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순 시인>
입춘에 맞춰 온다고 기별한 것처럼 홍매화가 개화를 시작하였다. 지난 해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고, 얼어버린 동토 속에서도 계절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았다. 주야로 공부하느라 식지 않는 열정을 쏟아낸 졸업생들에게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있는 청암대학교 교정에도 홍매화가 빨갛게 피었다.
2017년 2월 9일(목)은 청암대학교 학위수여식이 있는 날이다. 1954년 순천간호고등기술학교로부터 출발한 청암대학교는 과거 순천전문대학이었으며 전문 인력양성을 통한 명실상부한 교육도시로서의 순천의 위상을 높여온 대학교이다. 청암대학교는 순천의 대학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세계 인재양성 대학으로 성장하였다.
청운의 꿈을 키우고, 웅비하는 대학으로서 “진리 탐구와 대학의 자율성, 학문의 자율화를 통하여 이성적이고 독립적인 사고 판단력과 정의로운 비판력을 가진 건전하고 진취적인 사회인을 육성한다.”는 대학사명 선언문에 담겨 있는 것처럼 진리, 지성, 용진의 교훈 아래 63년을 쌓아 온 대학교이다.
이러한 청암대학교가 근자에 구설수에 휘말려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실정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학위수여식이 있는 9일 광주지방법원순천지원 법정에서 1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14년 6월경부터 3년여 간 논란에 휩싸인 청암대학교 일련의 사태가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말이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다.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특권이 부여된 도량이 대학이다. 여기에는 서로가 지켜야 할 윤리가 있다. 청암대학 윤리강령에 적시하고 있는 것처럼 그 목적에는 “본 윤리강령은 청암대학 교수, 직원, 학생이 준수하여야 할 도덕성과 청렴성을 인식하고, 구성원의 행복 증진을 위하여 직무수행에 임하는 기본자세 등을 제정 선포하여 실천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윤리강령이 그동안 얼마나 실천되고 있었는가를 돌이켜보면 3년여 간의 비윤리적인 사태가 무엇이었는가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청암대 총장 무고교사사건 피고인들 유죄 선고’이는 1월 19일자 지역신문 기사제목이다. 각각 3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여교수들은 누구란 말인가. 그들은 조교를 통하여 무고교사행위를 벌인 사람들, 강단에서 인재양성 운운하며 교수하던 사람들이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진리와 지성, 용진을 막았다. 이제는 자신들의 사심을 버리고 학교의 명예를 위하여 끝을 내야 한다. 지난 1월 16일 광주지법순천지원 제1형사 합의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에서 열린 해당 사건 마지막 변론에서 검찰은 강 총창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하였다.
이날 김정중 부장판사는 “아흔아홉 명의 범죄혐의자를 풀어주더라도 단 한명의 무고한 사람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원칙이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유죄가 되려면 모든 증거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완벽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따라서 범죄 혐의를 증거로 완벽하게 갖추고 입증하지 못하면 의혹이 깊어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재판이다. 그래서 늘 재판을 하면서도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이번 재판의 어려움을 내비치며 “그 누구와도 일면식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왔다.”고 밝혀 공정하게 재판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공정한 재판을 통해 그동안 벌어진 청암대학교의 사태가 잘 수습되고 깨끗하게 마무리 되리라 기대한다. 이제 더 이상 청암대학교에서는 횡령, 배임, 성추행이라는 말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상아탑의 이미지를 추락시켜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대학의 미래가 밝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졸업은 새로운 출발이라 하였다. 2년에서 4년 동안 청암 사람으로서 갖춘 전문성을 마음껏 펼치기를 기대한다. ‘의기(意氣) 있는 청암 사람이 되자’던 이남교 부총장의 취임연설이 가슴속에서 울려난다. 어쩌면 학위수여식에 즈음하여 다시 듣고 싶은 말이다. 이 부총장이 제안한 것처럼 ‘픽 소사이어티’(절정기 사회)의 의기(意氣)있는 청암 사람으로서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저력을 상생에너지로 바꾸고, 순천조차 변화시키는 청암대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청암대학교는 가지를 쳐주지 않는 나무, 제 스스로 가지를 떨구고 옹이를 만드는 자작나무처럼 자라기를 바란다. 사람을 울리는 빛이 자작나무 숲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깨끗하고 순전한 자작나무 숲에서 나오는 빛처럼 사람들의 심금을 흔들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조용히 아파하며 때로는 분노하며 학위수여식장에 들어설 주인공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현실을 탓하기보다 미래를 가지고 갔으면 싶다. 변화는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에서 비롯된다 하였다. 교수로서의 정신, 학생으로서의 정신, 직원으로서의 정신 이 세 정신이 하나가 되어 청암대학교가 건강한 대학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