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函)은 혼례를 앞두고 신랑 집이 신부 집에 채단과 혼서지(婚書紙)를 넣어 보내는 상자를 의미한다. 함이란 본래 옷이나 물건을 넣어두는 상자를 말하지만 우리에겐 혼인의 절차로서의 의미가 더욱 커 주로 전자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함을 보내는 것을 납폐(納幣)라 하는데 이는 전통 혼례에서 폐백을 보낸다는 뜻으로 혼인을 허락한 신부 집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는다.
여기에는 신부가 혼례 날 입을 옷감인 채단과 패물, 혼서지를 넣는다. 보통 혼서와 함께 채단만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부유한 가정에서는 옷감을 더 넣어 보내기도 했다. 함 속 물건들은 가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짝을 안 맞춘다 해서 치맛감 한 감에 저고릿감 두 감, 혹은 치맛감 두 감에 저고릿감 세 감을 넣기도 하였다. 또한, 지방에 따라 노란 저고릿감을 넣거나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물건을 넣기도 했다.
함은 택일이 결정되면 양가의 허혼 절차인 사주단자와 함께 신부 집으로 보내게 된다. 이것은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첫 선물이므로 무엇이 들었는가에 따라 신부에 대한 대접의 정도를 판단하기도 한다.
또한 상자만으로도 공식적인 혼례의 시작을 상징하며 혼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조선 숙종 때 이재가 관혼상제에 관한 제도와 절차를 모아 엮은 〈사례편람(四禮便覽)〉에는 “예물을 보낼 때는 적어도 두 가지는 하되 열 가지를 넘어서는 안 된다. 또 재물을 앞세우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으로 하라”고 기록되어 있다.
출처 : 웨딩21 함은 귀하게 여겨지던 오동나무 함을 최고로 여겼다. 근래에는 은행나무 함이나 한지에 다홍빛 물감을 들인 지함, 나전칠기 함 등을 이용한다.
함을 받은 신부 집에서는 받은 함을 떡이 가득 담겨 있는 시루 위에 올려놓은 후 친지 중 가장 덕이 있고 복이 많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함을 개봉했다. 어느 지방에서는 간소한 상차림 위에 그 함을 올려놓고 조상께 고하는 예를 올린 후 역시 친지 중 가장 덕과 복이 있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개봉했다.
이때 떡이 담겨 있는 시루에 함을 올려놓는 것은 떡과 고물처럼 서로가 어우러져 잘살기를 기원한 것이라 한다.
함을 신부의 어머니가 여는 풍습도 있다. 신부의 어머니가 손을 함 안에 넣어서 홍단을 먼저 집어내면 첫아들을 낳고, 청단을 먼저 집어내면 첫 딸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귀중한 함을 들여보내는 함진아비
함진아비란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보내는 함을 지고 가는 사람을 말하며 혼수아비라고도 불린다.
원래 신랑 집의 하인이나 사람을 사서 보냈는데 이때 예를 다하여 신부 집으로 함을 들여갔다. 함진아비에게서 함을 전해 받은 신부 집에서는 친지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간단한 절차를 지냈다.
내용물이 꾸며진 함은 함진아비가 메고 갈 수 있도록 무명필로 어깨 끈을 만든다. 무명 8자로 된 함질 끈을 마련하여 석 자는 땅에 끌리게 하고, 나머지는 고리를 만들어 함을 지도록 한다.
요즘은 함진아비로 신랑의 친구나 가까운 친족들이 직접 메고 신부 집을 찾는다. 함진아비는 신성한 결혼을 준비할 수 있는 채단과 예물이 들어 있는 함을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중하고도 예를 다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 전통의 함 들이기의 기본인 것이다.
함진아비는 함을 도중에 내려놓지 않고 신부 집까지 가는 역할을 한다. 함진아비는 신랑 친구 중 부부간의 금실이 좋고 첫아들을 낳은 친구에게 부탁한다. 처음 얼굴에 검정 칠을 해야 잡귀를 막는다고 생각했는데, 현대에 오며 오징어 가면을 쓰는 것으로 변형되었다.
함진아비를 앞세워 친한 친구들이 모여 신부 집 동네 어귀에서 함 팔기가 시작되는데, 동네 사람들 모두가 떠들썩하게 즐기고 축하해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다.
