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의료 실태
도시근로자보다 보험료 높아…19%가 혜택 못받아 요양보호사 방문 꺼려 노인장기요양보험 무용지물 공중보건의 대량 소집해제…보건진료소 공백 우려
2008년 보건복지부 업무자료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경우 전체 313개 중 22개만이 군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의 경우에도 군에 8.7%, 치과 7.0%, 한방의원이 8.8%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군에 위치한 의료기관들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응급의료기관도 권역·전문 응급의료센터 16개 및 6개소는 모두 도시지역에 있으며 군 지역에는 지역응급지역센터 4개소가 있을 뿐이다. 실제 손숙미 국회의원이 제기한 ‘응급의료 취약지 현황’에 따르면 응급의료서비스 취약지 86개 군 중 43개 군은 지역응급의료기관 조차 없어 경증 응급환자의 진료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경북 13개, 경남 9개, 전남 9개, 강원 7개, 전북 6개, 충북 6개 군에서는 산부인과가 없어 후계인력 공백을 부채질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같은 의료시설의 도시편중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제도 등 의료 지원체계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건강보험료의 경우 현재 보험료 부과체계가 직장건강보험은 개인소득 비례방식인데 반해 농민들에게 부과되는 지역건강보험은 소득과 재산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어서 농민의 건강보험료가 도시 근로자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건강보험 가입이나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18.9%에 이른다. 2008년 7월1일부터 고령이나 노인성 질환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 활동이나 가사를 지원키 위해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농촌지역의 경우 요양보호사들이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방문 자체를 꺼리거나 초과시간 근무시 별도 수당 지급 등 본인 부담이 커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 영농을 하면서 발생하는 농기계 사고, 농약중독 등 농작업 재해율이 2008년 기준 1.4%로, 산업 평균 0.7%보다 매우 높은 상황임에도 보상수준이 낮거나 일시금 보장방식이어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보건진료소의 업무 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군 면제를 통해 농촌에서 의료업무를 담당했던 공중 보건의가 대량 소집해제 됐기 때문이다. 이달 중으로 175명의 공중보건의가 소집 해제되고 충원을 하려도 해도 지원자가 크게 부족해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도 농민들에겐 큰 걱정거리다. 농촌진흥청의 농촌생활지표 조사에 따르면 농촌 주민 49.7%가 지난 1년간 지출한 의료에 대해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고, 농촌지역 의료 서비스 개선 사항 1순위로 ‘의료비 인하 및 지원(32.5%)을 꼽아 의료 서비스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 진단/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부처별 나눠진 정책 통합관리 급선무” 기본계획 수립시 지역특성 고려 소액보험사업 도입 적극 검토를
현재 농촌 의료정책은 농식품부의 삶의질 향상 대책(농어촌 서비스 기준), 보건복지부 농어촌보건복지기본계획이 있으나 보완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양부처의 기본계획 수립시 부처간 협조가 원활하지 못하고 이를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성되지 못해 계획 일부 내용이 중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키 위한 평가 및 모니터링 환류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못해 계획의 이행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지원이 정부 주도와 시설 및 설비 위주의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못했으며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정책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기본계획 수립시 지자체, 해당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만들어져야 한다. 여기에 현재의 평가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인센티브 제도도 확립해 평가 결과에 대한 환류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소액보험사업 도입 여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소액보험사업은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험가입시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일반 보험상품에 비해 낮은 보험료를 지불하고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어업인들의 소득이 일정치 않고 보험료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점에서 이 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농작업 재해 증가에 따라 농업인 안전공제의 보상수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농업인 재해보상 보험제도를 조속히, 도입 시행해야 한다.
