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12구간(학당고개-여주재-천마봉-매산리 도로)
1.일시: 2012년 9월 8일 토요일.
2.참가인원: 오리지날("오리도 지랄하면 날 수가 있다"의 약자)멤버.
3.날씨: 가을의 냄새가 이곳 저곳에서 풀풀 올라오는, 화창하고 그리 덥지도 않은 등산하기 좋은 기후임.
4.산행거리및 소요시간: 산행 거리는 약 10km, 소요 시간은 대략 6시간 30분.
출발
거의 한달만의 산행으로 기대가 너무 나도 커, 똥꼬가 벌렁 벌렁거려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다. 콧구멍에 산바람을 집어 넣은 것이 벌써 한달이 넘었으니 왜 아니 벌렁거리겠는가?
이렇게 기대를 하고 있는데 출발 전날 느닷없이 '딱선생'이 집안 일로 참석을 못한다는 전갈이 온 것이다.
이것이 욕을 바가지로 먹기를 작정한 모양이다. 지금 기대가 너무 커서 똥꼬가 벌렁거려 주체할 수가 없는 마당에, 거기다가 초를 확 치다니!
'그윽한 미소'의 겁박과 설득으로 집안 일을 하루 미루고 어렵사리 합류하기로 했다.
해서 당일 강남터미널에 집결하여 표를 구매하니 아뿔싸 조금만 늦게 샀어도 자리가 없어 출발을 못할 뻔 했다. 우리가 표를 구매하고나니 딱 한표만이 남은 것이다.
헐! 어찌하여 청양에 가는 사람이 이리도 많은고!
맨 뒷자리를 잡아 청양에 도착하는 두시간여 동안을 이빨을 까면서 가는데, 뭔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나이를 먹으면 기가 다 주둥이로 올라온다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닌것 같다.
청양터미널에 9시 30분경에 도착하여 택시콜을 부르니 전에 차동고개와 학당고개에서 탔던 그택시 기사인 것이다.
청양에서 세번을 조우하다니 이아저씨와는 보통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택시비 3,000냥?
'딱선생' 자는 겨? 학당고개 출발 오전 10시.
낙과로 간식중. 한여름에는 잡풀이 기승을 부리더니 계절이 가을의 문턱에 오니 풀들도 기세가 많이 꺽인 것 같다.
굵은 담쟁이 덩굴. 담쟁이 덩굴이 소나무와 참나무를 타고 올라간 것이 당료에 특효라고 한다.
이쪽 동네에는 담쟁이가 지천이다.
방죽골과 오류골을 잇는 도로로 내려서고 있다. 여기가 오류골 고개라고 한다. 도착시간 11시 40분.
삼각점이 있는 334봉. 마주 보이는 산이 청양의 진산인 칠갑산인 모양이다.
일산이 여기도 있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윽한 미소'!
여기서 간식을 먹으려고 했으나 평평하지 않아 조금 더가서 먹기로 했다.
여주재 가는 길에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갈길이 바쁜 관계로 라면 생략이고 간식도 생략하여 점심에 한꺼번에 뭉뚱그려 해치우기로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내 마음만 바쁜 것 같다. 이것들은 전혀 naver 바쁜 것 같지 않다.
나는 왜 매번 이렇게 시간에 거리에 끄달리는지 알 수가 없다. 진짜 산행의 단수가 높은 건 내가 아니라 탱자 탱자하는 우리의 회원들이 아닌가 싶다. 저렇게 여유들을 가져야 하는데 나는 왜 여유를 가지지 못할까? 효율은 따져서 뭐한단 말인가? 빨리가면 누가 상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딱선생' 말마따나 올해를 넘기면 어떻다는 말인가? 그래 앞으로는 천천히 가도록 하자! 쉬고자 하면 쉬고 놀고자 하면 놀자!
앞으로는 시간과 거리에서 해방이다!
여주재 도착 2시 14분. '딱선생' 눈을 뜬거는 같은데 확인이 안된다. 뜬겨 안 뜬겨?
sk주유소가 있는 구봉 휴게소는 사람의 왕래가 적은지 폐쇄되어 있고, 마당 옆에는 대추나무와 감나무가 실하게 자라고 있다.
익은 것을 골라 따먹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약간 붉게 익은 것은 단맛이 들어 감칠 맛이 있다.
감이 실하다.
정맥의 다음 들머리를 찾아 음직이면서도 이빨들을 연신 까면서 움직이고 있다. 뭔 할말들이 그리 많은지...
422봉(천마봉)가파른 급경사 길을 오르면서 식곤증과 피로감을 이기기 못하고 머리를 쥐어 뜯는 우리의 '딱선생'!
대놓고 벌렁 나자빠지고...
안자려고 눈을 부릅뜨지만 졸음이 눈가에 천근 만근이다. 조금 있다가는 못참겠는지 땅바닥에 널브러진다.
나는 왜 안졸리지? 오분 거리의 천마봉있는 안테나까지 갔다 왔지만 '딱선생'과 '바람' , '그윽한 미소'의 코고는 소리만이 능선에가득하다. 할 수 없이 나도 가만히 누워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천둥 번개치는 소리가 위에서 울린다 '딱선생'의 우렁찬 코고는 소리가...
언제 잤는지 시치미를 떼고는 멀뚱 멀뚱이다. 422봉 도착 3시 43분.
