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놀이 및 휴가 문화를 가르쳐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캠핑 가서도 심야엔 노는 사람 없어
건넛집 다비드 가족이 휴가를 떠났다. 처음엔 몽땅 짐을 꾸려 이사가는 줄 알았다. 아빠, 엄마, 아들 이렇게 세 식구밖에 안 되는데 자동차 뒤에는 짐 싣는 보조 상자를 달았고, 자동차 지붕 위엔 자전거 세 대를 얹었다.
한 달 휴가를 가야 하니 도마며, 식칼, 이부자리까지 온갖 가재도구를 싣는 바람에 뒷좌석에 앉은 일곱 살 다비드의 얼굴이 짐에 파묻혀 보이질 않았다. 운전석에 앉으면 룸미러로 뒤가 안 보일 정도라 “저러고도 무사히 운전해서 갈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러웠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는 걸 보면 휴가지에 잘 도착한 모양이다.
여름 휴가철이다. ‘프랑스=바캉스’라는 등식이 성립될 만큼 여름휴가만큼은 확실하게 챙기는 나라다. 프랑스 사람들도 3명 중에 1명꼴로는 형편이 안 돼, 또는 일이 바빠 휴가를 못 간다지만 전국민의 3명 중 2명이 바캉스를 챙길 만큼 거국적인 여름 행사다.
지난 여름엔 더 재미있는 광경도 봤다. 동네 모퉁이에 살던 노숙자가 대로변에 ‘칸 갑니다. 직행 바람’하고 쓴 종이를 내걸고 앉아 있었다. 붉은색 재킷에, 초록색 바지까지 갖춰 입었다. 가진 옷 중에 가장 변변한 것으로 한껏 멋을 내고 칸까지 태워줄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1년 365일 일하지 않고 지내는 노숙자인데도 여름에는 파리를 떠나 휴양지 칸으로 가겠다는 걸 보니, 휴식과 일상의 탈출은 사치나 여유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상의 영양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제에, 1년에 5주 넘는 휴가가 있는 나라다. OECD 국가 중에 근로시간은 제일 짧고, 대신 노는 시간은 제일 긴 나라 중 하나다. 그만큼 휴가 인프라도, 휴가 문화의 노하우도 갖춰져 있다는 뜻도 된다.
여름휴가를 앞두고는 신문 가판대의 부동산 잡지 코너에서 시골집이나 아파트를 일주일 단위로 빌려주는 광고를 모은 책들을 손쉽게 살 수 있다. 전국에 산재한 민박집이나 캠핑장도 호텔처럼 시설 등급이 매겨져 있다.
바캉스 문화도 앞서 말한 다비드네처럼 이삿짐 수준으로 잔뜩 챙겨가는 알뜰 휴가가 대부분이다. 휴가지 풍경도 “이게 휴가 온 사람들 맞나” 하고 느껴질 만큼 조용하다. 프랑스 전역에 저렴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 많다. 방갈로며, 이동주택도 빌려 주고 텐트 칠 공간이나 캠핑카를 세워두고 며칠씩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해 주며, 수영장이나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갖춘 곳이다.
지난 여름 사설 캠핑장에 하루 머문 적이 있는데 밤 10시가 되니 일제히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 적막이 흘렀다. 캠핑장도 안전을 위해 밤 10시가 되니 출입문을 통제했다. 휴가지인데도 밤늦게까지 쿵짝쿵짝 음악소리 들리고 네온사인 번쩍이는 유흥시설도 없었고, 놀러 왔다고 들떠서 밤늦게까지 안 자고 뛰어노는 아이들도 없었다. 그래서 파리에서 생활할 때와 마찬가지로 소음이 날까 봐 밤늦게 샤워하거나 설거지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아니, 놀러 왔지, 잠자러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로 쉬고 잠자러 온 게 맞았다.
휴가 가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낮 시간에는 일 대신 가족들과 스포츠를 즐기고 근처 관광지나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더 건강하게 일상으로 되돌아갈 몸과 마음의 채비를 갖춘다. 일상에서 해방된 사람처럼 휴가를 만끽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일상처럼, 그러면서 내일 맞을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면서 조용히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선닷컴 와플 레터 2006 08 24 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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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정말 아이들에게 올바른 놀이 문화와 휴가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우리는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가거나 체험학습을 가도 밤새 한 맺힌 것처럼 놀고 옆집이나 옆방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피서지는 쓰레기 몸살을 앓고 밤새 폭죽과 술 파티로 시끄럽다. 특히 해변 백사장은 각종 오물과 술병 등이 난무한다. 올해도 그랬단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학교교육에서도 인권이라는 미명하에 정말로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있으며 교육을 하는 사람들도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그런 메타인지적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전문성과 배려가 부족한 듯하다. 진정으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휴가와 놀이문화를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