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산과 문경새재
(경상북도 문경시)
세속의 짐 내려놓고 꿈결처럼 평화로운 풍경을 걷는다.
문경시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장벽처럼 주봉(1075m)과 영봉(1106m)의 두 봉우리로 가파른 산세를 나타내고 있는 주흘산은 영남대로의 관문인 문경새재를 가운데 두고 조령산과 마주하며 우뚝 솟아있다. 우리나라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산이며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인 주흘산의 산 이름은 우뚝 선 우두머리 산이라는 말로 산세가 웅장하고 장대하게 뻗어있다.
주흘산 산세는 학이 날개를 펼치며 날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주봉에 세워진 표지석 자리가 학의 머리에 해당한다. 영남이라는 말은 충청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백두대간 고개인 조령을 기준으로 조령의 남쪽에 있다 하여 영남이라 부른다.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역사의 현장 문경새재는 백두대간 산줄기를 넘어가는 영남대로의 가장 험준한 고개이다.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14년(1414년)에 만든 고갯길로 영남에서 한양에 갈 때 가장 빨리 가는 길이었다.
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이 있고 경상도 선비들의 과거 길로서 수많은 설화가 내려오고 민속적 가치가 큰 옛길이다. 지금도 주막터, 각종 비석 등이 옛길을 따라 남아있다.
본래 새재에는 관문이 없었다. 문경새재는 국방상 중요한 요충지라 임진왜란 후 주흘관(1관문) 조곡관(2관문) 조령관(3관문)의 3개의 관문을 설치하여 국방의 요새로 삼았다.
주흘산 주차장서 스트레칭을 한 다음 산행이 시작된다(7:59). 관리사무소와 새재 박물관을 지나 조령계곡과 벗 삼아 나아간다. 옛날 영남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걸었던 널찍한 평지 길을 천천히 걸어가니 제 1관문 주흘관이 나타난다(8:20). 이정표 푯말에 여궁폭포 0.8km, 혜국사 2km, 2관문 3km, 3관문 6.5km, 대궐터 3km, 주흘산 4.5km, 해발 244m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동쪽)으로 방향을 꺾어 새재 길을 벗어난다.
금방 계곡 위 다리를 건너 주 능선서 발원한 곡충골 계곡을 왼쪽에 끼고 편안한 길로 산에 올라간다. 조금 후 계곡을 건너자, 산길은 가팔라진다(8:30).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5분쯤 오르자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8:35). 오른쪽 길의 이정표엔 정상 3.8km(1시간 59분 소요)로 여궁폭포를 거쳐 정상을 오르는 길이다. 왼쪽 길의 이정표엔 정상 3.5km(1시간 56분 소요)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 길로 산에 오른다. 바로 목재 다리를 건너 돌이 박힌 가파른 산길로 산을 올라가 여궁폭포(해발 340m)에 이른다(8:43). 여궁폭포는 멋진 풍광으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폭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탁 트이는 것 같다. 또다시 목재 다리를 건너 완만한 산길로 진행하여 이정표 삼거리 왼쪽으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한다(8:52). 이어서 다시 가팔라진 산길로 5분쯤 올라가 전망대 데크에 닿는다(8:57). 조령산이 나무 사이로 조망되고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신록이 눈부신 주흘산 골짜기가 보기 좋다.
아치형 다리
이제 산길은 유순해진다. 완만한 산길을 잰걸음으로 나아가 또다시 계곡 위 나무다리를 건넌다(9:01). 심산유곡을 왼쪽에 두고 물소리를 들으며 보통 경사의 산길을 올라가 아치형 다리에 이른다(9:05). 심산유곡을 내려다보니 심오한 계곡미가 매혹적이다. 곧이어 완만해진 산길로 혜국사 입구에 이른다(9:13). 주흘산 2.5km란 푯말이 서있다. 혜국사 대웅전에 가지 못하고 법당을 바라보며 합장하고 삼배한 걸로 대신한다. 이제 산길은 돌길이 아닌 부드러운 흙길이 나온다. 경사도까지 보통이라 즐겁고 편안한 등산이 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늘씬한 장송과 벗 삼아 기분 좋게 진행한다. 산에는 이름 모를 산새 소리만 가득하여 아주 평온하게 걸어간다. 이마의 땀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건강한 땀을 흘리며 주봉 1540m란 푯말이 반기는 곳에 이른다(9:34). 조금 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쓰고 산에 올라간다. 얼마 후 대궐 샘에 닿는다(10:00). 약수로 목을 축이니 얼음처럼 찬 물맛이 일품이다.
