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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에 괴산 남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았답니다.
하루는 동네 처녀 둘이 남산으로 산나물을 뜯으러 갔는데 고양이가 쫓아왔습니다.
한 처녀가 “아이 귀엽다.” 하니까 다른 처녀가 “얘 뭐가 귀엽니?” 했답니다.
나물을 다 뜯어 가지고 내려 오는데 커다란 호랑이가 길목에 앉아 있더랍니다.
처녀들은 하도 무서워서 옆길로 도망쳐 집에 와보니까 옷도 찟어지구 손도 상처투성이 였습니다.
걱정된 어른들이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자초지종 얘기했더니 어른들이 “아이구 큰 일날 뻔 했다. 그래두 호랑이 새낄 안 건드려 살았다.
그걸 건드렸으면 너희들은 죽었다.”고 했답니다.
그 고양이가 실은 호랑이 새끼였던 거죠.
이튿날 아침 일어나 보니 나물 뜯던 다래기가 마당에 있더랍니다.
그런데 호랑이 새끼 보고 ‘귀엽다’구 한 처녀 다래끼는 말짱하고 뜯은 산나물도 그대로 있는데
‘귀엽지 않다’ 고 말한 처녀 다래기는 다 찢어 놨더랍니다.
그러니까 호랑이가 제 새끼 이쁘다고 하나 밉다고 하나 처녀들 말을 엿듣고 있다가 그런 거죠.
그래서 남산 호랑이는 신령하답니다"
괴산 민속지에 나오는 남산의 전설입니다.
괴산읍내를 굽어보고 있는 남산은 해발 396m입니다.
결코 작은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울창한 산도 아닌데
옛날에는 호랑이가 살았을 만큼 험한 산이었나 봅니다.
‘신동국여지승람’과 ‘조선지형도’에도 등장할 정도이니 나름 명산입니다.
우리가 처음 가려고 했던 곳은 오봉산입니다.
산입구를 찾지못해 헤매고 있는데 길에서 만난 60대 부부가 친절하게 길목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한눈에도 금실이 좋아보이는 두분은 번갈아 가면서 남산을 자랑했습니다.
“단풍이 좋다는 설악산과 오대산도 가보았지만 오봉산과 남산만 못한것 같다”며 “왜 사람들은 멀리 강원도나
경산도까지 단풍구경하러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더군요.
당연히 ‘설마’했습니다.
물론 과장도 섞였겠지요.
괴산 남산은 산림청으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임도 100선’에 선정된 산입니다.
트레킹코스가 있는것은 임도(林道)가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산책길이 됐기 때문입니다.
임도는 예전 산속에 벌채한 나무를 실어나르거나 산불방지를 위한 방어선으로 조성된 길이죠.
하지만 이제 임도의 용도는 달라졌습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임도를 트레킹코스로 개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속에 그 옛날 산판트럭이 넘나들던 넓직한 길이 났으니 걷기에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람드리 나무가 그늘을 이루고 낙엽이 쌓인 산길은 '피톤치드'향이 그윽합니다.
괴산 남산의 경우 재밌는것은 트레킹코스가 산허리를 돌며 나선형처럼 산 정상까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높이가 400m가 되는 산인데도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급경사가 별로 없이 오르막길이 완만한 경사로 이뤄져 주변경관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산길 옆에 울긋불긋한 단풍나무가 줄지어 있어 감탄사로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산밑에서 만난 노부부 말이 떠올랐습니다.
1시간 정도 걸으니 임도 끝자락에 능선이 나오는데 왼쪽은 오봉산, 오른쪽은 남산이라는 표시가 있더군요.
이곳 까지는 차량도 올라 울 수 있도록 별도의 길이 있습니다.
능선을 타고 다시 남산쪽으로 30분 올라가면 정상이 나옵니다.
산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어 그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동서남북으로 괴산군 일대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집니다.
내려오는 길은 무척 경사가 심해 관절이 약한 사람은 조심조심 내려가던가
아니면 올라왔던 코스로 내려가는 편이 나을것 같았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괴산읍내 올갱이국으로 유명한 서울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장날을 맞은 시장구경도 했습니다.
시골의 시장풍경은 어디든 비숫합니다.
다만 시장통의 순대국밥집은 손님들이 줄서서 기다려 음식을 먹을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더군요.
또 김장철이 다가와서 인지 이날 유독 길가에 마늘을 잔뜩 펼쳐놓은 상인들이 많았습니다.
오는길은 구도로를 택했습니다.
괴산-청안-초정-청주 코스로 드라이브 하면서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앞에 올린 다섯장의 사진은 하얀구름님, 뒤 두장은 제가 찍었습니다. 하얀구름님의 사진은 갈수록 좋아지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