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올해 우리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긴 추석명절 연휴를 맞이합니다.
정부가 긴 휴가기간 동안 국민들의 소비진작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올해는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여 전례 없는 10일이라는 긴 추석명절 연휴를 맞게 된 것입니다.
한때 달력의 빨간 날에 혈안이 된 일부 호사가들에 의하여 회자된 바 있는 ‘직장인들이 2044년까지 꼭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2044년도에 10월 7일 금요일만 연차휴가나 월차를 내면 10일간의 긴 연휴를 만끽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회자되는 관련된 글을 보니 앞으로 8년 후인 2025년과 2028년도 올해와 같이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기만 하면 10일의 긴 휴가를 즐기게 되어 굳이 2044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라의 정치나 경제,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만 안정이 된다면 우리 민족의 가장 크고 풍성한 명절인 한가위를 더없이 기쁘고 행복하게 만끽할 수 있을 터인데 그 실상은 우리의 마음과 판이하게 다른 것이 감출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해마다 맞이하게 되는 추석이 올해는 10월 4일로 수요일입니다.
추석은 팔월 대보름, 중추절 또는 한가위라 불리며 중국의 중추절,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같이 한 해의 수확을 마무리하고 풍성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그들이 믿는 신과 조상님께 나타내는 날입니다. 신이 자연을 통해 인간에게 가져다 준 풍성한 결실 앞에 갖게 되는 감사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같은 모양입니다.
추석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은 한가위입니다. 가배, 가위라고도 했던 한가위의 원 뜻은 '한 가운데'란 뜻이며 음력 8월15일인 추석이 가을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날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한가위 때 즐기는 전통 놀이 문화로는 주로 널뛰기, 제기차기, 윷놀이, 투호놀이 등이며 남도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강강술래가 전통 민요 및 놀이로 각광받으며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강강술래>는 전라도 남해안 일대에서 전승되어 오는 민속놀이로 해마다 음력 팔월 한가윗날 밤에 곱게 단장한 부녀자들이 원형으로 늘어서서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라는 후렴이 붙은 노래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은 추는 놀이입니다.
<강강술래>의 유래는 임진왜란 당시 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이 적에게 우리의 군세가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마을 부녀자들을 모아 수십 명씩 떼지어 해안지대의 산에 올라가게 한 후 모닥불을 피워 놓고 돌면서 이 노래를 부르게 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강강술래의 강은 ‘주위’, ‘원(圓)’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며 술래는 경계를 뜻하는 ‘순라’에서 나온 말로서 즉, ‘주위를 경계하라’는 뜻을 지닌 일종의 구호라고 합니다.
이러한 아름답고 전통적인 한가위가 이번에는 무려 10일간의 긴 기간이 주어지며 한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척들을 보면서 서로 복을 기리는 덕담을 나누고 한 해의 수확도 감사함으로 함께 나누는 민족고유의 미풍양속이 우리네의 정서였습니다.
이 때만큼은 칭찬과 덕담이 그 동안 수고하고 지친 사람들을 힘이 나게 하고 새로운 꿈을 갖게 하곤 했는데 작금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어려운 상항가운데 맞는 한가위 명절이라 더욱 마음 한 켠이 편치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먼저 이웃들과의 나눔을 위한 온정의 손길들을 들여다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폭염과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이재민들이 대거 발생하였음에도 이들을 돌아보고 찾는 발길과 건네주는 손길들이 예년보다 더 뜸해졌다는 신문기사가 넉넉한 한가위의 마음을 슬프게 합니다.
북핵 문제로 태동된 한반도의 안보와 전쟁 발발의 긴장감 속에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국제 정세, 미 대통령 자신의 실력을 행사라도 하듯이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한미 FTA 재협상, 중국의 대한민국을 향한 사드 보복 조치 발동 및 그로 인한 경제 파급 영향,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의 국제정세 가운데서의 이권 전략, 나라 안으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계부채의 부담 등등이 풍성해야 할 한가위의 마음을 비통하게 합니다.
최근 새 정부가 야심 차게 선보인 청년수당제도 등 여러 복지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년실업지수가 이전보다 더욱 악화되는 기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고용과 소비의 동시 부진이라는 이중고와 국제 시장에서의 고 유가에 기인한 고물가 시장 경제가 얄팍한 수입봉투에 허덕이거나 소득이 없는 소외계층들로 하여금 풍성하고 넉넉해야 할 이번 추석명절이 더욱 어둡고 긴 터널 같기도 할 것입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청년들의 실업문제도 가슴이 아프지만 이로 인해 그들이 자존감과 사회적인 정체성마저 잃어버릴 것만 같아 지레 걱정되기도 하는 것은 비단 저만의 기우는 아닐 것입니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전문 포탈인 ‘알바천국’이 전국 20대 청년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10명 중 6명이 혼자서 추석을 보내겠다는 ‘혼추족’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는 아르바이트 (27%), 친척 및 가족들의 잔소리 (23%), 취업 및 시험준비 (17%) 등이라고 하니 젊은이들의 현실이 이 넉넉하고 행복해야 할 한가위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은 이제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전설적인 이야기로 남아야만 하는 것인지 이 긴 연휴기간 동안에 한 번 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대목입니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민주국가의 전기를 마련하고 나라다운 나라, 화합과 소통이 키워드가 우선이 되는 나라를 표방하며 멋지게 출범한 새로운 이 정부가 더불어 잘 사는 나라, 더 이상 소외 받지 않는 민중의 위상을 새 희망으로 던져 주었으니 아직은 그 약속을 믿고 나아가고 싶습니다.
이제 새 정부가 멋지고 감동스럽게 출범한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은 가능한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기상조인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고통가운데 신음하는 민초들의 소리는 날로 그 도를 더해가고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팽배해지며 이 사회의 전반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외로운 독거노인들, 소년소녀 가장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이웃이 되고 공동체가 되어버린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들, 꿈을 찾아 들어 온 이주민들의 시선을 외면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습니다.
적어도 이 넉넉하고 풍요로워야 할 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만큼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저만의 생각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번 한가위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비록 어린 시절 소년의 꿈을 빌었던 그 옛날 뒷동산은 아니더라도 어디 정한 곳이라도 자리를 틀고 휘영청 밝은 저 달을 향해, 이 사회 이 나라를 위해 간절한 마음의 염원을 담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리라도 한 번 질러보려고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발 한가위 마음만 같아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