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과 세금
o 상속의 순위
재산상속과 관련하여 상속인들간에 다툼이 있거나, 사망한 사람에게 애인이 있어 자기 몫을 주장할 경우에는 상속인 상호간에 종종 고발이나 진정 등 분쟁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재산 상속 싸움이 일어나면 세무서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은닉재산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서 세금을 손쉽게 받을 수 있으므로 좋긴 하나, 인간적인 면에서는 동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상속세와 재산싸움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어느 가정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숨겨 놓은 예금액을 가지고 형제간에 싸움을 붙었는데, 자기 몫이 적은데 불만을 품은 동생이 세무서에 와서 형이 금고에 아버지의 은닉재산을 보관하고 있다고 고발하였다. 이에 세무서에서는 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려는데, 이번에는 시집간 딸이 와서 돌아가진 아버지가 수집한 유명한 화가의 그림 3점이 없어졌는데,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첩이 졸라대는 바람에 준 것 같으니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결국 금고에 숨겨놓은 재산은 가공 명의의 통장 10개에 총 예금액 6,000만원을 장남이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렇게 되자 장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실은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말씀드립니다만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없어졌는데, 여동생이 가져간 게 틀림없습니다”고 실토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세무서의 조사가 시작되었고, 은닉된 상속 재산 3억3,000만원이 드러나게 된 경우가 있었다.
일본에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30세 전후의 여자가 세무서에 찾아와 정부(情夫)가 살아 있을 때 물려주겠다고 약속한 그림이 있는데, 받지 못했으니 누가 받았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즉 남자가 투자 목적으로 동ㆍ서양의 유명 화가 그림들을 수집하여 왔던 바, 자신이 죽으면 그 중 3~4점을 물려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받지 못했는데, 시가가 4,000만엔 정도는 된다는 것이다. 이에 돌아가신 분의 장남에게 문의하니 부친이 그림을 남겨 놓은 것은 없다고 했으나, 이 말을 전해들은 그 여자는 돌아가신 분이 살아 있을 때에 친구 회사의 창고에 그림을 보관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창고에서 시가 2억엔에 달하는 12점의 그림을 찾아내서 상속세 5,000만엔을 추징하였으나, 유언의 근거가 없어서 그 여자에게는 그림이 한 점도 돌아가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민법에 의하면 피상속인(이하 ‘사망자’로 표시한다)의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ㆍ자매, 4촌 이내의 방계 혈족만이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사람(상속인)에 해당되며, 그 이외의 사람들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범위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특별 연고자인 사실혼의 배우자나 요양 간호자 등의 재산분여청구에 의해서 유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나누어주지 않는 한 유산 전부가 국가에 귀속된다.
물론 상속개시 시에 상속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다면 상속순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속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 여러 사람인 경우에는 재산상속에 따른 분쟁의 방지나 공익목적을 위해서도 상속인의 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상속순위는 민법규정에 의하여 다음 표와 같이 자동적으로 확정되는데, 재산분할은 동일 순위에서 배분이 완료되는데 동일 순위자가 여러 명 있으면 법률상 규정대로 배분 혹은 균등 배분하게 된다.
o 상속인의 순위
상속순위 |
세율 |
1순위
2순위
3순위
4순위
특별순위
최종순위 |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배우자
형제, 자매
4촌이내 방계혈족
특별연고자
국가 |
따라서 상속인의 범위에는 속했더라도 상속순위에 따라 실제의 상속자가 결정되므로, 앞 순위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뒷 순위에 해당되는 사람은 한푼의 상속도 받을 수 없다. 물론 사망자가 별도로 유언을 남긴 경우에는 법정 상속인의 순위나 분배비율에 관계없이 유언의 효력이 우선하므로(다만, 최소한의 법적 분배권한인 유류분(遺留分)제도가 있다) 유언대로 분배하지만, 유언이 없거나 불확실한 경우에는 이와 같이 분배하게 된다.
