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12구간(42번국도-부아산-하고개-함박산-무네미고개-바래기산-망덕고개)
1.일시: 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2.날씨: 날씨는 맑으나 시계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3.참가인원: 하늘님, 딱선생, 그윽한미소 그리고 나
4.거리및 소요시간: 약 21km 정도 주파했으며 9시간 정도 걸림.
출발
여름 그더위에 고생한 것이 바로 엇그제인데 벌써 겨울 추위를 걱정해야 하는 계절의 초입에 서있다. 늘상하는 이야기지만 정말로세월은 우리 몰래 야금 야금 우리의 세월을 갉아 먹어 버리는 것 같다.
여름이지 싶으면 어느덧 가을이고 가을이지 싶으면 금방 겨울이다. 우리가 감당하면서 지나치기에 버거울 정도로 쏜살처럼 빠르다. 이건 우리가 너무 서둘러 산 덕분이지 싶다.
푸른 하늘도가끔 올려다 보고, 쓸데없이 이곳 저곳을 어슬렁 거려도 보고, 가능하면 느리게 느리게 살면 삶은 더디게 가기는 갈까? tv 무슨 특집에서 티벳 승려가 나와 하는 말이 "우리는 욕망이 없어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기 때문에 속이 시끄럽지 않아 하루를 온전히 내 주장대로 산다".
그러니 인생의 주역인 셈인데, 외부 작용에 의해 여기 저기 끄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주도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 답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이다. 온몸으로 그러길 바라지만 그건 언제나 나의 환상일 뿐이다.
현재는 가능성 몇 프로 밖에 안되는 핵심의 테두리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힐끗 힐끗 쳐다 보면서...
이른 시간에 서둘러 집을 나서면서 평시 보다 두어 시간 덜자 졸음이 마구 쏟아지던 차에, 전철 의자 밑으로 따뜻한 스팀이 퐁퐁 올라와 까딱까딱 졸고 있자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딱선생' 이 툭친다.
전철의 그 많은 칸에서 그리고 그 많은 자리중에서 같은 칸 같은 출입구 근처에 자리를 잡아 만났으니 이건 나의 텔레파시와 '딱선생' 텔레파시가 부딪쳐 스파크가 일었음이 틀림없다.
만날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하늘님' 과 '그윽한 미소'가 와 있었다. '바람'은 집안에 급한 일로 오늘도 참석을 하지 못했다. 집안 일이라고 하니 제명은 할 수 없고 다음 번 산행 때 벌금을 물려야 할 것 같다.
출발 오전 8시37분. 용인정신 병원에 하차하여 고개 마루로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정맥길이 열려 있다.
그나마 좀 남아 있던 나뭇잎들이 이제는 다 떨어졌다.
어김없이 정맥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
부아산 자락에 있는 코리아cc 전경.
부아산 도착 10시 12분 402.7m. 동국여지지에 산의 형상이 마치 아이를 업은 형상이라고 해서 부아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용인대 방향으로 내려서야 함박산 가는 방향이다. 독도주의 구간이다.
공원 묘지 전경.
하고개 도착 10시44분. '하늘님' 이 이곳 개망초 군락을 보더니 꽃이 활짝피면 볼만했겠다고 한다. 지금 꽃이 시들어도 이정도인데흐드러지게 피면 정말로 볼만할 것 같다. 아곳에서 나홀로 산꾼을 만났는데 정맥꾼은 아니고 오늘 문수봉까지 간다는데, 63세라고한다 대단한 체력이다.
338봉에서 본 전경. 저 멀리 아스라이 우리가 지나 온 석성산이 보인다.
자세좋고!
자세죽이고! 산 정상석은 350.5m라고 되어 있고 지도상의 고도는 어찌 349m로 되어 있는고?
천지 개벽할 때 온 세상이 물에 잠겼는데, 유독 이 산봉우리만 함지박 만큼 물 위에 솟아 올라 함박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능선에서 평안남도 대동군 자족면 가족묘 쪽으로 내려서서 좌측으로 틀어야 정맥길이다. 이곳도 독도주의!
45번 국도가 지나가는 곳. 반대편 철계단이 있는 곳이 원정맥길이나 반대편 산을 넘어도 은화삼cc가 정맥을 차지하고 있어 에둘러가야 한다.
친절하게도 용인시는 정맥을 에둘러 가는 길까지 정확하게 표지판으로 표시해 두고 있다. 헐! 존경하옵는 용인시 담당 공무원님!
무네미고개 도착 12시 27분. 배가 고프다고 난리들이다 이곳은 차들이 많이 다니고 시끄러워, 먹는 것에 집중할 수가 없어 은화삼cc 능선에서 먹기로 했다.
이 무네미고개의 '무네미'라는 말은 말 그대로 물이 넘어가는 고갯 마루라는 뜻이다. 서울의 수유리(水踰里)도 '무너미'의 한자 표기인데, 문수봉에서 발원한 경안천이 이곳으로 흘러가서 붙여진 지명인 것이다.
조용하고 안전한 산행을 해주기 바란다는 표지판 위에 조그만 글씨로 "산행하는데 골프치는 소리가 산행을 방해합니다"라고 누군가 장난으로 부기해 놓았다. 나도 동감이다 여기서 거기를 어떻게 훼방을 놓을 수 있는가? 산행하는 우리가 피해자다. 손해 배상 청구할까 그냥 확!
