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강의 반 학기 소감문 : 내 안에 있는 보살을 보도록 노력할 것
2학년부터 '참선'이라는 과목을 정말 듣고 싶었습니다. 힘든 대학 공부 와중에 내 꿈과 미래, 내 마음을 알고 싶고 차분히 다스리고 싶고, 많은 생각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강신청이 치열해 수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4학년이 되어 수강신청에 성공하였고, 참선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간고사 기간까지 참선에서 저는 좌선체험, 인생지도, 개강미사, 신사홍서원 실천 등 2달 동안 많은 것을 체험하였습니다.
'좌선(坐禪)' 체험
우선 첫 번째로, '좌선(坐禪)' 체험을 가장 먼저 하였습니다. '좌(坐)'는 앉는다는 말이며, 침착하여 흔들리지 않음을 뜻합니다. 몸ㆍ숨ㆍ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좌(坐)'입니다. '선(禪)'은 고요히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좌선은 몸ㆍ숨ㆍ마음을 통일한 상태를 말합니다.
처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정신통일에 들어가는데 좌선을 하며 수식관(數息觀)을 하였습니다. 수식관이란 호흡을 마음속으로 세는 것으로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저희는 출식관(出息觀)을 하였습니다. 한 호흡을 하나로 세는데 내쉬는 숨을 세는 방법입니다. 수업시간 총 75분 중 25분 좌선체험, 25분 교수님 말씀, 나머지 25분 다시 좌선체험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요가 자세와 같이 다리를 꼬아 결가부좌 자세를 취하여 25분 동안 출식관을 하면서 좌선체험을 하였습니다. 무척이나 고요한 방음실에서 하였는데 처음에는 집중도 잘 안되고 수식관도 잘 하지 못하였습니다. 잡념과 망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자세도 바로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눈을 자꾸 뜨고 싶고, 자세를 자꾸 고쳐 앉고 싶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좌선을 화, 목 참선 시간에만 하지 말고 아침, 저녁으로 꾸준히 실천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꾸준히는 실천하지 못하였지만, 생각나는 대로 일어나서, 자기 전에 해보았습니다. 여전히 잡념은 있었지만 처음 해보았던 날보다 더 집중이 잘되고, 산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 따로 해보니, 다리가 저리지 않고, 눈도 잘 감고 있으며, 수식관도 잘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굽혀져서 신경 쓰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이제는 좀 더 꾸준히 좌선을 하여서, 수업 시간에도 곧은 자세로 좌선을 하여 교수님께서 보실 때 인정하시는 좌선을 할 것입니다. 또한, 최종적으로 좌선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보살을 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제가 깨친 것을 남들도 깨치도록 인도하는 사람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인생지도 그리기
두 번째로는 인생지도 그리기입니다. 첫 과제로 여름 방학 당시 교수님께서 인생지도 그리기 과제를 내주셨습니다. 이 과제를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진로나 꿈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참선 수업을 들으면서 내 인생의 수많은 길 중 나에게 딱 맞는 나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좌선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내면을 들여다보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내 꿈을 위해 자아성찰을 할 것입니다.
미사 체험
세 번째로는 가장 흥미로웠던 미사 체험이었습니다. 개신교 신자로 천주교 예배인 미사를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개강미사를 갈 기회는 총 8번이나 있었지만 귀찮음과 굳이 갈 필요 없다는 마음에 7번이나 놓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제를 하기 위해서라도 미사를 체험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미사 중간에 원철 스님께서 강론을 해주셨습니다. 원철 스님께서 "나를 찾는 여정"이란 주제로 강론을 해 주셨는데 여행을 많이 다니고 독서를 많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들으면 사람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강론을 듣는 내내 올해 초에 간 해외여행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여행을 가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커졌습니다. 빨리 바쁜 취준생 신분을 벗어나 나를 찾는 여행을 꼭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강론과 새로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미사를 7번이나 놓친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서강대를 졸업해도 시간이 맞으면 미사를 다시 꼭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신사홍서원' 실천
마지막으로 '신사홍서원' 실천입니다. 교수님께서 누구나 실천 가능한 '신 사홍서원' 즉, 새로운 '사홍서원'을 제창하셨습니다.
첫 번째로는 '하루하루 한 차례씩 화두(話頭)를 살피오리다.[日日一回誓願看]',
두 번째는 '하루하루 한 구절씩 법문(法門)을 익히오리다.[日日一敎誓願學]',
세 번째는 '하루하루 한 가지씩 집착(執着)을 버리오리다.[日日一着誓願捨]',
마지막으로는 '하루하루 한 가지씩 선행(善行)을 행하오리다.[日日一善誓願行]'입니다.
'신 사홍서원'에 대해 알고 나니 교수님이 과제로 내 주실 만큼 정말 누구나 실천 가능한 '사홍서원'이었습니다. 이런 4가지 실천을 하고, 그에 따른 저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하루하루 한 가지씩 집착(執着)을 버리오리다.[日日一着誓願捨]'의 사홍서원을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집착은 제가 선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에 가장 큰 장애물로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사홍서원을 늘 마음속에 새기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의 집착', '시기와 질투하는 나의 집착', '작은 것에도 불안해하는 나의 집착' 등 하루 한 가지씩 집착을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엄청나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변함을 느꼈고, 앞으로 더 선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실천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듯 참선 수업을 들으면서 저는 일반 지식을 쌓는 공부가 아닌 마음의 평온과 내 생각의 깊이를 더해 줄 수 있는 지식을 쌓는 방법을 배우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사는데 공부가 다가 아니며, 나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참선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고 '함께 더불어 살기'를 삶의 또 다른 원칙으로 삼겠습니다.
군더더기 : 사실 참선 수행은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비단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라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각자 신앙(또는 신념) 안에서 깊은 통찰체험에 이르게 하고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나눔 실천적인 삶을 지속하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행법입니다. 따라서 이 길로 들어서는 분들 모두 한 분도 낙오됨이 없이 선의 스승으로서의 역량을 갖추시고, 또한 그 체득한 바를 이 길로 들어서고자 하는 후학 분들과 함께 나누시기를 간절히 염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