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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맛’을 컨셉트로 잡은 홈 스타일 레스토랑 ‘My x-Wife´s Secret Recipe’의 내부는 평범한 시골집 주방처럼 꾸며져 있다.
‘샹그릴라(Shangrila)’는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The Lost Horizon)’에 나오는 상상 속의 땅이다. 이곳에선 누구든 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세속의 나이로 되돌아간다는 내용이 서양인들에게 동양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다. ‘샹그릴라’는 ‘포시즌’과 함께 세계 최고의 호텔 브랜드이기도 하다.
홍콩에는 샹그릴라 호텔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주룽반도에 있는 샹그릴라, 다른 하나는 바다 건너 센트럴의 아일랜드 샹그릴라. ‘페트루스(Petrus)’는 아일랜드 샹그릴라 호텔의 가장 높은 층인 56층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페트루스’는 원래 프랑스 보르도에서 나는 가장 비싼 와인 이름이다. 나는 페트루스를 사본 적은 있지만 끝내 마셔보지는 못했다. 기회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받은 페트루스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결국 국내 와인숍에서 괜찮은 와인 30병과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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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Wife´s Seasonal Salad’는 제철 야채에 올리브유, 레몬향이 곁들여져 담백하다.
1990년대 중반 홍콩 샹그릴라 호텔의 레스토랑 페트루스에서 혼자 늦은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즉흥적인 결정이었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손님을 침착하게 자리에 안내해준 것부터 시작해서 소믈리에, 갸르송의 적절한 거리를 둔 친절한 서비스가 아주 좋았다. 아페르티프로 키르 로얄과 화이트 와인 375ml 한 병을 주문하고, 오랜만에 푸아그라도 먹어보았다. 중국적인 재료를 응용해 생선요리에 청경채, 고수를 곁들인 메인디시는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었다. 내가 항상 꿈에 그리는 포근하게 부풀어 오른 수플레가 마침내 눈앞에 놓이니 말 그대로 ‘샹그릴라’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과 함께 하는 페트루스의 분위기는 정말 로맨틱했다. 그러나 이날 만찬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혼자 먹어야 할 때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일식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외롭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때만큼은 너무 완벽해서 슬프기까지 한, 찬란한 고독감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그 후로는 되도록 다른 사람을 불러내서 같이 밥을 먹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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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에 구운 호박과 가지를 곁들인 건강 잡곡수프.
요리는 혼자만의 예술이 아니다. 셰프는 손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요리를 만들고, 식도락가도 누구와 먹어야 좋을지, 누가 이 맛을 제대로 공감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같이 이 맛을 느끼고 싶은 상대가 위장이 약하다면, 또 치아교정을 받아서 잘 씹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주위에는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이 있고, 여름철은 음식을 소화하기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레스토랑 비즈니스에서도 건강자연식이 중요한 테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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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정원과 탁 트인 외관을 자랑하는 한식당 ‘달개비’ 전경.
누군가와 함께 소화가 잘 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곳을 찾는다면 아트선재센터 근처에 있는 ‘달개비’(www.dalgaebi.co.kr 02-765-2035)를 추천하고 싶다. 이곳은 자연요리를 테마로 한 한정식을 내는 레스토랑으로 건강자연식을 체험하기 좋다. 들어서자마자 화가 박영하의 그림이 손님을 맞는 이 식당의 외부에는 작은 정원이 마련돼 있어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점심시간에 가면 먹기 좋은 메뉴인 대나무밥 정식은 양이 적당하고 맛이 깔끔하다. 이곳의 너비아니구이와 백년초 샐러드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저녁시간에 가면 풍성한 정식과 함께 매생잇국을 먹을 수 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부드럽다는 매생이는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일 것 같다. 실처럼 부드러운 녹색의 해초인 매생잇국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쪽에 있는 ‘신안촌’에 가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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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음식 전문점 ‘달개비’의 백년초 샐러드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왼쪽). 인간이 먹는 음식 중 가장 부드럽다는 매생잇국.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에 있는 ‘My x-Wife´s Secret Recipe’(02-777-0928)는 가정식 요리를 기본으로 한 퓨전형 레스토랑이다. 꽃무늬 벽지가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심플하고 큰 테이블이 안정감을 준다. 두툼한 도자기 접시나 컵들도 정겹다. 이곳에서 내가 자주 주문하는 요리는 ‘건강 잡곡수프’다. 거의 죽에 가까울 정도로 걸쭉하고 크리미(creamy)한데 보리 등 잡곡이 씹히는 것도 재미있고 은근히 배도 채워준다. 올리브오일과 레몬만으로 드레싱한 이곳 샐러드(x-Wife´s Seasonal Salad)는 재료의 비율이 아주 적당해 맛이 깔끔하다. 엄청난 양의 샐러드가 큰 볼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수프와 함께라면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식사가 될 것 같다.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양갈비를 자주 주문한다고 한다. 이 레스토랑을 책임지고 있는 유지영 대표는 평창동 샌드위치 가게로 시작해서 광화문에 샌드위치 전문점 ‘Witch’s Table’을 내면서 유명해졌는데 새로운 컨셉트의 레스토랑 창업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레스토랑이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T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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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와 갸르송
‘소믈리에(Sommelier)’는 레스토랑의 와인 품목 선정과 리스트 작성, 관리와 서비스까지 와인에 관련된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로는 와인 캡틴 또는 와인 웨이터라고 한다. 갸르송(Garcon)은 프랑스어로 ‘소년’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식당의 웨이터를 가리킨다.
아페르티프
아페르티프는 식사 전에 마시는 와인으로 베르무쓰, 셰리, 소테른 등이 인기가 높다. 키르 로얄도 잔 안에서 톡톡 튀는 샴페인 거품이 음식 맛을 돋워주는 것으로 유명한 아페르티프다. | | |
첫댓글 이렇게 좋은 코너를 이제사 보았네요 '달개비 '한번쯤 가 볼만 한 식당입니다.추천하고 싶어요. 한선생님 가족과함께 꼭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