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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약장수와 만병통치약!
시골에서 자란 나는 닷새만에 열리는 장날이 참 좋았습니다. 바야흐로 "아이들은 가라!"하고 아이들을 부르는 호객일성이 장바닥을 쩌렁 울립니다.
우리는 그들을 `딴따라 약장수`라고 했지요. 요새는 그것도 볼 수가 없는데 언젠가 무슨 푸로에 떠돌이 일인악사를 소개하며 전수자를 만나지 못해 그 `아까운` 무형문화재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가라`는 소리는 아이들아 어서 모여라로 해석해야 하지요. 아이들이 주욱 둘러서면 바야흐로 악사는 등에 북을 메고 발에 끈을 매어 걸음박자에 맞추어 북을 치고 침벌리를 때리며 한손으로 하모니카를 간드러지게 불어제키며 한손을 흔들어 한바탕 춤사위까지 선보입니다.
아이들은 깔깔대며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는데 악사들은 순전히 그 박수갈채 덕분에 용기백배하여 지칠줄 모르고 춤사위와 노래를 불러댑니다. 때로는 "어이 가리 어이가리!" 판소리 한 대목씩 거나하게 주워 넘기는 소리꾼도 따라다녔고요.
일인악단이든 판소리꾼이든, 한마당 매듭짓고 나면 서너 명이 무슨 `만병통치약`을 들고 둘러선 사람들 앞을 빙 돕니다. 흉내도 내기 어려운 약효설명... 그 한 병의 약으로 못 나을 병이 없어요. 아이들 틈바귀에 얼굴을 숨기고 있던 시골 아낙이나 늙수룩한 노인네들이 종종 주머니 쌈지를 털어 그 `만병통치약`을 사가지고 보물단지 싸안듯 가슴에 안고 돌아섭니다.
어느 장날이었던가, 산통이 깨진 날은! 한바탕 멋들어진 연주를 선보인 일인악사께서 그만 배를 움켜쥐고 땅바닥에 나딩구는 것이었습니다.
약병을 상자 속에 집어던지더니 허겁지겁 어디론가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 돌아온 그는 손에 쥔 힌 봉지를 열어 땅바닥에 딩구는 악사의 입에 털어 넣고 사이다 한 병을 따 그의 입속에 부어넣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악사는 식은땀을 쏟으며 부시시 일어났는데... 둘러선 사람들이 야유하네.
"야, 이X들아! 너희들이 선전하는 만병통치약은 어쩌고, 약방에 달려가 남의 약 사다 먹이냐?" 산통이 깨진 딴따라 약장수들, 그냥 보따리 싸 줄행랑치더라고요.
기독교인들 보면 나는 그 딴따라 약장수들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주 여호와 유대신은 전지전능하시고 어쩌고저쩌고 가능하지 않은 것이 전혀 없으시고 모든 병도 그 이름만 부른 즉 즉각 낫는다고 나발 죽어라고 불어재키다가 고뿔만 들어도 쪼르르르 약방 찾고 의사 찾고 병원 찾는 꼴이라니!
고뿔 하나도도 못 고치나봐! |
첫댓글......... 정말 정겨운 글이네요 재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