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연구년 때 좋은 기회로 보았던 1925년 제작된 중국 무성영화 “풍우지야 风雨之夜”를 소개합니다. (2019년 초 감상)
1921년과 1931년 사이에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는 65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전쟁 때문에 살아남은 필름은 20개도 안 된다고 합니다.(그래도 우리나라는 아예 없다시피해서 너무 부럽네요)
이 영화도 최근에 발굴된 영화인데, 1930년대 좌파 영화붐이 불기 전에는 1910년대와 1920년대 영화들은 “Mandarin Ducks and Butterfly” literary bestsellers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 많다고 합니다. 영어로 썼지만 중국어로는 호접원앙파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소프트 소설, 연애 소설이 위주입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
이 영화 감독인 주수국/ Zhu Shouju 朱瘦菊 (1892-1966)도 유명한 Butterfly author-filmmaker로 소설 쓰다가 영화로는 이 영화를 처음으로 찍었다고 합니다. 실력이 좋은 중국 1세대 촬영기사를 만나서 풍경 등이 빼어나게 좋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감독의 펜네임은 “Shanghai Dream Narrator, 海上說夢人 [Shanghai teller of dreams] ”.
소설 “Tides of the Huangpu River”, 통속소설로 유명. 1920년에 “the Shanghai Film Company (Shanghai yingxi gongsi 上海影戏公司)”를 촬영기사(cinematographer) 친구인 Dan Duyu와 함께 공동 창업. 몇 편의 대본을 쓰다가 데뷔작으로 찍은 것이 이 風雨之夜/The Stormy Night(Fengyu zhiye, a.k.a. “On a Stormy Night” or “Night of Wind and Rain”)이고, 영화 회사는 大中華百合影片公司Lilium Pictures (Baihe yingpian gongsi)입니다,
이 영화에서 부자 남편으로 나오는 사람이 이 영화회사 사장이고 절강성 소흥에 있는 이 사장 별장에서 촬영했다고.
영화 주인공도 극중에서 자기처럼 상해의 소설가로 글이 안 써져서 두통이 심하자 의사가 시골에 가서 쉬라고 해서 부인, 딸을 데리고 시골에 가서 생겨난 이야기이다.
道士 卞子明이란 사람의 집에 세를 들어가는데, 그 집 첫째딸은 이쁜 둘째를 질투하는 역할인데 진짜 연기도 잘 하고 웃깁니다. 둘째는 卞玉淸인데 남주의 허영심 강한 부인이 도시 생활을 그리워해서 혼자 상해로 간 뒤 남주와 친해지면서 남주를 좋아하는 역할입니다. 둘째를 보고 한 눈에 반해서 쫓아다니는 그 마을 부유한 청년 大衛가 나옵니다.
도사는 세를 받아 생활하는 소지주인데rent-collector, 세를 안 내려고 개기는 세입자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나옴. 즉 지주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
남주 부인은 그 당시 신문의 담배 선전이나 달력에 나오는 (제 연구실 문 앞에 예전에 붙여두었던 30년대 광고들, 지금은 바꿨어요) 눈썹 거의 없을 정도로 가늘고 병약한 화장에 꺼꾸정한 어깨, 개량 치파오 입는 미인들과 똑같아서 정말 당시 미인 기준과 화장이 그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여자는 남편의 손윗누이의 남편, 즉 자기 애의 “고모부”와 바람 필 것처럼 밀당하는 역할입니다. 이 밀당 상대는 완전 공처가 캐릭터이나 돈이 엄청 많고 자기 처남댁을 노리고 있음. 당시 소흥의 빼어난 풍광, 강남의 수운, 발동기를 단 소형 정크와 노 젖는 정크 등이 나오고, 상해 장면에서는 자동차가 여러 종류 등장합니다.