① 배우자의 0순위 및 단독상속
사망자의 배우자(법률상의 배우자)는 1순위인 사망자의 자녀(또는 손자녀)가 있는 경우에 자녀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 그러나 자녀는 없고, 2순위인 사망자의 부모나 조부모가 생존해 계신 경우에는 사망자의 부모(또는 조부모)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 그러나 자녀도 없고, 사망자의 부모나 조부모도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으로 재산상속을 받게 된다. 위와 같이 배우자는 1순위인 자녀와 같은 순위이면서도, 자녀가 없을 때에는 2순위인 사망자의 부모(또는 조부모)와도 순위가 같아지므로, 1순위이면서 2순위에도 낄 수 있는 0순위가 된다.
② 1순위:직계비속
1순위로 상속받을 수 있는 사람은 사망자의 직계비속인 자녀이다. 이때 자녀가 여러 사람인 경우에는 자녀 모두가 공동상속인이 된다. 이때 자녀는 자연혈족이건 법정혈족(양자 등)이건 또는 혼인 중의 출생자이건, 기혼이나 미혼이건 간에 아무런 차별이 없으며, 특수한 경우로서 상속개시당시에 태아가 포태되어 있는 경우에, 상속순위의 결정에 있어서는 이미 출생한 자녀로 보므로 유복자도 상속인이 된다.
③ 2순위:직계존속
사망자의 자녀나 손자녀와 같은 직계비속이 없을 때 사망자의 부모나 조부모와 같은 직계존속이 2순위에 해당된다. 물론 사망자의 부모가 생존해 있으면 조부모의 상속권은 자연히 상실된다. 그리고 부모 모두가 생존해 계실 경우에는, 부모 두분이 공동상속인이 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홀어머니의 외아들 한사람이 일찍 사업에 성공하여 큰 재산을 모았다. 늦으마기 결혼한 그 아들은 첫딸을 낳은 지 한달만에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아들을 잃은 이 어머니는 상심하여 평소 다니던 절에 가서 1년 동안이나 불공을 드리고 집으로 내려왔다. 그 때서야 그 시어머니는 모든 재산이 며느리와 손녀딸 앞으로 상속된 것을 알았다. 깜짝 놀란 시어머니는 며칠 밤을 며느리를 들볶아서 일부 재산에 대해서 상속포기를 받아내어 자기 명의로 상속등기를 했다. 그러자 관할세무서에서는 선순위 상속인인 며느리(손녀 포함)가 상속재산의 일부, 즉 특정한 재산만을 포기하고 동 재산을 이전한 것을 후순위 상속인인 사망자의 어머니(즉 시어머니)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시어머니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고 한다. 이때 만약 손녀가 없었더라면,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공동상속인이 되어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을 것이나, 손녀가 있었기 때문에 손녀와 며느리가 모든 상속재산을 물려받고 시어머니에게는 한푼도 돌아오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선순위인 단독상속인 또는 같은 순위의 공동상속인 전원이 민법에 따라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차 순위 상속인이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차 순위 상속인에게 상속세를 과세하게 된다. 그리고 기혼여성이 죽으면 자식과 남편이 가장 먼저 상속권을 갖게 되며, 만약에 자식도 남편도 없다면 재산은 모두 2순위인 친정부모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이때 시부모는 며느리에게 ‘인척’일 뿐, ‘직계존속’ 즉 ‘부모’는 아니므로 별도로 유언이 없는 한 상속권을 갖지 못한다. 설령 아들의 재산을 위의 예에서와 같이 며느리가 상속받아서 다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재산을 다시 상속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④ 3순위:형제ㆍ자매
사망자의 자녀도, 부모와 조부모도, 배우자도 없는 경우에는 사망자의 형제ㆍ자매가 3순위에 해당된다. 이때 형제ㆍ자매는 남녀, 기혼ㆍ미혼, 자연혈족과 법정혈족, 동복(同腹)과 이복(異腹)의 구별 없이, 형제ㆍ자매 모두가 공동상속인이 된다.
⑤ 4순위:4촌 이내의 방계 혈족
사망자의 자녀도, 부모와 조부모도, 배우자도 그리고 형제ㆍ자매도 없는 경우에는 사망자의 3촌부터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상속인의 4순위에 해당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3촌의 방계혈족이 있을 때는 4촌의 방계혈족은 상속인이 될 수 없다. 방계혈족의 예를 들면 3촌의 방계혈족으로는 백ㆍ숙부, 고모, 외숙부, 이모, 조카 등이 있으며, 4촌의 방계혈족으로는 종형제자매, 고종형제자매, 외종형제자매, 이종형제자매 등이 있고, 촌수가 같으면 공동상속인이 된다.