신부 집에서는 함진아비 일행에게 정성 어린 식사와 술대접, 노자까지 챙겨주는 풍습이 있다. 요즘은 함값에 대한 부담으로 함 들이기가 간소화되어 신랑이 직접 함을 메고 가는 것이 느는 추세다.
함 속을 채우는 물목
함 속은 제일 먼저 바닥에 깨끗한 한지를 깔고 오곡주머니를 넣는다. 이 오곡주머니는 우리나라 고유의 상서로운 오방색에 기인한 것.
청색 주머니에는 며느리의 심성이 부드럽기를 바라는 노란 콩, 홍색 주머니에는 잡귀나 부정을 쫓는 팥, 연두 주머니에는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바라는 숯, 분홍 주머니에는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고 질긴 인연을 바라는 찹쌀, 황색 주머니에는 자손과 가문의 번창을 뜻하는 목화씨를 넣어 만든다.
노란 주머니를 가운데에 놓고 나머지 주머니들을 네 귀퉁이에 놓는다. 그 외에도 지방의 관습에 따라 의미 있는 것을 넣기도 했다.
그 예로 잡귀를 물리친다는 고추씨나 일부종사를 의미하는 차 등을 넣기도 한다.
채단(采緞)
오곡주머니 위에 넣는 청홍 양단을 채단이라 한다. 채단은 납폐 때 함에 넣어 보내는 예물을 말하는 것으로, 비단을 썼기 때문에 채단이라 불린다.
채단은 청단(靑緞)과 홍단(紅緞)의 2단으로 준비한다. 청색 치맛감은 홍색 종이에 싸서 청색 명주 타래실로 묶고, 홍색 치맛감은 청색 종이에 싸서 홍색 명주 타래실로 묶는데 이는 음양의 결합과 조화를 의미한다.
묶는 방법은 신랑 신부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는 뜻으로 동심결(同心結)을 한다.
평생을 간직할 문서, 혼서(婚書)
혼인이 거짓이 아님을 뜻하는 증표인 혼서지는 신랑의 아버지가 직접 써서 사당에 고한 다음 검정 겹보자기에 싸서 함께 넣는다.
혼인을 정식으로 청하는 문서, 혼서지. 이것은 함 속의 물건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혼서지는 신랑의 아버지가 신부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로 “귀한 따님을 곱게 키워서 부족한 자식과 짝을 지어주시니 은혜가 감사하고도 송구스럽다”는 깍듯한 내용이다.
이는 평생을 간직해야 하는데, 귀밑머리 푼 본처만이 시아버지에게 직접 받는 것으로 ‘혼서지가 있는 초가삼간과, 혼서지가 없는 고대광실의 안방’ 중에서 당연히 전자를 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이 있었다.
혼서는 신부에게 무척 소중한 것으로 일부종사의 의미로 일생 동안 간직했다가 죽을 때 관 속에 넣어 간다고 한다.
바람피우며 밖을 나도는 남편을 둔 조강지처가 남편이 없어도 혼서지를 껴안고 평생 자존심을 지키며 위안을 삼았다는 사극 속의 이야기에서도 혼서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혼서는 깨끗하고 두꺼운 종이에 써서 봉투에 넣어 네 귀퉁이가 금박으로 장식된 검정 겹보자기로 싸되 검정이 밖으로 나오게 포장한다. 혼서는 종이를 규격으로 자르고 아홉 칸으로 접어 필묵으로 정성껏 쓰고 양쪽 끝에서 가운데로 모아 접어서 봉투에 넣는다. 이때 아래와 위를 봉하면 안 되고 네 귀에 금전지를 단 보자기에 싸서 상, 중, 하에 근봉이라고 쓴 봉함지를 끼운다.
정성과 예의 마지막 함 싸는 법
홍단을 먼저 넣고 그 위에 청단을 넣은 뒤 종이를 덮는다. 그 위에 곧고 깨끗하게 다듬은 싸리나무 가지나 수숫대를 사용하여 혼숫감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한다. 이때 왼쪽 상단 싸릿대에 쌍가락지를 묶어 넣은 후 주머니를 매달아 고정하고 뚜껑을 덮는다. 이것을 다시 붉은 보자기로 싸되 네 귀를 맞춰 싸매고, 남은 귀를 모아 매듭에 근봉(謹封)이라고 쓴 봉합지를 끼운 후 20마 정도의 무명천으로 함 끈을 매게 된다. 함 끈 역시 한 번만 잡아당기면 매듭이 풀리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두 사람의 앞날이 술술 풀리도록 매듭을 묶지 않는 것이다.
