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토
카라, 새벽 다섯시부터 넓은 붓다홀에 홀로 앉아 있다.
화영, 캠프 준비에 만전을 기울이는 모습.
용맹정진 캠프 및 주말 명상 캠프 참가자들 속속들이 도착.
저녁 무렵 비가 내리고,
어딘가 비장한 긴장감마저 떠도는 용맹정진 분위기.
대부분 말들이 없다. 윤 원장 또한 말수가 확연히 적어지는데
세의 흐름을 관망중이던 자봉파 및 홀로파 등등t
너도나도 용맹정진에 적극 동참의사 표시.
민우, 어디 조용한 곳에서 제대로 명상을 하며 지내고 싶다길래
화영이 소개했다고.
"사람 하나 잘도 버려놨군"
호호호.
카라, 찻집에서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며 피라미드 명상원에
정면 도전. 약간의 에피소드.
캠프 참가자들 새벽 네시 기상을 위해 너나없이 서둘러 침소에 들다.
주말 참가자들의 나눔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조촐한 분위기.
어제부터 온다던 샹깃,
도저히 못 가겠다, 오분 후에 다시 전화 - 상황 극적 반전. 절대 간다. 네 시 차, 못 탓다,
일곱시 차, 못 탓다. 그럼 걸어오든지 말든지, 오지 말라는 뜻인가? 열시 차는 꼭 탄다..
숨가쁘게 통화.
결국 용맹정진에 대한 강렬한 유혹을 떨구지 못하고
밤 열시행 기차를 타고 비내리는 양동역에 내리다.
호프 한 컵하고는, 담배는 내일분까지 몇 대 피우고 서둘러 명상원에 도착하니
라자와 부인 동료들, 횅덩그레한 식당에서 막걸리판 시작 중.
샹깃, 다음날 새벽을 위해 냉큼 숙소에 들고
애국자 라자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사라진 화키르가 파키스탄에 있는데 나랑 같이 만나러 가자,
어디 가자, 어디 가자.
우리 나라 사람은 말고기는 먹는데, 전쟁으로 죽는 말 처리 차원이 아니라
평화를 애호하는 민족으로서 발본색원 차원에서 말고기를 먹는다고 운운.
라자, 쿤달리니 춤에 대해 깊은 관심 여전.
침중하게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의 숨소리마저 옆사람처럼 느껴지는 칠흑 같은 어둠.
7월 15일 일
세찬 비.
용맹정진 캠프, 한오라기의 불참자도 없이 시간표대로 진행되다.
윤 원장, 외따로진 주말 참가자들을 위해 명상 진행.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듯.
라자, 점심에 인도요리 선보이다.
주말 참가자들 윤 원장과 좌담을 마치고 돌아가다.
명상원의 젊은 양심-광환, 패기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다.
식구들, 마치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타자의 머리를 쥐어박듯 하던 일을 손에 놓고
일제히 광환의 귀원을 환영하는 모습.
홍콩 느와르 영화의 들개 양아치에서 넘버 쓰리 같은 모습으로 세련되게 변신.
말들이 무성한데 광환,
왠지 여자 친구가 생길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든다고.
사무실, 캠프 안내문 보내느라 분주. 광환도 즉시 가세.
열시 전에 마무리되다.
라자, 주방 아줌마 등과 오늘도 막걸리를 찬미하며 늦게까지 판을 벌리다.
"라자, 진짜 이럴꺼야! 야! 야-!"
이걸 그냥 내보낼까 말까 고민.
7월 16일 월
새벽 네 시 피라미드 홀의 좌선 시간.
화영이 참가자들의 숙소 문 앞을 돌며 잠을 깨우고.
30분전부터 고요한 명상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입구에서
나누어 주는 따뜻한 허브티를 마시며 하나둘씩 입장.
바늘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적.
새벽 네 시면 깨어나 노래를 부른다는 이름모를 새 소리 뿐.
멀리 철도길에서 들리는 새벽 기차 소리.
엄숙하게 좌선에 들어간 샹깃, 뭘 모르는 통에 쉬는 시간도 빼먹고
두 시간 내리 좌선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낮에 군산 경찰서에서 화영에게 전화.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화영도 태연, 어머님도 태연.