오늘 점심은 정말로 상다리가 있었으면 부러질 뻔 했다.
라면에 '하늘님 이 싸오신 오뎅과 버섯들 그리고 호박 셀러드에 '그윽한미소'가 비장의 카드로 내온 매생이 즉석국에 올해 갓 담은 김장 김치, 것절이, 오이지, 멸치, 고추 튀긴 것까지, 이것이 어떻게 산행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인가?
집에서 해먹기도 어려운 것들을 이곳 은화삼cc가 바라다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서 맛난 점심을 먹으니 이 아니 좋을손가!
결과는 모두 과식을 하여 '딱선생'이 싸온 밥을 반이나 남긴건데, 이런 일은 4년 산행하는 현재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배가 찢어지는 것 같다. 나머지 산을 어떻게 탈것인가 굴러 갈 것인가 고민이 살살된다.
아니나 다를까 수마를 견디지 못하고 한 걸음도 옮기질 못하겠다면서 '딱선생'이 먼저 주저앉고, 곧 이어 '그윽한 미소'가 쓰러져 더 이상 산행이 어려워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저 정도의 경지에 들어가려면 얼마나 내공을 쌓아야 할 지 감이 오질 않는다.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가면서도 잘 수 있는 내공을 충분히 갖출 공산이 매우 크다. 용기를 가지라 내가 도와 줄테니!
여기서 문수봉까지 8.5km 남았는데 2km에 1시간을 잡아도 현재 시간이 3시10분이고 예상 도착 시간이 7시를 넘길 것인데, 오늘의산행 구간을 중간에서 잘라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낮이 짦아지는 겨울철이라 늦어도 5시경에는 산행을 끝내고 하산을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늘은 문수봉까지는 무리라는 얘기고, 그래서 속으로 목표지점을 쌍령지맥 분기점으로 잡아 본다.
이 속이라는 말은 계획을 발설하면 그것보다도 항상 덜 가기 때문에 비밀에 부치는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삽자가탑 산 도착 4시16분.
누가 조성해 놨는 지 커다란 십자가를 산 정상에다 조성해 놨다. 정성이 갸륵하다!
신원cc가 나무들 사이로 언듯 언듯 보이고...
용인을 지나오며 보니 정말로 골프장이 한 두개가 아니다 이것이 다 환경을 말살하고 있는데, 지금도 공사중인 곳이 여럿 보인다.
이곳이 지도상의 바래기산(해발 368m)인 모양인데 삼각점의 표기는 여기서 부터가 안성이라는 건가 보다.
애덕고개 도착 5시12분.
망덕고개라고도 부르는데 이곳으로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운구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총 길이 46km 정도의 쌍령지맥 분기점을 만난다.
오늘의 목표 지점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근 21km를 주파하여 근래에 보기 드물게 원족을 한 것이다.
오늘도 여지없이 '그윽한 미소'의 가슴에서는 시퍼런 광선이 한줄기 내뿜고 있다. 오매 무서운 거!
여기에서 호동마을(해실리)까지는 0.6km로 그다지 먼거리는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어둠이 우리를 엄습해 오고 있다.
문수봉의 문수샘이 경안천의 발원지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렇게 낯선 곳으로 내려오면 얻어 걸리는 것이 한가지씩은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 길을 어스름 저녁에 걸어 보는 것도 이 낯선 곳에서의 부수적 즐거움이다.
마침 마을 입구에 버스 정거장이 있어 몸단장을 하고 용인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용인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시간을 알아 보니 9시경에 버스들이 다 있어 일단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근처 막걸리집으로 갔다.
오랬만에 먹어 보는 과메기에 이동네 막걸리, 그리고 더덕 무침, 전을 안주 삼아 알싸한 뒷풀이를 했다.
이집 과메기는 정말로 강추해도 손색이 없는 맛이다. 다음 구간 끝날 때도 반드시 와야 할 곳인 것이다. 앞으로 두번의 기회가 더있다 이곳을 방문할 기회가...
모두들 고생했다 근 21km를 주파하느라고...
특히 '하늘님' 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 주시느라 애쓰셨고, 빡센 산행에도 묵묵히 따라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9시 해산하여 우리집 도착 10시 30분.
늦게 도착할 줄 알았는데 어찌된 건지 용인에서 인천터미널까지 한시간 밖에 안걸렸다!
계 탄 기분이야 씨!
첫댓글 ㅎㅎ 딱선생님과 미소님 낮잠에 인정사정 없는 응징이 바로 나타나는데.....대장님 산행속도 따라가느라 힘들었습니다.
<티벳 승려가 나와 하는 말이 "우리는 욕망이 없어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기 때문에 속이 시끄럽지 않아 하루를 온전히 내 주장대로 산다". >
:좋은 말이다. 동감이다. 선불교의 언어인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임제(臨濟)선사 :가는 곳마다 참된 주인이 되어라! 지금 네가 서 있는 그 곳이, 모두 진리의 자리이다." 와 그 뜻을 같이 하는 말이라고 본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 사실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
너무나 당연한 진리인 것을 왜 우리는 실천을 하지 못할까? 이미 몸 안에 있는 진리를 꺼내 쓰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