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寧越 出身 韓國現代文學의 巨星
金魚水 詩人
김어수(시조)는 평창의 이효석(소설). 춘천의 김유정(소설). 인제의 박인환(시) 등과 함께 현대문학에서 강원도를 대표하는 한국문학의 거성이며 한국문단의 대표하는 큰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승려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이제나저제나 혼탁하기만 한 세속 문단생활에 깊이 발을 적시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그는 시인이기에 앞서 불가(佛家)의 거장으로 불문(佛門)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존경받는 불교지도자였다. 이렇게 종교에 심취해 있는 문인들의 작품세계는 흔히 종교적 색채를 띤 교훈적이거나 구도적(求道的) 성향의 한결같은 작품들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어수의 작품들은 “봄비”, “早春漫情”, “裸木” 등에서는 자연으로부터 느낀 소박한 정을 노래했고, “望北斷情”, “高地의 回憶” 등에서는 분단조국의 슬픔과 북한공산군의 남침에 대한 분노를 되새김해놓았다. 또 다른 작품 “蔚山, 鶴城” 같은 작품에서는 임진왜란을 motif로 한 역사 시로 일본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어쩌면 불자로서 의병을 일으켜 왜병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사명대사를 연상하여 쓴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작품들 통해서 그는 조국을 얼마만큼 아끼고 사랑한 민족시인임을 알 수가 있다.
그의 서정은 “봄비”를 통해서 잘 표출되어있다. 도량이 깊은 수도승도 인간이기에 간혹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연상하고 사모(思慕)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는가보다. 캄캄한 칠흑 밤을 홀로 새우면서 누구의 치맛자락이 스칠 것만 같은 고독을 체험하고 있다. 이 고독은 시인이 가지는 일차적인 정서인데 섬세한 언어의 활달함이 서정성을 한껏 부각하여 상투적 서정을 극복하였다고 하겠다.
누구나 봄비 오는 날이면 뛰쳐나가 한적한 바닷가나 호젓한 산길을 홀로 걸어가며 뼈 속까지 스며들도록 흠뻑 젖어보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봄비”에서도 이러한 시인의 고독과 그리움을 이겨나가려고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김어수는 1909년 1월 4일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 직동리에서 출생하여 13세가 되던 1922년에 부산 범어사로 출가를 하여 승려생활을 하다가, 1930년 일본 경도시 화원중학교를 졸업하고, 1938년 중앙불교전문학교를 마쳤다. 1931년 조선일보에 “弔詩”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전국의 신문 및 잡지에 시조와 수필을 발표하면서 그의 본격적인 문학활동은 시작된다. 1941년부터는 교육계에 몸을 담아 부산과 경남각지에서 중고교 교사와 교감, 교장을 역임하고, 1969년에 다시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상임 포교사직을 맡으면서 불교활동에 전염을 하게된다. 1983년에는 한국현대시조시인협회 창설 초대회장을 맡기도 하였으며, 1985. 1. 7일 선종하였다.
그의 저서로는 시조집에 “回歸線의 꽃구름”, “햇살 쏟아지는 뜨락”, “김어수 시집”이 있고, 수필집으로 “달 안개 피는 언덕길”, “가로수 밑에 부서지는 햇살”이 있으며 불교경전 번역서로 “安樂國 太子經”, “法華經” 등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는 고향에서나 중앙문단에서도 까마득히 잊혀져 가고 있다. 향토문단에서 시급히 재조명해야 할 과제라고 사료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 황성군 치악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 구룡사의 일주문을 지나면 정원에 김어수 시인의 시비가 서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래에 그의 시 몇 수를 소개하면서 김어수 시인도 이효석, 김유정, 박인환처럼 조명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봄비
꽃잎 지는 뜨락
연두빛 하늘이 흐르다
세월처럼 도는 旋律
한결 저녁은 고요로워
그 누구 치맛자락이
스칠 것만 같은 밤
저기 아스름이
방울지는 餘韻마다
뽀얗게 먼 畵幅이
메아리쳐 피는 창가
불현듯 뛰쳐나가서
함뿍 젖고싶은 마음
놀처럼 번지는 마음
그 계절이 하 그리워
벅찬 숨결마다
닮아가는 諦念인가
호젓한 좁은 산길을
홀로 걷고 싶은 마음.
早春漫情
낙낙히 별빛 아래
산과 마주 섰는 마음
천년 낭떠러지
새 하얀 저 그림자
가슴 속 흐르는 강물
쏟아질 것 같으이
설움이 부푸는 밤
꽃망울도 터지다니
메마른 가슴 위에
피 뿜다 지친 침묵
파랗게 서리는 전설
깃폭 아래 펄럭이고
역겨운 역사로고
그래도 해와 달이
멍든 사연마다
사무치는 아픈 恨을
갈갈이 찢어진 가락에
파고드는 외로움.
靜
책장 덮어 두고
찻잔 밀쳐 놓고
선뜻 뜰에 나려
먼 구름을 바라다가
흐르는 낙엽 하나에
내가 나를 도 찾소
노래를 잊자해도
젖어드는 냇물 소리
외로워 거닐어도
산이 앞에 서는 것을
탱자 알 손에 굴리며
번히 보는 저 하늘
심지 돋우면서
벽과 마주 앉았으니
하얀 대화들이
밤이 가도 끝이 없고
해말간 허공 밖으로
트여지는 한줌 빛,
裸木
氷河 쏟는 단층
어둠이 머물러도
속으로 쉬는 숨이
投影마다 뜨거운 밤
求心에 點火된 미소
가는 입김 뿜는가
언덕에 젖은 침묵
時空을 비웃다가
흔들리는 뿌리에도
먼 그날을 돼새기고
아련히 사린 꿈길이
감아 쌓인 그 영토
엇갈린 계절마다
逆光 따라 이는 旋律
벗은 衣裳에도
퍼져 배인 푸른 멋이
氣流를 닮은 가락에
투명한 생명인가.
望北斷情
거뭇한 山河 밖에
실뱀처럼 사린 願이
계절은 푸념 따라
水墨으로 다가서도
天池에 치솟는 햇빛
올해에나 볼것인가
울분스런 激情이사
密雲 보다 높았어도
그리운 忍從으로
녹아 흐른 아픈 숨이
새 아침 첫 새벽에나
폭포마냥 트일까
해를 두고 거듭된 恨
지겨운 溪谷으로
龜裂된 심장에서
파가 말라 잦아져도
오늘도 北을 바라고
合掌하는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