으로 통합니다. 사람은 변하나 봅니다.
어쨌든 2001년 1.5일 신년부터 저는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배운다고 해야 악보 보고 혼자서 치고 한번씩 교습소에 가서 뭐가 틀렸는지를 검사맡는 식이었습니다. 그게 이제 1년이 흘렀습니다. 모두가 1,2달 하다가 그만 두겠지 했는데 저는 그만 두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는 나이가 좀 들어서 '천리길도 한걸음'의 철학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하지도 않고 할 시간도 없었지만 만 1년 만에 제법 진도를 냈습니다. 체르니30 중 13번, 부르크밀러 18번, 소나티네 7번, 하농 13번, 소곡집 22곡, 그리고 재즈반주법 을 하고 있습니다.(2002.1.7 현재)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저는 50살 이면 몇곡을 제법 자신있게 연주하고, 60이 되면 조용한 살롱에서 재즈반주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이에 맞지 않은 일을 하면 분수빠졌다고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더 나이들기 전에 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학습은 지력이 아니라 관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자신이 사랑하는 부문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아름다운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1년 8개월에 걸친 백두대간 종주 후, 한동안 쉬다가 2001년 여름에 서울-경주 종주, 그리고 최근에 다시 낙동정맥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급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서서히, 아껴가며 하고 싶습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정맥위에서 나 자신의 현재의 위치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인내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나에게 있어 취미는 끝없는 인내, 인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