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알렉산더 칼더, 빌럼 데 쿠닝…. 재벌가의 미술관을 살펴보면 요즘 가장 잘나가는 작가의 답이 나온다. 미술관에 뿌리내린 대기업 안주인들의 손길, 그리고 이번 CJ 비자금 사건에 등장한 미술품 리스트를 살펴봤다.
01 국내 미술계를 이끄는 독보적 파워 홍라희 관장의
삼성미술관 리움
삼성은 리움을 비롯 호암미술관, 플라토(구 로댕갤러리), 삼성어린이박물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가 1995년부터 이들 미술관의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홍라희 관장은 40여 년 넘게 국내외 정상급 미술관과 화랑을 순례하며 미술을 접해, 감식안과 식견이 전문가 못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홍 관장이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선 시점은 지난 1983년 현대미술관회 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한국미술관 설립자이자 대표관장을 맡고 있는 김윤순 관장은 자신의 회고록 <그대 아직 꿈속인가>를 통해 1980년 국립현대미술관 송년파티에서 홍 관장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을 전했다.
“수정같이 맑은 눈동자를 지닌 홍라희 관장(그 당시 미술관장이 아니었다)에게 매혹됐고, 주저 없이 그를 현대미술관회 이사로 모셨다.”
서울 한남동에 자리 잡은 연건축 면적 27만720㎡(8천4백 평)의 리움은 삼성이 그간 소장해온 한국의 국보급 전통미술품과 근현대 미술, 국제미술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사립미술관이다. 고 이병철 회장과 2~3세들이 수집한 국보급 유물이 전체 국보의 10%를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외관 설계 및 디자인은 건축계를 대표하는 3대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맡아 화제가 됐다. 기획부터 완공까지 10년이 걸렸을 만큼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완공 후 홍 관장이 무척 만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장 누벨이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녹슨 스테인리스 유리로 설계한 ‘뮤지엄2’는 한국과 서양의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이중섭, 박수근, 이불 등 국내 작가와 1945년 전후 추상미술 사조를 이끈 해외 작가들의 대표작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는 홍 관장의 개인적 취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미술품에 관심이 많던 이 회장 부자와 달리, 홍 관장은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현대미술품을 수집해왔다. 특히 미니멀리즘 등 전후 추상미술 사조를 좋아한다고 전해진다.
렘 쿨하스가 설계한 ‘블랙박스’는 기획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리움의 기획전시는 미술계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다. 리움에서 어떤 전시가 열리느냐에 따라 한국 미술계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특히 ‘서도호전’, ‘코리안 랩소디’, 그리고 세계적 거장 ‘아니시 카푸어전’ 등 수준 높은 기획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호평받았다. 이 중 서도호 작가는 리움 개관 이래 최대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생존 작가’ 부문 1위로 도약하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02 공대 출신의 미디어아트 전문가 노소영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
삼성미술관만큼 대규모는 아니지만 그에 견줄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아트센터 나비다. SK 최태원 회장의 부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SK의 미술 사랑은 아트센터 나비의 전신인 워커힐미술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SK 창업주인 고 최종현 회장의 부인 고 박계희 여사는 국내 미술계의 손꼽히는 미술품 컬렉터. 미국 미시간 주 카라마주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1984년 워커힐미술관을 개관, 국내 최초로 앤디 워홀전을 열며 주목받았다. 피카소, 호펜하임 등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거장은 물론, 당시 미술계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신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젊은 작가 발굴에도 앞장섰다.
박 여사가 타계한 1997년부터 며느리인 노소영 씨가 워커힐미술관에서 일하며 미술계에 뛰어든다. 노 관장은 3년에 걸친 준비 끝에 2000년 기존 미술관은 닫고 서린동 SK 본사 4층에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했다.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사옥 건물에 들어서면 1층에 설치된 고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아트 작품이 시선을 끈다.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이나 건물 벽에도 다양한 미디어아트 전시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대 공대(섬유공학과)와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친 노 관장은 얼핏 미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장점으로 승화,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 그가 선보이는 미디어아트는 IT와 통신,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이뤄진 영상과 설치작품, 세계 각국의 작가들을 연결하고 일반인도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 같은 정체성은 SK와 SK텔레콤의 기업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경희대에서 문화예술경영, 서울예대에서 디지털아트 등을 가르친 노 관장은 미디어아트와 예술경영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힌다.
03 거장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한솔뮤지엄 vs 본태박물관
얼마 전 강원도 원주에 약 22만 평 규모, 관람거리 2.3km의 대형 미술관이 개관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이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누이인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의 회심작, 한솔뮤지엄이다. 어릴 때부터 부친 이병철 회장의 미술품 수집 취미를 봐온 이 고문은 명실상부 ‘국내 여성 아트컬렉터 1호’다. 국내외 미술관과 화랑을 자주 순례하며 좋은 작품이 나오면 값을 거의 깎지 않고 구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의 컬렉션에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의 작품은 물론 정규, 이쾌대, 최욱경 등 여간해선 접하기 힘든 한국 근현대 작가의 수작이 대거 포함됐다.
