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께서는 부동산 투자를 하실 때 누구로부터 조언을 받으십니까? 대부분 자신이 알아서 하거나, 끼리끼리 어울려서 함께 가기도 하시겠지요. 아니면 신문이나 광고를 보신 후 나름대로 판단한 나머지 심사숙고해서 결정하시리라 믿습니다. 부부간에 콩이야, 팥이야 하다가 싸움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부동산 투자는 큰돈이 오고 가는 일이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거나 전문가의 조언 없이 함부로 가지 마시라는 당부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너무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는 일도 있고, 사람들은 스스로 영리한 척 하다가 엉뚱한 걸 고르는 일을 많이 봤습니다만, 아무튼 경솔은 금물이라는 권고가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조언을 받고 싶을 때는 부동산 투자에 손해를 봤다는 사람의 말부터 들어 보심이 어떨는지요? 한 번 손해를 본 사람은 피할 길을 알고 있거든요. 길을 가다 넘어져 본 사람이 그 길에서 다시 넘어지던가요? 장애물을 비켜 다른 길로 가겠지요. 그래서 경험자는 앞을 내다본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인데 이게 경험 없이 예측하기는 전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거기에 올바른 입지선정과 정보를 더한다면 금상첨화가 되겠지요. 똑같은 돈 주고 주택을 샀는데 분당으로 간 사람은 10억이 됐고, 일산으로 간 사람은 5억에서도 자꾸 값이 내려오고 있다면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는지요.
가장 값진 밑천은 노하우
어느 고을에 사는 김 영감님은 50년 동안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 온 농사꾼이었답니다. 그런 그에게 20년 동안 책만 읽어 온 선비가 공부를 포기하고, 나이 40이 넘어 농사를 짓겠다고 찾아 왔으니 김 영감님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요. 행랑채를 내어주며 농사를 짓고 살게 했답니다.
그러나 농사일에 대해 아는 게 있어야 농사를 짓지요. 하는 수 없이 선비는 영감님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로 작정을 하고, 영감님 댁에서 볍씨를 담그면 자기도 담그고, 모판을 만들면 자신도 만들었답니다. 따라 쟁이 농사를 지었다는 겁니다. 필자가 아파트 분양받으면 우리 학생들도 따라가 분양받듯이,
그렇게 몇 년을 하고나니 이제 선비도 제법 농사일을 알게 되었다는군요. 어느 해 봄이 되어 남들은 못자리를 이미 만들어 파릇파릇 싹이 나오고 있는데 영감님은 못자리 만들 생각을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답답한 선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영감님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수밖에요.
“어르신, 못자리 하셔야지요?” “못자리 하지 않으려네~” “예? 왜요?” “올해는 놀고 싶으이~” 선비는 영감님께 필시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어째서 그러십니까요?” “나도 가끔 놀고 싶을 때가 있다네” “영감님이야 일 년 농사 안 지어도 괜찮겠지만, 나 같은 가난뱅이야 일 년 농사를 안 짓게 되면 처자식과 굶어 죽을 텐데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무슨 연유신지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농사를 지으면 될 게 아닌가?” “그러시지 마시고 그 연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영감님도 답답한 듯 선비를 가까이 불러 귓속말로 “이 고장은 몇 년에 한 번씩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네. 금년에도 서리가 오게 돼 있어~” “네에~? 그럼 다 얼어 죽지 않아요?” “그래서 농사를 짓지 않으려고 하는 걸세, 허허” “그럼 소생처럼 빈한한 사람은 어찌해야 좋습니까?” “글쎄, 방법이 있긴 있는데~ ~논두렁을 높이 쌓게나~” “얼마나 높이요?” “두어 자 정도 높이 쌓게” “그러고서요?” “5월 14일과 15일 사이 밤에 서리가 올 걸세. 무조건 14일 저녁까지 논에 물을 둑이 넘도록 채워야 할 걸세” “그러니까 벼가 물속에 있는 동안은 서리가 와도 상관이 없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렇다네~”
선비는 논둑을 두어 자 되도록 높이 쌓고, 5월 14일 오후에 벼 끝이 보일 듯 말 듯 논에 물을 채웠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밤이 되자 일진광풍이 불면서 우박과 서리가 내려 모든 농작물은 초죽음이 돼 버렸다는군요. 그러나 물속에 갇혀있던 선비의 농작물은 전혀 피해가 없더라는 얘기로서 실패해 본 사람은 다시 실패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경험 없이 앞일을 판단하기는 어려워
부동산과 아리랑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요?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 아닐는지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동산 사이트나 광고지엔 젊은 고수나 전문가들이 자주 등장함을 봤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고, 연구를 했다는 흔적도 역력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마는,
그런데 이 분들은 주로 경제이론만을 접합시키는 예측을 하거나 개통된 전철선, 개통예정인 전철선의 호재만을 다루는 일이 허다하더군요. 고속도로가 생겼다하면 그게 글을 쓰는 소재가 되더라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경험이 묻은 노하우는 왜 없을까요?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 라는 예측은 언제나 5대 5의 확률이기 때문에 하나마나한 얘기이고, 전세시장은 공급되는 주택수의 통계만으로도 판단이 가능한 일이므로 별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산을 보고, 들을 보고, 물을 보면서 차후 그곳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경험을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쓴맛, 단맛을 다 거친 동네 중개업소 아저씨나 영감님들의 파란만장한 노하우를 비싸게 사온다는 것이지요. 스무 번 이사를 다녔던 동네 “옛날식 다방”의 단골손님인 어느 사장님의 노하우를 누가 따라올 수 있을까요?
지금도 모닝커피 마시면서 마담에게 쌍화차 사주는 일명 부동산 사장님~ 20년 전 가죽점퍼 차림의 노인 아닌 아저씨~ 막걸리처럼 텁텁하고 구수한 그 분들만의 희로애락이 깃든 경험담~ 콧노래로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누런 금반지 낀 손으로 박자를 맞추는 구성진 모습~ 부동산 투자의 이정표는 바로 이 분들이 아닐는지요?
진짜 부동산 고수나 전문가는 아는 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의 눈은 언제나 독수리눈처럼 빛이 납니다. 나이도 60세가 다 되었거나 넘었고, 외진 곳 빌라 반 지하나 소형 아파트에 살지도 않습니다. 최소한 50평 이상의 유명 아파트나 전원주택에서 살더군요. 또한 계약서도 20-30번 도장을 찍어봤고, 계약금도 날려 봤고, 경매도 당해 봤다고 합디다.
피난살이를 해 보지 아니한 분들이 전쟁 무서운 줄을 알 수 있을까요. 세상일이란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실패 없이 어찌 성공을 바라볼 수 있겠는지요. 그런 피나는 경험이 없는 분들은 꼭 글을 써도 “부동산 사면 쪽박 찬다”는 글을 쓰지 않던가요. 자신의 글이 민폐를 끼치는 글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거창하게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시계획도나 지적도는 올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게 나오게 되면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이지요. 이정표가 말하는 것 보셨나요? 언제나 묵묵히 서있는 이정표~ 실패한 경험도 있고, 돈을 벌어 본 경험도 있으나 못 본 체, 못 들은 체, 아무 관심 없다는 듯 인생의 후반전을 아름답게 살고 있는 분들~ 바로 이 분들이 부동산 투자의 이정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