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했다고 들고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보다 더한 게, 바로 이 각의 삼등분 문제일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삼등분 각을 작도하려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또 그
가운데 일부는 작도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데, 모두가 부질없는 짓입니다. 그런 작도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미 증명되어 있으니까요. (아,
그런데도, 심지어 책을 낸 사람도 있더라구요!)
이 문제는 기원전 5세기 무렵에 그리스에서 나온 문제로, 주어진 정육면체의 부피를 두 배로 하는 작도, 원을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으로 고치는 작도와 함께, 삼대 작도 (불능) 문제로 불립니다. 물론, 문제의 이름이 말하듯, 이 세 문제는 모두 작도 불가능함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불가능하다는 증명"을 간단히 설명할까 합니다.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정리를 좀 합시다.
대부분의 삼등분가들이 이 문제에서 말하는 "작도"가 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데, 작도 문제의 "작도"란 눈금없는 자와 컴퍼스를 유한 번
써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을 말합니다.
"(작도야 되든 안 되든) 어째서 삼등분하는 각이 없단 말이냐"라든가,
"자 두 개를 요리조리 겹치면...", "자에다 표시를 하고..." 따위 말은 모두, "작도"의 정의가 뭔지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눈금없는 자로는 오로지 두 점을 지나는 직선만 그을 수 있고, 컴퍼스로는 주어진 점을 중심으로 하고 다른 한 점을 지나는 원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이 작도 문제의 제한 요건입니다.
"작도"라는 기하 문제를 과연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작도"란 "평면 위의 적당한 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좌표 평면을 하나 만들고, 거기서 작도 가능한 점의 성질을,
그 점의 좌표를 써서 연구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적당한 길이의 선분을 단위로 눈금을 매긴 좌표 평면을 만들고, 작도하려는 점의 좌표 성분이, 그 단위 길이의 몇 배인가를 조사합니다.
이 단위 선분의 길이를 1이라 하면, 정수 점들을 모두 찾을 수 있고,
직선의 기울기와 단위 길이 1을 이용하면 모든 유리수 점들도 작도 가능합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작도 가능한 수들을 모두 모아 놓은
집합 F는 사칙 연산에 대해 닫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체(field)"라고 합니다.
그럼, 작도 가능한 점은 모두 유리수 점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정사각형의 대각선을 이용하면 당연히 √2가 작도 가능하잖아요?
작도 가능한 점들을 조사하기 위해 해석 기하의 방법을 동원합시다.
유리수를 순서쌍으로 하는 두 점(작도 가능한 두 점) P, Q에 대해, P,
Q를 지나는 직선(자를 이용한 작도)은
ax + by + c = 0, a,b,c는 유리수,
중심이 P, 반지름 PQ인 원(컴퍼스를 이용한 작도)은
x2 + y2 + ax + by + c = 0, a,b,c는 유리수
꼴입니다.
결국, 작도 가능한 점은 이런 두 종류의 방정식들이 갖는 공통근입니다.
이 연립 방정식을 풀면, 작도 가능한 수들은, 유리수와, 유리수에 근호를 씌운 것들의 사칙 연산으로 나타나는 수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위의 식에서 계수인 a,b,c들이 유리수가 아니라, 방금 새롭게 알아낸 작도 가능한 수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시 연립
방정식을 푸는 과정을 반복해서 생각하면, 작도 가능한 수란, 유리수에 사칙 연산과 근호를 씌우는 연산을 유한 번 반복해서 나타낼 수 있는 수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었다면, 이제 임의각의 삼등분 작도 불가능에 대해 알아봅시다.
이 문제의 정확한 내용은 "주어진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는 각을 작도하라" 이므로 적당한 각에 대해 그 삼등분 각의 작도가 불가능함을 보이면 충분합니다. 그 예로 60o의 각을 생각합시다. 각을 작도하는 것은 그 각의 cosine 값을 구하면 되므로, θ=20o, t=cosθ라면, cosine
3배각 공식에서,
1/2 |
= cos 3θ = 4cos3θ - 3cosθ |
|
= 4t3 - 3t |
즉, 8t3 - 6t - 1 = 0의 근을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방정식은 유리수 범위에서 인수분해되지 않으므로, 근은 적당한 유리수의 세제곱근들과 유리수들의 사칙으로 나타내어집니다. 그러면, 앞에서 보인 작도 가능한 수의 조건을 살펴보면 이 근은 작도 불가능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삼등분각의 작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실제로는 체론(field theory)의 깊은 정리들을 써서, 좀더 엄밀하고 세밀하게 증명합니다만, 증명의 대강은 이 정도로 충분하리라 봅니다.
자, 이제 이 결과를 이용하면 나머지 두 작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육면체의 부피를 두 배로 하는 것은, 2의 세제곱근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얻은 조건에 따르면, 이것은 불가능하죠. 따라서 이 작도 문제의 불가능도 증명이 됩니다.
마지막 남은, 원을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으로 고치는 문제는, √π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의 두 문제는, Wantzel이란 수학자가 작도
가능한 수의 조건을 구함으로써 해결했는데, 세 번 째 이 문제는 그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독일의 Lindemann이 π가
어떤 다항식의 근도 되지 않음을 보임으로써 마침내 삼대 작도 문제가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 원본 글이 있는 곳입니다.
puzzlist(박부성)님의 홈페이지에 있는 원본 글입니다.
http://puzzle.jmath.net/math/essay/trisec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