한솔뮤지엄의 가장 큰 매력은 외관이다. 해발 275m에 위치한 미술관은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일찍이 화제가 됐다. 트레이드마크인 반질반질한 노출 콘크리트로 내부 벽면을 꾸몄고, 외벽과 주변은 경기도 파주에서 가져온 원석들로 장식했다. 세계적인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아시아 최초로 4개나 한꺼번에 설치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헨리 무어의 대형 브론즈 조각을 비롯해 자코메티, 토니 스미스, 조지 시걸의 조각도 만날 수 있다.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본태박물관 역시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본태박물관은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 이행자 씨가 고문을, 둘째 며느리 김선희 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슬하에 3남을 두고 있는 이 고문의 막내아들은 KBS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인 정대선 현대 BS&C 대표이사. 현대가의 며느리로 40여 년을 살아온 이 고문은 시집살이를 하면서 한 점 두 점 모아온 수집품을 바탕으로 본태박물관을 설립했다. 소반과 보자기 등 전통 생활공예품이 주를 이룬다. 한솔뮤지엄과 마찬가지로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으며, 유리창을 통해 태양광선이 내부로 들이치도록 설계했다.
04 대우가(家)의 유일한 미술관
아트선재센터
그룹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아트선재센터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 씨가 관장으로 있다. 2011년 경주 선재미술관이 매각되면서 하나 남은, 대우가의 유일한 미술관이다.
정 관장은 하버드대학에서 동양미술사를 공부한 미술계의 엘리트다. 정 관장이 그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 당시 이상범 등 이른바 근대 동양화가의 작품을 수집하며 컬렉터로 출발했다. 현재 미술사적 가치가 있고 대내외적으로 내놓을 만한 작품은 약 2백여 점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양대 건축학과 출신이지만 홍대 미술사학과 대학원을 수료하면서 학문적 내공도 쌓았다. 독일 표현주의 작품을 선호하며 낸시 그레이브스, 앤젤름 키퍼 등의 작가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에 설립된 아트선재센터는 경복궁 맞은편 기무사 바로 뒤 소격동 골목에 위치한다. 출범 당시 가능성 있는 현대미술 작가를 발굴하는 대안공간 역할을 한 아트선재센터는, 뒤따른 소형 대안공간들에 그 역할을 넘긴 뒤 국내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기반을 다져왔다. 설치미술가 이불을 비롯해 정서영, 오형근, 서도호 등 현대미술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로 재직 중인 딸 김선정 씨는 초기에 이곳의 부관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어머니 정 관장과 상당한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소 보수적인 경향의 정 관장과 달리,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최신 미술계의 흐름을 좇아 실험적인 전시를 하려 했던 김 전 부관장이 잦은 마찰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즈음 선정 씨는 부관장직을 사임했고, 현재는 교수 겸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화여대 서양화과, 미국 크랜브룩대학원을 졸업한 뒤 고 백남준의 소개로 뉴욕 현대미술관 인턴십을 거쳐 큐레이터의 길로 들어선 미술분야 전문가다.
05 패션, 디자인, 건축 콘셉트로 승승장구
대림미술관
대림미술관을 진두지휘하는 관장은 드물게도 ‘안방마님’이 아니다. 바로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대림산업의 부회장인 이해욱 씨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이 부회장은 모친 한경진 여사가 관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대림미술관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외부의 눈에 띄는 것을 즐기지 않는 이 부회장은 잘 알려진 미술 애호가. 재즈를 좋아하고 프로급 드럼 연주실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과 음악 등 문화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다고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대림산업의 히트작 ‘e-편한세상’을 만든 주인공이다.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대림그룹에 훈풍을 불러일으킨 그는 실제 대림산업에서 수주한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운영 중인 대림미술관은 최근 2년간 관람객 37만 명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0년 ‘칼 라거펠트 사진전’(12만 명), 2011년 ‘핀 율 탄생 100주년전 - 북유럽 가구 이야기’(13만 명)와 ‘스와로브스키전’(6만 명) 등 3개 전시에 31만 명이 다녀갔다.
1967년 3층짜리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대림미술관이 많은 관람객들을 유치한 비결은 뭘까. 업계에서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춘 것을 첫째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무겁고 어려운 현대미술 대신 패션, 디자인, 건축, 라이프스타일 등 일상생활과 연계된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다. 관람객이 크게 늘자, 대림은 지난해 말 서울 한남동에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대안공간 ‘구슬모아당구장’을 열었다.
06 신진 작가 발굴에 주력
성곡미술관 vs 금호미술관
2007년 ‘신정아 사건’으로 주목받은 성곡미술관(당시 신 씨가 학예실장으로 재직했다)은 쌍용그룹 김석원 전 회장의 부인 박문순 씨가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그 당시 사퇴했던 박 관장은 3년 3개월 만에 복귀, 현재 성곡미술관 관장이다.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성곡미술관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 김성곤 회장의 호를 따 1995년 설립됐다. 고 김 회장의 옛 자택을 미술관으로 리노베이션해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모기업인 쌍용은 과거의 위세를 잃은 지 오래지만 성곡미술관의 전시는 상당히 수준이 높다고 인정받고 있다. 자체적으로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내일의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이용백, 전준호 등 50여 명의 작가를 배출했고, 전통적인 정서와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기획전을 집중 개최해왔다.
