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앞 바다에 떠있는 오래된 배에서 노인과 소녀가 10년 전부터 살아가고 있다. 노인은 낚시꾼을 태워주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고, 소녀는 할아버지를 돕는다. 음탕한 낚시꾼들로부터 소녀를 보호하는 노인의 무기는 활이며, 보통 때에는 악기로 사용된다. 어느날 대학생이 낚시하러 와서 소녀를 보고 매혹되고, 노인이 소녀와 결혼할 것임을 알게 된 그는 소녀를 뭍으로 데려가려 한다.
김기덕의 영화는 종종 세상으로부터 절연된 공간에 머물며 그럴 때 그의 영화는 추상화의 세계로 나아간다. [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함께 김기덕의 가장 추상적인 영화에 속한다. 이 영화의 유일한 무대인 배는 종교적인 상징과 폭력의 흔적, 그리고 억제된 욕망과 예술에의 동경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 신화적인 공간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행태는 놀라울만큼 구체적이고 세속적이다. 그러나, 노인이 소녀와 결혼을 결심한 순간부터 이 영화는 죽음과 구원에 관한 추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아름답고 비범한 영상과,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주는 영화. (부산국제영화제 - 허문영)
인물
할아버지 - 섬(배)에 소녀와 단둘이 살며 간간히 낚시꾼에게 낚싯자리를 제공하여 생활을 영위함. 소녀를 사랑하고 소녀와 결혼할 날만을 기다리는 인물.
소녀 - 길 잃은 상황에서(추측) 할아버지가 주워온 소녀. 순수함을 지니고 있음.
소년 - 상당한 윤리적 관념의 소유자로 소녀에게서 동정심과 사랑을 느낀다. 욕정과는 거리가 있다. 갈등의 원인이 되며 소녀에게 자유를 안겨주는 인물이다.
내용
할아버지가 제한된 공간에서 소녀와 단둘이 살며 서로간에 애정을 느끼며 지낸다. 할아버지는 도덕적인 인물로서 소녀가 17세가 되면 결혼하기 위해 단순히 그녀의 성장을 기다리며 보살펴준다.결혼 날짜만을 기다리며 결혼 예복을 준비해 놓고 그것을 한번씩 꺼내보며 흐뭇해 할 정도로 소박하다. 소녀도 그런 할아버지에게서 애정을 느낀다.
(갈등의 시작)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이 나타난다. 그 소년은 소녀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소년에게 소녀 또한 그러하다. 소녀에겐 그 동안의 주로 방문하던 아저씨들과는 달리 자기 연배의 소년을 보자 소년에게서 이성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소년은 떠나기 전에 소녀에게 mp3p를 선물하고 간다. mp3p는 소녀가 소년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이자 할아버지에겐 그 소년의 분신이다. 즉 갈등의 연장선 역할을 한다. 그 뒤로 차츰 소녀는 할아버지를 멀리하고 그것을 알아차린 할아버지는 불안감에 결혼날짜를 일부러 앞당기려 한다. 그리고 소년은 다시 나타난다. 이 때 더 가까워진 소녀와 소년, 그것을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질투에 의해 갈등은 증폭되고 할아버지는 소년일행을 쫓아낸다. 그리고 결혼날짜완 상관없이 소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려고 한다. 소년은 다시 나타난다. 소년은 소녀의 부모의 행방을 알아왔고 할아버지를 몰아 붙이며 소녀를 데려가려 한다. 평소 손님에게 쳐주던 활점에 의해 승복한 할아버지는 소녀를 결국 보내주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은 소년과 소녀가 타고가는 배에 걸린 밧줄에 목을 메어 자살하려하는데....
(사건의 전환점)
그러한 정황을 알아챈 소녀는 할아버지에게서 동정심과 진심을 느끼고 다시 할아버지에게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소녀는 혼인을 한다. 전통 혼례식 그대로이다. 그리고 둘은 작은배를 타고 소년이 탄 큰배와 떨어져서 첫날 의식을 치르려 한다. 치르기 직전 할아버지는 활 연주를 하고, 그새 소녀는 잠이 든다. 활 연주를 마친 할아버지는 하늘에 화살을 쏘고 바다에 뛰어든다.
작은배는 홀로 떠서 소년이 탄 큰배로 떠오게 된다. 작은배가 큰배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소녀가 홀로 정사를 치른다. 정사를 마친 후 소녀의 다리사이 아래 활이 꽂힌다. 그리고 소녀의 처녀성이 상실된다. 소녀는 웃음을 짓고 소년과 육지로 이동한다. 그때 갑자기 큰배가 작은배를 따라오고 큰배는 물로 사라진다.
비유와 상징
씨암탉을 때리는 장면 : 소년은 소녀와 할아버지가 첫날의식을 하러 간사이 씨암탉을 때리는데 파란리본의 닭의 리본을 먼저 풀고 빨간리본의 닭의 머리를 때린다. 파란리본의 닭은 신랑을 상징하는 것으로써 신랑을 인정하기 싫은 감정이 담겨있다. 빨간리본의 닭의 머리를 때린 것은 신부를 상징하는 닭에게 약간의 화풀이와 왜 그런 선택을 했냐는 자신의 감정의 표현이다.
할아버지가 화살을 쏘고 바다로 뛰어든 장면 : 화살을 쏜 것은 전쟁시 화살을 쏨으로써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이 소녀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 그리고 바다로 뛰어든 점은결혼은 했지만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소녀를 놓아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소녀의 정사 : 소녀의 정사는 죽은 할아버지의 영혼과의 교감이고 소녀의 다리 사이 아래 꽂힌 화살은 할아버지가 죽기전 쏜 화살로써 할아버지의 분신이자 처녀성의 파괴를 의미한다. 소녀는 할아버지와의 교감 후 웃음 짓는다.
배가 따라오다 가라앉는 장면 : 죽은 할아버지의 영혼의 마지막 미련의 표현과 영원한 상실을 뜻한다. 그리고 소녀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기도 하다.
- 노인의 소녀를 향한 진정한 사랑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독점적이고 다소 일방적이기에 옳지 못한 것이었고 그러한 사랑은 결국 소멸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배라는 폐쇄된 공간에 소녀를 가두어 두고 독점하려는 할아버지의 사랑과 그러한 독점적 사랑을 결국을 탈출하고 자유를 되찾고야 마는 소녀를 보며
"진정한 사랑이란 어때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 할 수 있었다.
(제가 영화를 보며 감상한 그대로 제 나름의 해설이기에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고 김기덕 감독의 의도와도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 작품의 상징은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느낌이 달라짐으로써 더 큰 묘미를 자아 낼수 있기에, 그리고 제 나름의 해석을 통해 제 감상평을 본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해석을 보고 느끼고 그러므로써 서로간에 감상의 폭을 좀더 확장시킬수 있다는 의도하에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