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선의로 약간의 긴장을 주고 싶었어요. 부인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면 아직도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새로 일어서 보겠다는 의지는 그런 공간을 조금 비워 놓게 되는 마음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고 얼마 되지않는 기간이지만 진심이 오고 간 것을 느꼈기 때문에 긴장을 시켜보면 반응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어요.
주기적으로 하던 연락을 끊어 버렸어요.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겠지 하고 궁금해 했나 봐요.
그러다가 자신이 무슨 상처를 준 것이 아닐까 되돌아 보더라구요. 과거의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은 외강내유 성격입니다. 겉으로는 강한 것 같지만 실지는 여린 것이지요. 그 현상이 새로 만남을 가진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생기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던 것 같아요. 모처럼 속내를 조금이라도 털어놓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것조차 잃어버리면 막막한 심정이 될 것 같은 초조함 같았어요. 소심하고 이성을 쉽게 사귀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여성들이 그런 것 같아요.
젊은 사람이면 덜하겠지만 나이가 있는 황혼기의 부인들은 특히 더 초조해지지 않을까요. 너무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뭐하는 짓인가 자각하게 되어 만남이나 연락하는 일을 체념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인이 전화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일주일 만이었어요.
“선생님, 제가 상처를 준 것 아닌가 했어요. 사과드릴게요.”
“그렇지 않아요. 저도 조금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부인의 체면을 살려줘야 하니까 약간 얼버무렸습니다.
그리고는 대화의 방향전환을 했습니다. 전혀 그전의 분위기를 떠올리지 않게 유쾌한 목소리로 제안을 했지요.
“우리 마지막 단풍놀이를 해 볼까요?”
“네,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