산감으로 일반 감에 비해서 크기는 작지만 올망 졸망한 것이 야물딱지다.
내리막 길에서 '딱선생' 특유의 징징거림이 귀청을 때린다. 청양 오는 버스안에서 잠을 잘못 잤는지 허리가 아파서 더이상 못걷겠다며 징징거린다.
빵같이 생긴 왕버섯. 이것은 무슨 버섯인고? 독우산 광대버섯으로 서양에서는 '죽음의천사' 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독버섯 1-2위를다투는, 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맹독 버섯이다.
매산리 도로 도착 4시 27분. '딱선생'의 징징거림에다가 한술을 더 떠서 '바람'도 옆에서 거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정맥 표지기가 없어 잘못 내려선 것은 아닌지 고개마루까지 올라 갔다 왔지만, 표지기를 볼 수가 없었는데 울타리 옆에 표지기가팔랑거리고 있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아쉽지만!
고개 바로 밑에 정가네 보신탕집이 있어 그곳으로 오라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 기사에게 청양에 먹을거리를 물으니 오늘 마침 청양 고추 구기자 축제를 한다면서 가보라고 한다.
청양 터미널에 도착하여 차시간을 보니 맞는 시간이 없어 강남터미널 가는 7시 40분 막차를 예매하고 널널한 시간을 청양을 위해올곧게 사용하기 위해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청양 고추 구기자 축제가 열리는 입구.
막걸리 종류만 뎃가지가 되는 것 같다. 시음하면서 역시 시골 인심이 좋다는 것을 느낀다. 시음컵은 보통 소주잔 크기로 주는 것이보통인데 이곳은 시음잔이 커피잔 크기로 가득 따라준다. 우리가 시음한 것이 대치 막걸리, 구기자 막걸리, 구기자 청주, 밤 막걸리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일반 막걸리 두개 도합 다섯가지가 넘는 것 같다.
진짜 고추(?)같이 생긴 고추.
이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부트졸로키아! 청양 고추의 약 100배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고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 이것이 서두에서 말했듯이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는 말이다.산행을 그만하자는 것을 우기고 강행했다면 이런 귀한 경험을 어디서 또 하겠는가?
먹는 것은 좋은 것이여! 막걸리 주전자를 보라 두되짜리 주전자로 5,000원이다. 물론 다 채워주지는 않았지만 반되는 더 준 것 같다.
김치 부침개.
'꽝'도 준다고 한다. 시골 인심이라니!
유정란으로 만든 구운 계란. 옛날에는 그리 흔했는데 이제는 이런 곳 아니면 먹어 볼 수가 없다. 일반 무정란보다 크기도 작고 앙증맞다. 그림만 그리면 이것도 공짜다.
뭘 그렇게 수줍어 해!
전어를 먹으려는 일념으로 터미널까지 갔다가 다시 이곳 행사장으로 온 '그윽한 미소'의 맛에 대한 끝없는 도전! 짝짝짝 박수!
청양에서의 밤도 무르익어 가고 우리의 인생의 한페이지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이렇게 탱자 탱자하다 막차를 놓칠까봐 부리나케 터미널로 향했다. 먹고 노느라고 정작 저녁을 생략하여 간단하게 터미널 근처의빵집에 들러 간단히 요기할 것을 사서는 막차에 올랐다.
먹은 술이 있어 어떻게 버스로 올라왔는지도 모르게 다들 단잠에 푹빠져서 강남터미널에 도착 했다.
오늘도 먹고 노느라 다들 고생했다. 특히 산행할 때는 그리 아프던 허리가 먹을 때는 하나도 아프지 않을 수 있는지 '딱선생'에게묻고 싶다.
나의집 도착 시간 11시 20분.
첫댓글 오랜만에 금북과 만나며 설레임이 크셨나 봅니다.
덤으로 정맥길에 청양축제도 구경하시고 .....
'앞으로는 시간과 거리에서 해방이다' 라고 말씀하신거 믿어도 되나요????
언제나 맛난 산행기 잘읽고 갑니다.
시간과 거리에서 해방되려구 합니다. 되는데로 가려구요! 굳이 욕 먹을 필요 있습니까? 이제는 편히 하시자구요!
즐기는거죠 룰루 랄라하면서...
산에 안따라가고 산행기만 읽어도 재밌네요.
딱선생님의 징징거림도 귀에 들리고 바람님의 투덜거림도 눈에 보이는듯 하네요.ㅋㅋㅋ
말도 못하고 속만 태우시는 청학님의 속쓰림도 조금 보이고.ㅎㅎㅎ
늘 웃으시며 중립을 지키시는 그윽한 미소님의 웃음도 함께....
날도 선선해졌으니 정맥으로 풍덩하셔야지요? 앞으로는 살살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목적지도 생략입니다 앞으로는...
하늘님 구름님 빨랑 합류해 주세요...무언가 허전한 .이 허허로움에 느낌표!!,마침표...를 찍어 주세요...
청학이 거리에 연연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음 그것은 지켜볼 일이다...본인은 그리 안하려해도 산신령이 빨랑 오라고
손짓 한다면 또 줄행랑 치려고 발버둥 치지 않을까?...여하튼 이번에도 무지 고생했다....
진짜루 이제는 거리 시간에서 해방이다! 앞으로 목적지는 없는 것으로 하지? 언제 어디서나 하산이 가능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