등산객의 갈증을 대궐 샘이 해소할 것이다. 이제 완경사 데크 계단 길로 산을 오른다. 조금 오르다가 사진 촬영을 한 다음 산을 오르며 계단을 세어본다. 계단은 무려 765계단이었고 주 능선까지 이어졌다. 세지 못한 계단까지 합한다면 900 안팎의 계단으로 짐작된다. 주 능선에 올라선 다음(10:18) 주봉으로 향한다. 유순한 길로 진행하다가 보통 경사의 계단 길로 주봉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고스락의 필자
곧이어 영봉과 갈리는 삼거리에 올라서니 주봉 130m, 제 1관문 3570m, 제 2관문 4100m란 푯말이 서있다(10:25). 이어서 10분쯤 더 올라가 고스락(정상)인 주봉(1075m)을 밟는다(10:36). 주봉은 환상의 전망을 선사하는 곳이지만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어 전망이 꽉 막혀 안타깝다.
주봉을 뒤로하고(10:38) 주흘산서 가장 높은 영봉으로 나아간다. 삼거리로 되 내려선 다음 내리막길로 나아간다. 다시 오르막이 된 능선을 타고 하나의 봉우리에 오른 다음 조금 더 올라가 영봉에 올라선다(11:06). 영봉의 전망도 터지지 않는다. 비는 그쳤지만, 안개가 자욱해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다. 단 한 번 안개가 걷히며 동쪽의 산하가 잠시 조망됐다. 간식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한다.
영봉을 뒤로하고(11:25) 급경사 내리막길로 15분쯤 내려선 후 3분쯤 올라가 전망 좋은 봉우리에 닿는다(11:43). 북쪽 전망이 활짝 열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날카로운 월악산 산세가 눈을 놀라게 하고 포암산, 대미산 등 백두대간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위 봉우리인 부봉은 눈앞의 지척이다.
전망 좋은 봉우리를 뒤로하고(11:55) 다시 내리막길로 10분쯤 내려선다. 이어서 오르막길로 5분쯤 올라가 백두대간 봉우리인 945봉에 선다(12:10). 하늘재 3.6Km, 부봉삼거리 1Km, 마폐봉 5Km란 푯말이 서있다. 지금부터는 백두대간 능선을 걷는 기분 좋은 산행이 된다. 급경사 대간 능선을 내려선 다음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선다. 다시 험한 능선을 타고 내려선 후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선다(12:26). 앙칼진 바위 봉우리인 부봉(920m)이 나무 사이로 조망된다.
다시 급경사 데크 계단을 타고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주흘산 골짜기 뒤로 백두대간의 산 조령산과 신선봉이 조망되고 주흘산 정상부도 일부가 바라보인다. 눈앞엔 암골미를 뽐내는 위압적인 부봉이 떡 버티고 서있다. 부봉은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라 암릉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에겐 좋은 코스의 산이 될 것이다. 급경사 대간 길로 내려간 다음 급경사 길로 올라가 부봉삼거리에 닿는다. 부봉1봉 0.5km란 푯말이 서있다. 부봉 등산을 원하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진행하면 된다.
부봉으로 향하지 않고 직진하여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내리막길로 진행하여 동암문에 이른다(12:55). 새재 길에 있는 동화원 1.3km란 푯말이 서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백두대간 능선을 이탈하여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산길은 뚜렷하지 않지만 완만한 길이라 진행이 쉽다. 얼마 후 맑은 계곡이 나타나 손을 담근다(13:20). 곧이어 걷기 좋은 길이 나타나고 이정표 푯말이 서있는 삼거리에 이른다(13:25). 왼쪽의 계곡으로 나아가 깨끗한 계곡에서 손과 발을 씻는다(13:28).
계곡을 뒤로하고(13:41) 조금 진행하니 새재 길이 나타난다. 북쪽으로 조금 더 오르니 동화원이다. 제 3관문 1.2km란 푯말이 서 있다. 완만한 오르막길이지만 아주 걷기 좋은 편안한 길로 제 3관문 조령관(해발 650m)에 닿는다(14:05). 백두대간 능선인 조령 일대를 샅샅이 살펴본다. 커다란 백두대간 표지석도 서있고 안내판도 여러 개가 있다. 문경 새재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참 좋은 길이다.
새재 길을 따라 2관문으로 나아간다. 시종일관 아름다운 계곡과 벗 삼아 진행하는 길이라 사색과 힐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이다. 다시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평지와 비슷한 길로 제 2관문에 이른다(15:07).
새재 길 곳곳에는 볼거리가 많다.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춘 새재 길에서 꾸구리 바위도 감상하고(15:16) 신기한 지름틀 바위도 감상한다(15:33). 물레방아도 볼만하다. 새로 부임하는 경상도 관찰사가 전임 관찰사와 관인을 주고받은 교귀정과 나그네의 숙소인 조령원터 등의 유적도 있다. 아주 평온한 마음으로 자연의 풍경을 즐기며 즐겁게 진행하여 아름다운 주흘산 산행을 마감한다(16:08).
◈ 산행 거리 20.5km, 8시간 9분 소요(52분 휴식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