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 인수봉 야영 - 참석이후,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는것이 생겼다.
비박 ! - Bivouac...
언젠가 비박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때는 - 산행중 (비)상으로 숙(박)하는것 - 인줄 알았던 적도 있다.
외래어라기 보다, 한자어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게다.
좌우간 후에 독어 Biwak에서 그 유래가 시작하되어, 생활 스포츠가 된 불어 영향으로 이제는 Bivouac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형태라는것 정도는 안다.
그렇다해도, 비박을 해 본 경험은 아직 전무다.
지난주, 침낭을 굳이 작은 배낭에 넣으려는 시도에 음식 - 그래봤자 물/간단한 식료품 일테지만... - 을 많이 담아가지 못한 기억을 되살려, 과감히 배낭에 매달 수 있는 모든 짐들을 밖으로 빼고 짐을 쌌다. 그리고보니, 가방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
진정으로 혼자 모든 역경과 시간을 보내야 솔캠이라 할 수 있기에, 봄이 오면 카약을 탈 루트를 사전에 검수할 겸 무의도로 향했다.
영정대교는 마치 서해대교처럼 보인다. 아마도 같은 Suspension bridge(현수교) 공법으로 지어져서일까 ?
출장을 자주 다녀 인천가는 길이 눈에 익어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으나, 공항을 지나 잠진도로 향하는 길은 처음과도 같은 길인지라 눈에 익지 않은 풍경들이 들어온다.
영정도 남녁 끝자락에 연육도로 이어진 잠진도 가는 길.
여유를 부릴 틈도 없이 바로 앞 무의도로 향하는 배가 대기하는 바람에 서둘러야 했다.
잠진도에서는 매시각 15분, 45분 출발이고 무의 출발은 정시 그리고 매시 30분이다.
승선이후 섬으로 들어가는 풍경 몇 컷을 찍고나니 하선하라한다. 5분도 채 승선하지 않았는데...
잠진에서 승차표를 끊어야 하는데 무조건 2,000원 왕복표를 사게 된다.
배를 탈때 이정도 거리면 카약으로도 5분이면 올텐데...싶었다.
이제는 지난주와는 달리 상당히 무거워진 배낭을 짊어지고 산을 타야한다.
집을 나설때 아점을 먹긴했어도 예까지 오니 이미 배가 요동을 친다.
해안가에 가면 으례이 먹어주는 해물 칼국수.
배를 채우고 본격적인 산행시작.
통상 가벼운 짐으로 오를때 항상 나는 산행의 화두를 생각한다.
하나 이번은 좀 다르다.
30Kg에 육박하는 짐을 짊어지고 아픈 머릿속을 비우려는 화두는 필요치 않다 !
속으로 - '내가 왜 이 생고생을 사서하는가..?' 를 되되이며, 되뇌이며 올라갔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가벼운 차림이라면 30분이면 족히 정상에 갈터인데, 두 아이를 모두 내 어깨에 짊어진 무게로 오르니 쉽지가 않다. 아마도 내 등에 오른 무게가 현재 내 삶의 무게일까..
누구나 자신의 십자가를 지어야 자신을 따를 수 있다는 성경귀절... 등에 출렁거리는 무거운 짐들은 이런 좋은 화두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겹곱으로 되씹어가며 산행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긴 하나 흐르는 땀이 자꾸 안경안으로 떨어져 내 시야를 가린다. 이렇게 아무 인적없는 산을 오르고 오르니 전망대가 나오며 제법 올랐음을 내게 알려준다.
저 위로 실미도가 보이며, 11시 방향으로는 덕적도도 보인다는것이 간판의 설명이나 흐린 날 탓에 실미도만 육안으로 관찰하는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전망대를 지나면 곧 정상인 국사봉이 나온다.
이 사진 한 컷을 찍으려 가져왔나... 무거운 삼각대.
그 힘든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해발 표시.. 그래서, 나의 모습을 담을때 살짝~~ 230m를 손으로 가려준다. 더 머쓱해지기 전에...
잠시 한땀 걸러가며 하향길에 오를때, 삼거리에서 이길은 호룡능선길, 저길은 하나개 가는길...