부부의 화합을 기원하는 봉채떡
함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음식 봉채떡. 봉채떡은 찹쌀 3되에 붉은 팥 1되를 고물로 하여 시루에 2켜만 안친다.그 위 켜 중앙에 대추 7개와 밤을 둥글게 박아 함이 들어올 시간에 맞추어 찐다.
함이 오면 시루 위에 놓고 북향으로 두 번 절한 다음 함을 연다. 봉채떡을 찹쌀로 하는 것은 부부의 금실이 찰떡처럼 화합하여 잘살기를 기원하는 뜻이며 붉은 팥고물은 액을 면하게 되기를 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추와 밤은 자손 번창을 상징하며 떡을 2켜만 안치는 것은 부부 한 쌍을 뜻한다. 찹쌀 3되와 대추 7개의 숫자는 길함을 나타낸다.
대추와 밤은 따로 떠 놓았다가 혼인 전날 신부가 먹게 한다. 떡은 신부의 밥그릇에 담아두었다가 신부에게 먹이는데 이는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풍습에서 전해진 것이다.
납폐를 받는 방법과 절차
신부 집에서 함을 받을 때는 대청에 화문석을 깔고 병풍을 둘러친 후 홍색 보자기를 덮은 교자상을 내 놓는다. 봉채떡을 시루에 싸고 이것을 시루째 상 위에 올린다.
함은 신부의 부모가 받고 가능하면 한복을 입는 것이 좋다. 이때 신부의 아버지는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어야 한다. 신부는 처녀의 마지막 날을 위해 노랑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어 앳된 모습을 과시한다.
신랑 측의 일행이 신부 집에 도착하면 신부의 아버지가 병풍 앞에 상을 향해서 선다.
신부 측 집사가 신랑 측 일행을 도와주고, 신랑 측 집사는 상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서고, 함진아비는 집사의 오른쪽 뒤쪽에서 동쪽을 향해서 서게 된다. 이때 신부 측 집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해서 서게 된다.
신랑 측의 집사가 신부 측 집사에게 혼서함을 건네준다. 신부 측의 집사가 혼서함을 펴서 신부의 아버지에게 받들어 올리게 된다. 신부 아버지는 혼서를 봉투에서 정중하게 꺼낸 다음 다시 봉투에 넣어 집사에 건네주고 혼서를 전해 받은 집사는 혼서함을 묶는다.
신부의 아버지는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납폐를 받겠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신부 측 집사가 서쪽에 와서 신랑 측 집사와 함께 함진아비의 함을 벗긴 다음 상 위의 떡시루 위에 올려놓는다. 이때, 함진아비가 함을 벗지 않으려고 실랑이를 부린다. 양측 집사와 함진아비가 상의 남쪽으로 이동한 다음 북향을 향하여 서게 된다. 신부의 아버지는 상의 동쪽 자리로 간 다음, 상을 향해 두 번 절을 한다. 조상의 위폐 앞에 함을 옮겨두고 신부 측 집사는 신랑 측 집사를 정중하게 접대한다.
우리의 전통 혼례보다 서양의 결혼 문화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요즘, 예전에 비해 간소화되긴 했지만 혼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 함 문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요즘 함 속을 들여다보면 채단 외에도 정장 한 벌과 화장품 세트,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선물하는 가락지, 예물 세트와 함께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이 들어가기도 한다. 좀더 효율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선물하기 위해 금액의 한도를 정해 함께 쇼핑을 하거나 목록을 작성하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함은 음과 양이 교차하는, 해가 진 이후 함진아비가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히고 신부의 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함을 받는 날짜는 결혼 한 달 전에서 일주일 사이 자유롭게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주말 저녁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지나친 함값을 요구하는 바람에 즐거운 잔치여야 할 곳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서로 기분이 상하거나, 너무 늦은 시간 함을 팔아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우리의 혼례 문화 속 함의 전통적인 의미를 잃게 하거나 왜곡시키는 행동이니 주의하도록 하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첫 선물이라 더욱 의미 깊은 혼례함. 옛부터 혼례를 인륜지대사로 여기던 우리네 조상들의 깊은 뜻이 변질되지 않도록 그 의미와 뜻을 마음속에 새겨두자.