"나보다 못한 사람이 가져갔는데 뭘"
캠프 기간내 술담배 금지했더니 왜 이리 더 땡겨-
샹깃, 화영 등과 살금살금 명상원을 빠져 나가
삼봉 계곡에 가서 맥주 몇 병.
별빛, 쉬지 않고 흐르는 물 소리, 이따금 지나가는 외로운 화물차의 검은 소음과
텅 빈 야간 열차의 하얀 불빛,
드물게 보는 아름다운 산중 야경.
샹깃, 용맹정진 캠프가 끝날까봐 두렵다는 말로 캠프의 에너지를 대변.
새벽 프로그램의 조화에 대해서도 각자 의견 개진.
정적인 좌선 두 시간에 이어 혼돈호흡으로 시작하는 격렬한 다이나믹 명상이
에너지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것이 주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얼마 전에 오셨던 검은 캐쥬얼의 주지 스님, 임 모 여사에 대한 샹깃의 존경.
꼭 다시 보고 싶으며 두 분을 만난 건 자신으로선 영광에 속하는 일이라고.
명상원에 좋은 에너지가 모이는 것에 감사하는 분위기-
하더라도 달새는 달만을 생각하고 긍정은 좌우를 개의치 않는다.
다음날을 위해 맥주 딱 두 병을 추스리고
돌아오니 삼봉계곡 하늘에선 점차 사라져 가던 별들이
넓은 창공에 이중 삼중으로 빼곡히 들어 차 있다.
양쪽 산은 검뚜렷히 놓아두고 가운데 걸린 산 한 폭만
안개 속으로 스륵스륵 떠내려 가고 있는 중.
맛있는 비스켓을 조금조금 까먹으며
샹깃과 한 병씩 사이좋게 비우다.
7월17일 화
새 숙박 시설을 위한 건축자재들이 일거에 들이닥치다.
윤 원장이 공사를 총지휘하며 작업에 박차.
대부분이 놀랄 정도의 힘찬 에너지.
용맹정진 선두그룹과 2진으로 나누어지는 모습.
화영, 휴식시간을 이용 참가자들의 개별적인 의견을 청취하는 모습.
라자, 쿤달리니 춤을 추자고 조르더니 마침내 한낮의 식당에서 춤을 추다.
달마홀의 용맹정진 시간.
명상 도중 샹깃, 왠일인지 눈물도 흘리고 콧물도 따로따로.
끝나고도 한참을 앉아 있는데, 화영과 함께 명상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창피했기 때문이었다고.
라자 등 술 찾아 얘기 찾아 들른 손님들과 어울려
낮부터 술판을 벌리다. 일지 담당자가 궁금해 몇 차례 찾아 오신 분도 있는데
만남은 오늘도 불발.
샹깃, 명상 에너지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자평하며
틈을 보아 분위기를 띄우다. 해서
캠프 참가자들 몇 명 윤 원장 등과
찻집에서 막걸리 한잔.
윤 원장, 샹깃과 콤비를 이뤄 활기있게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흐름을 거역할 수 없는 명상원의 행로와 앞날에 대한
윤 원장의 객관적인 판단, 공감을 얻다.
샹깃은 띄어주었다, 밀어 붙였다, 윤 원장은 되받아쳤다, 거침없이 틀었다.
윤 원장-자신에게 좀더 많은 사랑과 나눔의 마음이 넘치기를 진솔하게 토로하고
샹깃의 "토사구팽론" 태클에 대해선
"제발 나나 좀 토사구팽시켜 줘"
푸하하.
웃음 속에 불법 나눔의 시간 자진 해산.
왠수 같은 라자, 암암리에 등장. 참가자 한 분을 깨워
또 다시 막걸리.
참가자 분, 명상원 내의 <고승적 존재>의 필요성이나
외국과 차별화된 명상, 휴양의 이상적인 모습 등등에 대해
의견을 들려주다.
라자 틈틈이 자신의 모국, 파키스탄 소개하느라 바쁘다.
<나눔의 시간> 속편, 반 강제로 해산되다.
7월 18일 수
신축공사장에서 나오는 소음, 용맹정진 캠프에 지장.
샹깃- "오늘은 최악."(어제는 최고라 했었음)
카라 -"조금도 지장받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카라에 동조, 방해받은 걸 자랑처럼
떠들던 샹깃만 약간 무안.