젊은 작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금호미술관도 성곡미술관과 성향이 비슷하다.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누이동생인 박강자 관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미술관은 1989년 개관 이래 중견이 되기 전의 신진 작가들을 중점적으로 후원해왔다. 강홍구, 유근택, 김홍주, 윤동천 등 지금 한국 미술계에 중견으로 뿌리내린 작가 중 상당수는 금호미술관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관장은 소장 작품을 선정하는 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컬렉션은 1천여 점에 이른다. 음악을 좋아해 2002년 <내 마음의 낙원 - 어느 미술관 관장의 사색과 꿈>이라는 가요 음반을 낸 적도 있다. 금호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고 박성용 회장의 영향으로 음악 부문에서도 메세나 역할을 앞장서 주도했다.
07 사진·북한미술·실험성 등 개성 있는 전시
일우스페이스 vs OCI미술관 vs 몽인아트센터
한진그룹은 2010년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1층 로비에 일우스페이스를 개관했다. 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일우재단이 운영하는 542.7㎡(165.8평) 규모의 전시장이다. 개관전으로는 ‘소나무’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의 개인전이 마련됐다. 평소 사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조 회장은 서소문 일대 직장인과 시민들이 수준 높은 사진 및 미술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이곳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2006년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컨템퍼러리 경매에서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3억2천만 원에 낙찰돼 그 당시 현존 국내 작가로는 해외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김동유 작가의 작품을 비롯 다양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이수영 회장의 부인 김경자 관장이 운영하는 종로구 수송동의 OCI미술관은 송암문화재단이 재단전시관을 새로이 단장해 2010년 개관한 미술관이다. 동양제철화학 창업자인 고 이회림 회장의 고미술 소장품 위주로 전시하던 재단 건물을 현대미술관으로 바꾼 것. 미술관은 신진 작가 공모전으로 젊은 감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미술과 북한미술을 위주로 한 소장품 전시를 열고 있다. 북한미술을 소개하는 이유는, 개성 출신으로 북한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던 고 이 회장 때문이다. 김관호, 길진섭, 김주경, 림군홍 등 월북 작가의 유화 및 북한 세밀화의 대가 고 선우영이 그린 금강산 만물상 등이 전시된 바 있다.
2007년에는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운영하는 몽인아트센터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문을 열었다. 장 회장의 장남이자 애경그룹 부회장인 채형석 씨의 부인 홍미경 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홍 관장은 성균관대 미술교육과 재학 중 채 부회장을 만나 결혼한 뒤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2000년부터 소격동에서 실험적 성격의 ‘갤러리사간’을 운영하며 미술 이력을 쌓은 홍 관장은 ‘실험성과 대중성이 만나는 전시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이미 대가로 알려진 작가를 되풀이해 소개하는 것에는 매력을 못 느낀다”며 “신선한 외국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동시에 역량 있는 한국 작가를 미술계 안팎에 널리 알리는 디딤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08 사옥을 갤러리로
태광그룹 vs 포스코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은 건물 전체가 갤러리다. 건물 앞에는 1분 17초 간격으로 망치를 두드리는 거대한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미국의 조각가 조너선 보롭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이다. 로비에는 강익중 작가의 대형 벽화 ‘아름다운 강산’이, 로비 뒤쪽에는 독일의 세계적인 조명 아티스트 잉고 마우러의 ‘홀론스키 사열’이 전시되어 있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모친 이선애 여사가 관장을 맡고 있는 일주&선화갤러리는 2010년 이곳 흥국생명 건물 3층에 문을 열었다. 개관전으로 ‘추사 김정희부터 박수근까지’를 선보인데다, 19~20세기 한국 대표화가 70명의 작품 1천5백여 점을 전시해 “한국미술의 맥을 이어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 밖에도 태광그룹은 폐관 위기에 몰린 국내 최초의 민간 설립극장 ‘삼일로 창고극장’을 후원해 재개관했고, 흥국생명빌딩 지하에 예술영화 전용극장인 ‘씨네큐브’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에는 포스코미술관이 눈에 띈다. ‘테헤란로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프랭크 스텔라의 거대 조각 ‘꽃이 피는 구조물_아마벨’을 비롯해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고 백남준의 ‘TV깔때기’ 및 ‘TV나무’, 이우환의 ‘관계항’ 등 960점에 이르는 수준 높은 소장품들로 유명하다. 두 작가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세계적 작가들이다. 1995년 ‘포스코갤러리’로 출발한 뒤 꾸준히 규모를 키워온 포스코미술관은 철강회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순화시켜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밖에 송원아트센터(동국제강), 현대·기아자동차(양재아트리움), 한화(스카이 아트미술관), 하이트맥주(하이트컬렉션), 크라운제과(쿠오리아갤러리), 안국약품(갤러리AG), 코리아나화장품(코리아나미술관), 한미약품(한미사진미술관), 샘표식품(샘표스페이스), KTF(디오렌지), 동일방직(동일갤러리) 등이 미술품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