그 모습에서 아래에 펼쳐진 하나개 해수욕장의 긴 모래사장이 한 눈에 들어왔고, 과히 장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오를때 내리는 땀이 내려오는 산길에서 식었고, 그 땀이 살짝~~ 얼듯 하나개 해변의 바닷물은 얼마전 내린 눈과 함께 언 상태로 남아있어 이 모습만 본다면 상당히 추운 지역의 사진처럼 보인다.
하나개 비치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
나는 보질 못했지만, '천국의 계단'을 촬영한 지역이란것 !
그 계단은 하지만, 천국을 향하지 않고 반대편 산림욕장으로 가는 길로 향해 있었다....
인편이 전혀 없진 않고 간간히 손잡고 오는 연인들...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학생 무리... 그 들과 방훼주고, 받고 싶지 않아 하나개 북편에 아주 외진곳까지 다시 걸어 조용히 내 하룻밤 날 곳에 사이트 구축을 했다.
잘 다져진 모래밭, 그 앞으로는 기암괴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빠진 바닷물에 드러난 바닷속 골체미를 보이는 섬의 전형적인 사람 손 닿지 않은 모습들.... 다행히 아직까지 시원한 맥주 한캔을 마셔가며 진정한 솔캠의 맛에 한걸음 한걸음 심취해 들어갔다.
깊은 묵상, 상념, 산책, 독서....
이 후에 찾아오는 짖은 어둠과 추위.
이것을 이겨낼 방법으로 모닥불처럼 어울리는것도 없을게다.
모닥불에 손을 녹이며, 지난주 먹었던 '번데기'가 맛있어, 어릴적 추억을 가져온 듯 그 놈부터 모닥불에 데워 먹으며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쳤다. 이쯤 그간 불통이였던 전화기를 다시 boot-up하여 아내와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혼자 여행을 윤허(?)해준 집사람에게 감사함의 여행 노트를 남겨본다.
칠흙같은 어둠속... 그렇게 조용히 더디 흐르는 시간을 음미해가며 첫 날 저녁을 마쳤다. 비박 침낭으로 들어가서 가져온 여행 일기도 쓰고, 밖에 켜둔 촛불 램프가 자신의 소명을 다 할때까지 완연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잠을 청하고도 간간히 부는 바람이 타프에 밀려 바람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의 움직임에 간간히 잠에서 깨어나곤 했어도, 유단포와 단단히 준비한 침낭 도구에 추운줄은 모르고 잘 잔 편이다. 파도 소리, 저녁 노을, 떨어질것 같은 별...을 보진 못한 나의 첫 비박이여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할게다. 첫 비박을 혼자, 추운 겨울, 해변에서 했으니 말이다.
아침에 눈이 떠진 시각은 6시 7분. 밖이 어두워 밝아질때까지 따스한 침낭안을 뒤척이는것이 어렸을적 학교가기 싫어 아랫목을 파고들던 시절의 그 모습처럼 느껴진다. 밝아진 밖을 보기 위해 나 오니, 물이 한참은 나가있을 간조여서 파도 소리는 커녕 아무것도 들리지도, 물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어제 보았던 그 앞 섬 - 돌바위 - 까지 걸어가도 될정도로 물이 빠져있다.
텐트를 치면 으례이 생기는 결로, 결빙이 생기지 않아 비박이 좋았다. 모든 짐들도 간단하고, 진정한 미니멀리즘을 경험하려면 비박을 통해 좀더 장비를 줄여나갈 수 있지않을까...생각된다.
밖의 날은 밝았어도, 나에게 커피한잔이 들어가지 않으면 신체적 아침은 아직 오지 않은거나 마찬가지다. 지난주 깨어났을때, 온 세상이 얼어있던 경험을 살려, 침낭안에 물을 껴안고 잔 탓에 별 어려움없이 영하의 날씨에 따스한 커피한잔으로 몸을 녹여가며 아침을 맞았다.
이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야 한다. 어제보다는 가벼워져 있지만, 무거운 배낭을 매고 다시 도로를 걸어 선착작으로 가는길이 족히 2-3Km는 될터이니... 누룽지탕과 어제 먹다남은 반찬으로 때거리를 하고, 남긴 쓰레기, 짐하나 없이 사이트 철수를 한다. 그리고, 다시 투벅투벅 걸어와 무의 선착장에 도착했다. 어제보다 많은 짐이 뱃속으로 들어갔으니 배낭은 가벼워졌지만, 그 탓에 걸을때마다 뭔 소리가 그리도 난다.. 쓰레기가 부닥치는 소릴게다...
