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23] 동경과 결핍의 90년대, 농구 카드의 추억
NBA 카드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5.10.23. 23:43업데이트 2025.10.23. 23:55
NBA카드는 당시 한국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과 색감, 그리고 인쇄 냄새로 추억된다. @핀터레스트
남자의 취향은 대부분 동경과 결핍에서 비롯된다. 올해로 출간 60주년을 맞은 전설적인 남성 패션 스타일북 ‘테이크 아이비’는 내세운 콘셉트와 달리 실제 196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의 캠퍼스룩을 담은 책이 아니었다. 책 속 사진들은 미국 문화를 동경한 일본 의류업자의 판타지가 가미된 연출된 이미지였다. 폴로 랠프 로런의 세계관은 디즈니랜드와 유사하다. 유대인 이민자 집안에서 자란 랠프 로런이 오래도록 품어온 상류층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쌓아 올린 상상의 제국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맨즈웨어의 전성기를 연 주역들이 함께한 에세이 ‘맨 앤드 스타일’에는 아버지의 물건에 대한 인터뷰가 많다. 대체로 소년 시절 어른의 세계를 갈망하며 영향을 받은 이야기들이다.
NBA와 나이키, 마이클 조던은 90년대 남자의 문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핀터레스트
우리의 경우 동경과 결핍의 문화는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에게서 강하게 감지된다. 당시 우리네 현실과 미국의 격차는 굉장했다. 한국인들은 대중문화를 통해 접한 미국의 풍요롭고 화려한 이미지에 매료됐다. 2008년 국내 최초 구두 편집 매장 ‘유니페어’를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를 전개해온 강원식·강재영 대표는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1990년대 미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수차례 고백했다. 나아가 2023년에 1990년대 미국 문화를 모티브로 한 브랜드까지 선보였다. 2010년대 초부터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해온 편집 매장 ‘바버샵’과 ‘팔러’의 황재환 대표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99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즐기면서 느낀 결핍이 결국 관련 사업을 하게 된 동력이었다고 밝혔다.
90년대 NBA카드 패키지. 봉투를 뜯었을 때 특유의 인쇄냄새가 향수를 자극한다 @핀터레스트
그 시절, 그 세대를 관통하는 남자의 물건은 NBA 카드다. 또 다른 세상의 존재를 알려주는 암호 코드이자 자기만의 취향을 찾는 여정의 출발선이었다. 비록 경기는 주한 미군 방송(AFKN)으로밖에 볼 수 없었지만, 동네마다 있던 NBA 카드 가게는 영화 ‘E.T.’의 손가락 인사처럼 두 세계를 잇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구입하고 수집한 물건들로 미국 영화 속 10대 소년의 방처럼 꾸며보고, 학교에서는 실제로 경기 뛰는 모습을 본 적 없는 선수들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갑작스레 부는 찬 바람과 함께 1990년대 소년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 21일 NBA의 80번째 시즌이 개막했다. 참고로, 이제는 국내 OTT로 대부분의 경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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