함(函)은 혼례를 앞두고 신랑 집이 신부 집에 채단과 혼서지(婚書紙)를 넣어 보내는 상자를 의미한다. 함이란 본래 옷이나 물건을 넣어두는 상자를 말하지만 우리에겐 혼인의 절차로서의 의미가 더욱 커 주로 전자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함을 보내는 것을 납폐(納幣)라 하는데 이는 전통 혼례에서 폐백을 보낸다는 뜻으로 혼인을 허락한 신부 집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는다.
여기에는 신부가 혼례 날 입을 옷감인 채단과 패물, 혼서지를 넣는다. 보통 혼서와 함께 채단만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부유한 가정에서는 옷감을 더 넣어 보내기도 했다. 함 속 물건들은 가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짝을 안 맞춘다 해서 치맛감 한 감에 저고릿감 두 감, 혹은 치맛감 두 감에 저고릿감 세 감을 넣기도 하였다. 또한, 지방에 따라 노란 저고릿감을 넣거나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물건을 넣기도 했다.
함은 택일이 결정되면 양가의 허혼 절차인 사주단자와 함께 신부 집으로 보내게 된다. 이것은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첫 선물이므로 무엇이 들었는가에 따라 신부에 대한 대접의 정도를 판단하기도 한다.
또한 상자만으로도 공식적인 혼례의 시작을 상징하며 혼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조선 숙종 때 이재가 관혼상제에 관한 제도와 절차를 모아 엮은 〈사례편람(四禮便覽)〉에는 “예물을 보낼 때는 적어도 두 가지는 하되 열 가지를 넘어서는 안 된다. 또 재물을 앞세우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으로 하라”고 기록되어 있다.
출처 : 웨딩21 함은 귀하게 여겨지던 오동나무 함을 최고로 여겼다. 근래에는 은행나무 함이나 한지에 다홍빛 물감을 들인 지함, 나전칠기 함 등을 이용한다.
함을 받은 신부 집에서는 받은 함을 떡이 가득 담겨 있는 시루 위에 올려놓은 후 친지 중 가장 덕이 있고 복이 많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함을 개봉했다. 어느 지방에서는 간소한 상차림 위에 그 함을 올려놓고 조상께 고하는 예를 올린 후 역시 친지 중 가장 덕과 복이 있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개봉했다.
이때 떡이 담겨 있는 시루에 함을 올려놓는 것은 떡과 고물처럼 서로가 어우러져 잘살기를 기원한 것이라 한다.
함을 신부의 어머니가 여는 풍습도 있다. 신부의 어머니가 손을 함 안에 넣어서 홍단을 먼저 집어내면 첫아들을 낳고, 청단을 먼저 집어내면 첫 딸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귀중한 함을 들여보내는 함진아비
함진아비란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보내는 함을 지고 가는 사람을 말하며 혼수아비라고도 불린다.
원래 신랑 집의 하인이나 사람을 사서 보냈는데 이때 예를 다하여 신부 집으로 함을 들여갔다. 함진아비에게서 함을 전해 받은 신부 집에서는 친지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간단한 절차를 지냈다.
내용물이 꾸며진 함은 함진아비가 메고 갈 수 있도록 무명필로 어깨 끈을 만든다. 무명 8자로 된 함질 끈을 마련하여 석 자는 땅에 끌리게 하고, 나머지는 고리를 만들어 함을 지도록 한다.
요즘은 함진아비로 신랑의 친구나 가까운 친족들이 직접 메고 신부 집을 찾는다. 함진아비는 신성한 결혼을 준비할 수 있는 채단과 예물이 들어 있는 함을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중하고도 예를 다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 전통의 함 들이기의 기본인 것이다.
함진아비는 함을 도중에 내려놓지 않고 신부 집까지 가는 역할을 한다. 함진아비는 신랑 친구 중 부부간의 금실이 좋고 첫아들을 낳은 친구에게 부탁한다. 처음 얼굴에 검정 칠을 해야 잡귀를 막는다고 생각했는데, 현대에 오며 오징어 가면을 쓰는 것으로 변형되었다.
함진아비를 앞세워 친한 친구들이 모여 신부 집 동네 어귀에서 함 팔기가 시작되는데, 동네 사람들 모두가 떠들썩하게 즐기고 축하해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다.