다시 돌아온 선착장은 간조타임이라 어제 보던 물이 모두 갯벌로 되어있는 상태였다.
다시 5분간의 승선시간을 가지고 - 나의 솔캠을 축하라도 해주듯, 승선인이 오로지 나 하나였다 !! - 잠진도에 정박해 둔 꼬맹이에 짐을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하루였지만, 혼자 솔캠도 하고, 비박도 성공한 셈이니 기분은 지금 차 옆으로 날라가는 비행기처럼 하늘을 나는듯 하다.
"꼬모의 여행일지 중...." (발췌)
첫댓글 꼬모님 참 멋진 인생 즐기십니다. 여행의 참 맛은 혼자 떠나는 것이라고 하던데... 자연과의 교류는 우리를 언제나 반겨주는 고향과 같은 것이라 늘 새로운 설레임에 빠지게 합니다. 보기에 참 좋더이다.
별 말씀을... 저에게 주시는 credit 모두 아내에게 돌리고 싶네요.. 철 덜든 저를 저리 혼자 보내주니까요... 이렇게 여행 안하면 아프니, 차라리 그렇게 하라 늘쌍 자신을 희생하며 저를 보내주곤 한답니다. 조모님 댓글 필히 보여줘야겠네요...
멋진 비박여행기 였습니다. 누군가 같이 있어 침낭속에 자는 모습을 올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더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하네요. 잘 보았습니다.
저도 그 생각하며, 다음에는 첫째 아들과 함께 동계 혹한기 훈련(?)을 떠날 참입니다.. 녀석이 몸에 열이 많은 녀석이니, 제가 더 도움을 받겠지요.. 환상을 깨는 말인가요 ?? ^_*
멋진 여행기 입니다.
목동으로 언제 이사오세요 ?? 그 날을 기다립니당~~ ㅋㅋㅋ
정말로 멋집니다....
봉 선생님 편안하시죠 ? 비수구미 가는 길에 들었던 노랫가락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아~~~추위에 떨고잡다 ... 멋나요 ... 꼬모님 ~~
둘째 키우시느라 정신이 없을듯...한데 여기도 자주 오시나 보네요... 함 뵈야죠... 제가 빗진게 아직도 많아서 별똥님을 피하고 싶지만, 빗은 청산하라고 있는 법이니...ㅋㅋㅋ
솔로의 길은 아직도 나에게는 멀기만 하구나..........멋집니다... 저도 비부악에 심취하고 싶어 우모침낭을 하나 구했는데 나도 이제 나서볼까나...꼬모님 동계용 부탄450g 짜리가 있던데 하계용2개씩 가지고 다니시네요....
옙~ 하나는 다니면서 조금 남은거라 backup으로 하나 더 가지고 간거였죠. 전 우모침낭은 아니고, Bivysack이 좋아서 일반침낭+탕파(이번주..), 지난번은 핫팩으로 잤는데 추운줄 전혀 모르고 잤습니다. 침낭보다는 bivysack에 투자를 좀더 하심이....
멋집니다. 무엇보다 그 당당함이 부럽습니다. 혼자가면 괜히 어색하고 주눅드는 느낌이 들곤 하거든요. ^^ 지난주 촛불랜턴 깨먹었는데 또 하나 장만하고 싶어집니다....
당당함? 음.... 여행전에 아내에게 윤허받기전에는 눈치 9단에 주눅들어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러다가 나가면 스트레스 해소겸 정반대로 움직이게 되는것 같네요... 저도 자주 쓰진 않았는데, 혼자있을때 운치를 살려주는 감초같은 장비인것 같네요~~
혼자서 비박한다는 것은..혼자서 씨카약킹하는것하고 느낌이 너무 비슷할것 같습니다...음..하여간 멋집니다..다음에는..장봉도 서북단에서도 멋진 비박포인트 있으니 한번 해 보시지요...^^
지난 달인가 ? 누군가 혼자 무의도 앞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무의도를 돌아 실미도까지 가려다 엄청난 위험에 직면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아직 본인이 정리가 않돼서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데...ㅎㅎ 혼자하는 시간을 무척 즐기시는 군요. 보기만해도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