제목이 풍우지야인 이유는 애가 푹풍우 치는 날에 울어서 둘째딸이 그 방에 가서 애를 달래주는데, 남주가 남자 있는 방에 왔다고 얼른 다시 돌려보내는데, 그걸 첫째딸이 폭로하는 바람에, 원래 결혼 생각이 없었던 둘째딸은 자기의 결백과 남주의 명성을 지켜주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마을 부자 청년에게 시집을 가게 됩니다. 시집을 안 가려고 둘째딸은 자기 사정을 남주에게 말하려 찾아가기도 하지만, 만나지 않고 편지로 결국 부치는데, 이 편지를 남주 부인이 핸드백에 챙깁니다. 그런데 이 편지를 어쩌다 바람 상대인 남자에게 압수 당해서(바람 상대가 남주 부인에게 꼭 별장에 오라고, 그 보증으로 편지를 가져가는데), 우여곡절 끝에 남주에게 뒤늦게 전달이 된다. 남주가 둘째딸의 편지를 늦게서야 보고 결혼을 말리려고 시골로 가고, 그날 마침 부인은 바람 피러 별장에 가는데, 두 부부 모두 그냥 귀가합니다.
왜? 남주는 가 보니 이미 그날이 혼인식이라 "이미 늦어버려서/来不及"여서 신부가 꽃가마 타고 떠났고, 부인은 막판에 어린 딸 생각이 나서 마음을 돌려 그냥 도망칩니다. 그것도 차 몰고. 중간에 차가 고장 나서 히치하이킹까지 하셔서 귀가하심.
그러고 나오는 이 영화의 마지막 주제 “결혼은 아이에 의해 지켜진다”는 다소 황당한 메시지가 자막으로 울려퍼집니다. ㅎㅎㅎ
<영화 발굴 경위>
일본 감독 Teinosuke Kinugasa (1896-1982)가 죽은 뒤 소장품을 아들이 도쿄의 National Film Center에 2006년에 기증했는데, 무슨 작품인지 몰라서 와세다대학 교수에게 의뢰함. 2011년에 당시 잡지에 나온 사진과 배우들, 감독 배우들의 후손 인터뷰와 사진 비교를 통해서 풍운지야인지 알게 됨. 그 내용을 홍콩의 한 신문에 와세대 교수가 기고해서 중국학계에 알려졌다고 한다. 원래 릴이 8개인데 첫 릴이 없어져서 앞부분이 없다. 대강 10분 정도 분량. 일본 The National Film Center와 the Shanghai Theatre Academy가 협력하여 디지털 복원을 한 것이 2017년이다. 2019년 봄에 첫 구미 투어에 나서서 시카고 대학, 워싱턴 대학을 거쳐, 하버드 필름 아카이브 the Harvard Film Archive에서 상영하게 된 것이라고 함. 페어뱅크 센터 공동 후원. 무성영화라서 음악 연주가 라이브로 들어가는데 Jeff Rapsis라는 분이 신디사이즈로 하셨음. 80분 내내 올라이브로 혼자 다 연주함. 대단대단...
생각보다 너무 웃기고 재미있고, 당시 중국 상황을 아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The Stormy Night (Fengyu zhi ye)
Directed by Zhu Shouju. With Han Yunzhen, Zhou Wenzhu, Wang Shiyan
China 1925, digital video, b/w, silent, 81 min. Intertitles in English and Chinese
이 1925년 중국 영화와 1927년 독일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 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영화라는 도구는 같지만 담고 있는 내용과 가치관이 아주 다릅니다. 다만 배우들이 인종은 달라도 화장법이 다 똑같다는 것(마타하리 영화 필)이 놀라웠어요.
역시 그날 관람 후에 상세한 관람평을 써 둔 것이 있어서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다만, 이 작품은 유튜브에서 바이두에서 온라인에 자료가 올라와 있지 않네요.
바이두에 작품 소개만 있어서 아래 참조
https://baike.baidu.com/item/%E9%A3%8E%E9%9B%A8%E4%B9%8B%E5%A4%9C/22494648?fr=ge_ala
https://library.harvard.edu/film/films/2019marmay/storm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