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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사가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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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때 좀 먼 거리를 달리며 찾아가는 곳이 있다.
새벽을 깨우는 목탁소리와 청아하게 들려오는 작은스님의 도량천 새벽기도가 좋아 난 가끔씩 절에서 하루 밤 묵는걸 좋아한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으면 목탁소리에 일어나 세수하고, 어설픈 초발심으로 경을 읽고 절하며 기도한다. 여명이 밝아오고, 먼 산에서 동이 터오는걸 보면 뿌듯한 내 마음이 끓어올라 환희로 가득차 행복해진다. 아침 공양전 다향을 느끼며 스님과의 이런저런 이야기도 정겹다. 아무리 힘든 일도, 힘든 마음도 스님앞에서는 가벼워진다. 큰스님은 까마귀와도 곧 잘 이야기를 나눈다. 한달에 한번 까마귀들의 먹이로 돼지고기를 사다가 산으로 오르면 까마귀떼가 모여든다. 까마귀는 스님에게 소식을 물어다주고 큰스님은 그에 답한다.
얼마전 절에갔을때 나이어린 행자스님 한분이 계셨다. 웃는 모습이 얼마 천진스러운지 꼭 아이같은 얼굴이였다. 어린 행자스님은 내 신발과 옷이 신기한지 만지기도하고 나랑 잘 어울려 예쁘다고 칭찬까지 한다. 꼭 어릴적 내 못습을 보는것 같기도 하다. 갓 시집간 6촌 언니가 오면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걸어보곤 하던 어린시절의 나.... 나는 행자스님의 맑은 모습이 좋아서 웃고, 행자스님은 그런 나를 보고 또 웃는다. 나로인해 속세의 때를 조금이라도 묻힐까봐 두려운데 스님은 아량곳없이 내 주위를 맴돌며 귀엽게 한마디 한다. 목이 밋밋해 보였는지 "보살님 포인트로 목걸이 하나...다음에 오실때 아셨죠?" 하며 웃는다. 얼릉 백팔염주를 못에다 걸었더니 또 까르르 웃는다. 스님들의 얼굴은 어쩜그리 맑으냐고 큰스님께 여쭈었더니 "그럴 수 밖에.."라고 답하신다. 산속에서 마음이 다 비워지고 담을게 없으니 맑아진단다. 그런 스님들을 보면서 탁해지는 내마음을 조금이라도 씻고자 찾아가는건지도 모르겠다.
단녀온지가 벌써 두어달이 되어간다. 천생산 산자락에 있는 쌍용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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