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의 원리
역풍 땐 45도 방향으로 전진… 삼각돛이 사각돛보다 각도 조절 쉬워
요트(세일 요트)는 바람을 거슬러 항해할 수 있다. 순풍이 아니라 역풍을 받을 때 오히려 더 빠르다.
일부 요트는 역풍을 받아 바람보다 빠른 속도로 항해할 수 있다. 비행기 날개에 작용하는 양력(lift)이
요트의 삼각돛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면으로 바람을 받으면 돛만 펄럭일 뿐 배는 전진하지 못한다. 하지만 45도 각도로 바람을 비
껴 맞으면 돛이 아름다운 굴곡을 이루면서 추진력이 생겨난다. 바람이 돛을 스쳐갈 때 생기는 굴곡
의바깥쪽 기압은 안쪽보다 낮아 바람으로부터 90도 방향으로 힘(양력)이 발생한다. 이 양력 중 선체
의 옆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요트의 ‘킬’이 상쇄시켜주기 때문에 배는 앞으로 전진한다.
일단 배가 바람을 거슬러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발생한다. 바람의 속도가 일정하더라도 거슬
러 이동하는 배의 속력이 더해져 돛을 때리는 바람의 상대 속도는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바람이 배
를 움직이고, 움직이는 배의 속력이 바람의 힘을 더 키우는 가속도 운동이 이뤄진다.
요트는 역풍을 받아 ‘풍상(風上)’으로 움직일 때 배가 옆으로 기우는 ‘힐링’ 현상이 생긴다. 킬의 무게
가 균형을 잡아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경주용 요트의 경우는 탑승자들이 몸무게로 중심을
잡기도 한다. 요트가 순풍(뒷바람)을 받아 이동할 때는 힐링 현상이 없고 평온해 배의 체감 속도는
느리게 느껴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서 좌우로 약 45도 이내의 범위는 돛 배가 갈 수 없는 ‘노고존’(No-Go Zone)’
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태킹(tacking)’이라는 항해술이 발명됐다. 태킹은 바람 방향을 기준으로
배의 진로를 비스듬히 위치시킨 뒤 좌우로 진로를 변경해 지그재그로 항해하는 기법이다. 삼각돛과
태킹 기법의 발명 덕분에 바람 방향과 상관없이 모든 방향으로의 항해가 가능해졌다.
요트의 삼각돛은 사각돛에 비해 각도 조절이 쉽고 바람의 양력을 잘 이용할 수 있다. 삼각돛의 기원
은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시아의 섬 지역에서 처음 쓰이다가 아랍 상인을 거쳐 중세 후반
서양에 전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삼각돛이 쓰이기 전까지 서양의 범선은 순풍 방향으로
만 항해할 수 있었다. 서구 열강이 세계의 바다를 구석구석 누빌 수 있었던 데는 나침반, 삼각돛 등
동양의 발명품이 크게 기여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