●권춘화 창녕군 대합면 유산보건진료소장 “주민들 심신 건강 세심하게 챙기는 든든한 건강지킴이”
권춘화 창녕군 대합면 유산보건진료소 소장이 갑작스레 심한 감기를 앓게 돼 찾아온 방수태(64) 씨의 혈압을 재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농촌엔 노인들 접근이 용이한 의료시설이 절실합니다. 보건진료소와 같이 보건진료소를 더 설치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농어촌 맞춤형 방문 진료라도 확대해야 합니다.”
농촌 오지에서 시골 노인들의 건강지킴이로 28년째 한 길을 걸어온 권춘화(58) 창녕군 대합면 유산보건진료소 소장은 이와 같이 강조했다. 권 소장은 하루에 버스가 3번밖에 다니지 않는 대합면 유산·목단·구미·용산·용호·대곡 6개리 600여명(280가구)의 주민들 곁에서 함께 생활하며 건강을 돌보는 유일한 간호사다. 권 소장은 3년 전 유산보건진료소로 온 후 고령주민 만성질환 관리, 노인치매예방, 방문보건, 다문화가정 모자보건, 금연운동 등의 사업을 활발히 펼쳤다. 진료소 운영비를 아껴 보건달력, 응급처치세트, 찜질기를 집집마다 보급하기도 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권 소장은 방문 진료에 나선다. 경로당과 거동 불편한 독거노인 가구가 주 대상이다. 이날은 고혈압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도 하지만, 외로운 노인들의 소중한 말벗과 도우미가 돼 주는 날이다. 권 소장은 10여년 전 대한간호협회 보건진료위원회 전국회장으로 활동하며 농어촌 보건진료소 존폐논란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매듭짓게 했던 장본인이다. 그는 “1981년부터 생겨난 보건진료소는 과거 오지 초등학교 양호실 역할을 수행했고, 이젠 소외받는 농어촌 고령농민들의 건강관리 마지막 보루로 살갑게 다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소장은 “정부와 전국 상당수의 지자체가 농어촌 보건진료소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공보의가 있는 면단위 보건지소엔 간호조무사가 1명으로 준 곳이 많아 농어촌 맞춤형 방문 진료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농촌진흥청 농작업안전모델 시범사업 “작업 운반구 설치 힘은 적게 들면서 작업 능률은 높아져”
사업 3년차에 접어든 충북 청원군 강외면 쌍청2리 농민들이 농작업 개선차원에서 도입한 농산물 운반구를 갖고 오이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옛날엔 리어카로 끌고 이동하려면 허리 아프고 다리도 쑤셨지만 작업운반구 설치로 힘 적게 들죠, 일 능률도 높아졌죠” 올해 농작업안전모델 시범사업 3년차에 들어간 충북 청원군 강외면 쌍청2리 홍이선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오이, 애호박이 주 작목인 이 마을은 사업의 일환으로 작년에 작업운반구, 레일, 비료살포기 등을 구입해 노동 강도를 줄이는 한편 일 능률도 향상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는 충북대병원과 협약을 통해 정기적인 진찰 및 건강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현철 총무는 “작업시설과 장비를 개선, 보완하면서 농부증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면서 “타 마을에서도 높은 관심과 함께 사업 참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농민들이 각종 농기자재 및 농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농작업 재해율도 늘어나자 농진청은 농작업안전모델 시범사업을 통해 한 마을당 3년 동안 총 2억원(국비, 지방비 각 50%)을 지원, 농민들의 건강과 작업 환경을 진단하는 한편 건강 교육, 농작업 환경개선, 운동프로그램 등 농작업 유해 환경을 개선해 오고 있다. 2006년부터 2011년 현재까지 전국 71개 마을이 선정,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농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데, 실제 농진청 2008년~2010년 3년차 14개 마을에 대한 평가 및 성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마을에 꼭 필요한 사업(89.1%)’ 등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농진청 지도개발과 홍창우 박사는 “농민들의 농작업 질병과 건강관리에 대한 유일한 사업인 만큼 정부 부처 차원의 사업으로 확대하고 이 분야 전문가 양성 및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학계 및 전문가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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