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독감예방주사 반드시 맞아야 한다
양윤준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매년 새로운 이름, 새로운 모습으로 유행하는 독감, 그렇기에 예방주사도 바뀔 수밖에 없다. 계란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독감 주사를 맞으면 안된다. 어떤 사람이 꼭 맞아야 하나.
지난 가을에 한 젊은 가장이 부인, 아들, 딸 가족 모두를 진료실에 데리고 왔다. 가족을 대표해서 그 가장이 한말은 가족 모두에게 독감예방주사를 놓아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집안은 겨울철만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예방을 해야겠다는 얘기였다. 다른 한 아주머니는 자신의 아이가 미리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왜 감기에 걸리는냐고 필자에게 따지듯이 물은 적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독감예방주사는 노인이나 오래도록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 등 일부에게는 필요하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불필요하다. 또 독감은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와는 다른 인플루엔자라는 균에 의해 생기므로 독감예방주사를 맞더라도 감기를 예방할 수는 없다. 18세기말 제너에 의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천연두는 1979년 전세계에서 사라졌으며, 이 외에도 상당수의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병균들 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예방접종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인류에 대항하고 있다. 아마 인류와 전염병과의 싸움은 끝이 없을 것이다. 독감균은 전염력이 강하여 전세계로 급속히 퍼지며 신체가 약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독감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심혈관계나 폐의 질환을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성인 또는 소아
만성적인 질환으로 입원중이거나 요양소에 수용중인 사람
65세 이상의 노인
당뇨 등 대사이상질환을 가진 환자
신부전 환자
면역억제 상태의 환자
하지만 건강하고 젊은 사람에게는 며칠 앓다가 마는 몸살감기에 불과하므로 굳이 예방접종을 맞을 필요가 없다. 우리 나라에서 독감은 보통 건조하고 추운 11월 말에서 다음 해 4월까지 발생하는데, 2월과 3월에 가장 발생빈도가 높다. 최근에 사용되는 독감예방접종은 독감균을 특수한 물질로 처리하여 일부 성분만을 추출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질병을 일으키지는 못하는 대신 마치 독감을 앓는 것처럼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그런데 독감균은 거의 매년 자신의 옷을 바꿔입어 모습을 바꾸기 때문에(이를 항원변이라 한다). 바뀐 모습에 맞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만약 적절한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면 홍콩독감, 소련독감 들과 같이 세계적인 독감유행이 생긴다. 따라서 독감예방주사는 한번 맞으면 그 보건기구에서는 매년 새로 유행될 독감균을 예상하여 새로운 성분의 예방주사를 개발하고 있다.
예방접종을 맞으면 가벼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주사맞은 자리가 아프거나 가려울 수 있고 열이 나거나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6개월 미만의 어린 아이에게는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주사를 맞히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 노인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드물다. 또 독감예방주사는 계란을 이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계란에 과민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계란에 과민한 사람은 예방주사를 맞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