신부 집에서는 함진아비 일행에게 정성 어린 식사와 술대접, 노자까지 챙겨주는 풍습이 있다. 요즘은 함값에 대한 부담으로 함 들이기가 간소화되어 신랑이 직접 함을 메고 가는 것이 느는 추세다.
함 속을 채우는 물목
함 속은 제일 먼저 바닥에 깨끗한 한지를 깔고 오곡주머니를 넣는다. 이 오곡주머니는 우리나라 고유의 상서로운 오방색에 기인한 것.
청색 주머니에는 며느리의 심성이 부드럽기를 바라는 노란 콩, 홍색 주머니에는 잡귀나 부정을 쫓는 팥, 연두 주머니에는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바라는 숯, 분홍 주머니에는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고 질긴 인연을 바라는 찹쌀, 황색 주머니에는 자손과 가문의 번창을 뜻하는 목화씨를 넣어 만든다.
노란 주머니를 가운데에 놓고 나머지 주머니들을 네 귀퉁이에 놓는다. 그 외에도 지방의 관습에 따라 의미 있는 것을 넣기도 했다.
그 예로 잡귀를 물리친다는 고추씨나 일부종사를 의미하는 차 등을 넣기도 한다.
채단(采緞)
오곡주머니 위에 넣는 청홍 양단을 채단이라 한다. 채단은 납폐 때 함에 넣어 보내는 예물을 말하는 것으로, 비단을 썼기 때문에 채단이라 불린다.
채단은 청단(靑緞)과 홍단(紅緞)의 2단으로 준비한다. 청색 치맛감은 홍색 종이에 싸서 청색 명주 타래실로 묶고, 홍색 치맛감은 청색 종이에 싸서 홍색 명주 타래실로 묶는데 이는 음양의 결합과 조화를 의미한다.
묶는 방법은 신랑 신부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는 뜻으로 동심결(同心結)을 한다.
평생을 간직할 문서, 혼서(婚書)
혼인이 거짓이 아님을 뜻하는 증표인 혼서지는 신랑의 아버지가 직접 써서 사당에 고한 다음 검정 겹보자기에 싸서 함께 넣는다.
혼인을 정식으로 청하는 문서, 혼서지. 이것은 함 속의 물건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혼서지는 신랑의 아버지가 신부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로 “귀한 따님을 곱게 키워서 부족한 자식과 짝을 지어주시니 은혜가 감사하고도 송구스럽다”는 깍듯한 내용이다.
이는 평생을 간직해야 하는데, 귀밑머리 푼 본처만이 시아버지에게 직접 받는 것으로 ‘혼서지가 있는 초가삼간과, 혼서지가 없는 고대광실의 안방’ 중에서 당연히 전자를 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이 있었다.
혼서는 신부에게 무척 소중한 것으로 일부종사의 의미로 일생 동안 간직했다가 죽을 때 관 속에 넣어 간다고 한다.
바람피우며 밖을 나도는 남편을 둔 조강지처가 남편이 없어도 혼서지를 껴안고 평생 자존심을 지키며 위안을 삼았다는 사극 속의 이야기에서도 혼서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혼서는 깨끗하고 두꺼운 종이에 써서 봉투에 넣어 네 귀퉁이가 금박으로 장식된 검정 겹보자기로 싸되 검정이 밖으로 나오게 포장한다. 혼서는 종이를 규격으로 자르고 아홉 칸으로 접어 필묵으로 정성껏 쓰고 양쪽 끝에서 가운데로 모아 접어서 봉투에 넣는다. 이때 아래와 위를 봉하면 안 되고 네 귀에 금전지를 단 보자기에 싸서 상, 중, 하에 근봉이라고 쓴 봉함지를 끼운다.
정성과 예의 마지막 함 싸는 법
홍단을 먼저 넣고 그 위에 청단을 넣은 뒤 종이를 덮는다. 그 위에 곧고 깨끗하게 다듬은 싸리나무 가지나 수숫대를 사용하여 혼숫감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한다. 이때 왼쪽 상단 싸릿대에 쌍가락지를 묶어 넣은 후 주머니를 매달아 고정하고 뚜껑을 덮는다. 이것을 다시 붉은 보자기로 싸되 네 귀를 맞춰 싸매고, 남은 귀를 모아 매듭에 근봉(謹封)이라고 쓴 봉합지를 끼운 후 20마 정도의 무명천으로 함 끈을 매게 된다. 함 끈 역시 한 번만 잡아당기면 매듭이 풀리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두 사람의 앞날이 술술 풀리도록 매듭을 묶지 않는 것이다.
