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이기영
<줄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지극히 가난하다. 그래서 그들은 희준이 동경에서 큰 돈을 모아 가지고 올 것이라는 기대에 그의 귀향을 대대적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그의 귀향이 별볼일없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희준을 찾지 않게 된다.
마름 안승학은 부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떤 단서를 잡기만 하면 남으로부터 돈을 긁어내려는 데에 몰두하는 사람이다. 그는 딸 갑숙을 낳은 본처를 구박하여 내쫓은 뒤 숙자라는 기생 퇴물과 함께 살고 있다.
막동이, 방개, 인동이는 삼각 관계이다. 그러나 방개는 기철이와 결혼을 하고, 인동이는 돈많은 술장사 딸 전이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인동이는 동정을 바친 방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권상철의 아들 경호와 안승학의 딸 갑숙은 서로 좋아한다. 그런데 경호는 본래 권상철의 친아들이 아니라 양자로 데리고 온 자식이었다. 이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던 안승학은 자기 딸과 경호가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하자, 경호에게 지난날의 비밀을 전부 이야기하게 된다. 결국 둘 사이에는 금이 가게 되고, 안승학은 권상철을 위협하여 딸의 명예가 훼손된 데 대한 위자료로 5천 원을 내놓으라고 강요한다.
마을 사람들을 희준을 대표로 하여 안승학에게 소작료를 면제해 달라고 한다. 안승학은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안승학의 약점을 찾아낸 마을 사람들은 투쟁 끝에 그로부터 소작료 면제를 승낙받는다.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읽기>
정지용의 명구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는 이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듯이 보인다. 책 안 읽기로는 세계적 유명 민족인 우리나라의 국민들, 그러나 시집 많이 팔리기로도 세계적 희귀 국가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슴 속에,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구절은 불가사의하게도 굳건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문학 혹은 독서와는 무관한 노래라는 틀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 듯도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달리 '고향'을 그리워하는 의식에 젖어지내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민족은 현대적이라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의식구조를 지닌 것으로 추측된다. 화이트가「조직 속의 인간」이라는 저서에서 갈파한 바와 같이 '현대인은 고향을 등진 조직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도,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은 혈연을 중시하고 공동체적 연대의식을 존중하는 삶의 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러한 특성은 장단점을 골고루 내포한 듯이 보인다. 우리 민족의 혈연 . 지연 중시 의식은 인륜적 가치관인 효의 중시, 형제간의 우애 강조, 조상에 대한 정성 유지 등등으로 나타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에 크게 기여하기도 하지만, 그 반면 망국적 지역 감정, 공사의 불분명한 구분, 원칙과 법 질서 경시와 안면 중시적 공무 처리 등등의 부정적 경향으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고향』속의 김희준은 바람직한 인간형으로 제시된다. 그는 이념으로 똘똘 뭉쳐져 화석화된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혈연과 지연에 얽매어 무원칙하게 살아가는 무지랭이도 아니다. 지식인의 모범적 전형인 그는 무식한 농민들의 한마디 한마디 속에서도 큰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자세를 가다듬는 사람이다. 그렇다. 김희준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 우리네 고향이라면 어찌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이기영 : 1924년 등단. 프로문학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기영은
『두만강』,『고향』,『인간 수업』,『땅』,『봄』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