⑥ 특별 순위:특별 연고자
피상속인의 배우자ㆍ직계비속ㆍ직계존속ㆍ형제ㆍ자매ㆍ4촌 이내의 방계혈족 등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는 피상속인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사실혼의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요양간호를 한 사람 등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사람들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을 나누어주도록 청구할 수 있다.
⑦ 최종 순위:국가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사망자의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ㆍ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없고, 특별연고자의 재산 분여청구도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o 대습상속
상속권을 가진 직계비속과 형제ㆍ자매인 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였거나 상속권을 상실한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있을 때에는 사망한 상속인 또는 결격된 상속인의 순위에 따른 지분을 그의 자녀와 배우자가 상속을 받게 되는데, 이것을 대습(代襲)상속(민법 1003 ②)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가 사망하기 전에 아버지가 사망한 경우,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상속분을 손자가 받는 것 등이 있다. 이때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된 자의 배우자도 함께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그러나 배우자 사망 후 재혼한 아내(또는 남편)는 대습상속권이 없다.
대습상속에 관련된 사례 한가지를 소개한다.
1997년 8월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로 많은 탑승객들이 참변을 당했는데, 이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 중에는 인천제일상호신용금고의 이성철 회장과 일가족(배우자, 아들과 딸, 며느리, 친손자와 손녀, 외손녀) 등 7명도 끼어 있었다. 이와 같이 일가족 전원이 사망함에 따라 인천제일상호신용금고 등 1,000억원대가 훨씬 넘는 이회장 재산의 상속권자가 혼자 남은 사위냐, 그렇지 않으면 방계가족인 이회장의 형제들 7명이냐를 놓고 유산다툼이 벌어졌다. 이에 이회장의 형제 7명이 상속재산 1,000억원에 대한 인지세가 만만치 않아 우선 이회장의 150평 자택만을 놓고 사위인 김희태(36ㆍ한양대 의대 교수)씨를 상대로 낸 시험소송에서, 대법원 재판부는 2000년 3월 15일 민법상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로 규정돼 있으나, 직계비속이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대습상속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히고, 이회장과 상속인인 딸은 비행기 사고로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해야 하고, 이에 따라 대습상속원칙에 근거하여 사위에게 상속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유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과 직계비속이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대습상속의 원칙에 따라 상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도 사위인 김씨의 상속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앞서 1심(서울지법, 1998년 4월 3일)과 2심(서울고법, 1999년 2월 12일)에서도 모두 ㆍ대습상속 규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사위인 김씨에게 상속권이 있다ㆍ고 사위의 상속권을 인정한바 있다.
o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상속지분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공동으로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에, 각자의 배당률을 상속지분이라고 하는데, 이 지분에 따라서 사망자의 재산은 물론 부채(빚)도 물려받게 된다. 그러나 재산의 배분은 유언 상속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유산 분배에 관한 유언이 있으면 상속지분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상속지분은 사망자의 유언이 없을 때만 공동상속인들 간에 적용되는 것이다. 상속지분은 원칙적으로 같은 순위의 상속인에게 똑같이 배분된다. 즉 공동상속인이 자녀들이라면 남ㆍ여의 구별이나 장남ㆍ차남 또는 출가한 딸 등에 대하여 일체 구별하지 않고 똑같은 지분을 갖게 된다. 다만, 배우자에게는 다른 공동상속인의 지분에 5할을 더하여 주고 있다. 부모가 사망한 경우와 결혼한 자녀가 사망한 경우, 그리고 대습상속 시 상속인들의 법정 상속지분을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o 협의 상속
유언에 따라 상속지분을 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공동상속인들이 협의하여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다. 그러나 협의상속이 이루어지려면 공동상속인 전원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만일 공동상속인 중에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거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같이 공동상속인들이 전원 합의에 따라 상속된 경우는 상속개시부터 상속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 세법에서도 협의상속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협의에 의해서 상속지분보다 더 많이 받는 경우에도 이를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