부부의 화합을 기원하는 봉채떡
함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음식 봉채떡. 봉채떡은 찹쌀 3되에 붉은 팥 1되를 고물로 하여 시루에 2켜만 안친다.그 위 켜 중앙에 대추 7개와 밤을 둥글게 박아 함이 들어올 시간에 맞추어 찐다.
함이 오면 시루 위에 놓고 북향으로 두 번 절한 다음 함을 연다. 봉채떡을 찹쌀로 하는 것은 부부의 금실이 찰떡처럼 화합하여 잘살기를 기원하는 뜻이며 붉은 팥고물은 액을 면하게 되기를 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추와 밤은 자손 번창을 상징하며 떡을 2켜만 안치는 것은 부부 한 쌍을 뜻한다. 찹쌀 3되와 대추 7개의 숫자는 길함을 나타낸다.
대추와 밤은 따로 떠 놓았다가 혼인 전날 신부가 먹게 한다. 떡은 신부의 밥그릇에 담아두었다가 신부에게 먹이는데 이는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풍습에서 전해진 것이다.
납폐를 받는 방법과 절차
신부 집에서 함을 받을 때는 대청에 화문석을 깔고 병풍을 둘러친 후 홍색 보자기를 덮은 교자상을 내 놓는다. 봉채떡을 시루에 싸고 이것을 시루째 상 위에 올린다.
함은 신부의 부모가 받고 가능하면 한복을 입는 것이 좋다. 이때 신부의 아버지는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어야 한다. 신부는 처녀의 마지막 날을 위해 노랑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어 앳된 모습을 과시한다.
신랑 측의 일행이 신부 집에 도착하면 신부의 아버지가 병풍 앞에 상을 향해서 선다.
신부 측 집사가 신랑 측 일행을 도와주고, 신랑 측 집사는 상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서고, 함진아비는 집사의 오른쪽 뒤쪽에서 동쪽을 향해서 서게 된다. 이때 신부 측 집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해서 서게 된다.
신랑 측의 집사가 신부 측 집사에게 혼서함을 건네준다. 신부 측의 집사가 혼서함을 펴서 신부의 아버지에게 받들어 올리게 된다. 신부 아버지는 혼서를 봉투에서 정중하게 꺼낸 다음 다시 봉투에 넣어 집사에 건네주고 혼서를 전해 받은 집사는 혼서함을 묶는다.
신부의 아버지는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납폐를 받겠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신부 측 집사가 서쪽에 와서 신랑 측 집사와 함께 함진아비의 함을 벗긴 다음 상 위의 떡시루 위에 올려놓는다. 이때, 함진아비가 함을 벗지 않으려고 실랑이를 부린다. 양측 집사와 함진아비가 상의 남쪽으로 이동한 다음 북향을 향하여 서게 된다. 신부의 아버지는 상의 동쪽 자리로 간 다음, 상을 향해 두 번 절을 한다. 조상의 위폐 앞에 함을 옮겨두고 신부 측 집사는 신랑 측 집사를 정중하게 접대한다.
우리의 전통 혼례보다 서양의 결혼 문화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요즘, 예전에 비해 간소화되긴 했지만 혼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 함 문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요즘 함 속을 들여다보면 채단 외에도 정장 한 벌과 화장품 세트,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선물하는 가락지, 예물 세트와 함께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이 들어가기도 한다. 좀더 효율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선물하기 위해 금액의 한도를 정해 함께 쇼핑을 하거나 목록을 작성하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함은 음과 양이 교차하는, 해가 진 이후 함진아비가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히고 신부의 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함을 받는 날짜는 결혼 한 달 전에서 일주일 사이 자유롭게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주말 저녁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지나친 함값을 요구하는 바람에 즐거운 잔치여야 할 곳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서로 기분이 상하거나, 너무 늦은 시간 함을 팔아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우리의 혼례 문화 속 함의 전통적인 의미를 잃게 하거나 왜곡시키는 행동이니 주의하도록 하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첫 선물이라 더욱 의미 깊은 혼례함. 옛부터 혼례를 인륜지대사로 여기던 우리네 조상들의 깊은 뜻이 변질되지 않도록 그 의미와 뜻을 마음속에 새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