휴양을 취하러 오셨던 부부분이 소음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가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캠프 중 내내 정진하던 권00씨.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서 나머지 휴가 기간에는
친구를 만나야겠다며 퇴원하다.
여기 있다보니 직장이니 처자식 모두 버리고 싶어져서
이러다가 마냥 눌러붙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고.
소음 때문이 아니기를.
쿤달리니 시간에는 오디오가 고장, 샹깃이 끼니마저 잊으며
손을 보아 정상으로 돌려놓다.
재복, 현순 등 용맹 전진 기간 동안 안색과 에너지가 눈에 띄게
밝고 차분해져 그를 두고 한 두마디씩.
현순, 장기 숙박이 끝나면 자원봉사자로 남고 싶다고
7월 19일 목
날이 무척 덥다.
붓다홀에서 시원한 달마홀로 명상홀을 옮기다.
예쁜 이동식 주택 한 채가 들어오다.
샹깃, 새벽부터 뻘뻘 땀을 흘리며 운송작전을 지휘하다.
주택 거주 시기와 절차 문제로 윤 원장은 나름대로 고민에
빠지고, 새 건물 공사, 빠르게 진전을 보이다.
캠프 기간과 겹친 지라 시기를 놓고 약간의 빈축.
7월 캠프 예약율 저조.
용맹정진 캠프 한 참가자의 말.
"처음엔 새벽 네 시에 안 일어나고, 명상 프로그램 빠지면 몽둥이로 두들려 패는 줄 알았어요"
첫날 기상 시간에 화영이 문 앞에서 죽비를 두드리며 깨우는데 자신은 꿈 속에서
화영이 아수라 같은 얼굴을 하고 때리는 꿈을 꾸고 있었다고.
깨어보니 아니라서 얼마나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지 휴우- 깔깔깔.
주방 아줌마, 주방을 제집 안방 넘나들 듯 하는 샹깃에 대해
주방의 독립성 회복을 놓고 강력히 항의 제기.
윤 원장도 동조,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봉사 정신을 발휘하던
샹깃, 열받다. 주방 아줌마와 즉각 시시비비를 가려보는 담판을 벌이기도.
예기치 못했던 손님들의 내방과 무더운 날씨 탓으로
불쾌지수가 높았던 듯.
자의반 타의반으로 새로운 거처에 입주한 화영, 약간 심란한 듯.
화영의 새로운 집에서 조촐한 파티.
7월 20일 금
용맹정진 캠프 종료.
아룬, 카라, 소 아저씨 등이 예상외로 전 코스를 완주.
카라, 건강이 못 따라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며
환희만면(얼굴에 바른 베이비 크림 때문에 더욱 그래 보임),
개근상 비슷한 걸(?) 원하기도.
캠프 참가자들 끼리의 조촐한 나눔의 시간.
백전파들은 가벼운 화제와 농담 위주.
요령파들은
아직은 모르겠다, 오락가락했다, 등 확신이 부족한 발언.
다크 호스 그룹 등은 침묵 내지 질문 공세,
눌러 살기로 작정한 현순은 엔돌핀이 팍팍! 생의 찬미.
몇 분은 7월 캠프, 돌아가는 모양을 보기 위해 하루 더 남기로.
후덥지근한 날씨 중간 소나기.
7월 캠프 참가자들이
남녀노소, 산야신과 비산야신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착하는 와중에
라자 일행 슬며시 돌아가다.
카라, 쫑파티를 적극 주장, 원주 시내로
아룬과 함께 관광 겸 장을 보러가다.
들고 온 장바구니 스케일이 만만치 않다.
고양이 티이를 즐겨 입는 산디야,
못 온다던 민우 등등 낯익은 피라미드 가족들 및
광환이 목메어 기다리던(?) 여학생 정2 등 연이어 명상원에 입성,
카라가 불을 지른 쫑파티의 성격, 규모, 분위기 등을 일거에 쇄신시키다.
저녁 명상 후 모든 식구들이 마침내 찻집에 집결, 판이 벌어지는데
농담과 웃음 속에 서로 재고 재는 미묘한 러브 게임도 추가.
승패는 알 수 없으되
오늘 일은 오늘, 내일 일은 내일이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