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밖에 펼쳐둔 우산을 챙기다 또 우산하나가 접혀져 놓인 모습에 어머나!
아이들이 왔다갔나보다. 못 받을 걸로 생각했는데.
"아줌마 우산 아무거나 빌려주셔요. 어떤거라도."
흩뿌리기 시작한 빗방울에 잠시 열어둔 대문을 닫는 내게 누가 말을 걸었다. 종이상자를 펼쳐 머리에 인 한 아이곁에 한명 더.
어? 그래. 여깄다. 아이들이 용기가 좋네...
투덕투덕 용강까지 걸어 집엘 간다는 아이들을 걱정반 응원반 생각하다 잊고있었다.
우산 돌려받고서 여럿에게 이야기한다.
말을 걸어주던 때의 느낌을 마구. 신선했었나, 당돌했던가. 아뭏튼 밝은 미래를 빌어주고 있다는 결론으로 그 기억을 되새겨 오래 남겨두고 싶다.
10년전쯤, 집을 짓고 얼마되지 않은 즈음이었다. 대구에서 조산사 보수교육 중 점심을 먹고 병원 뒷길을 걷고 있었다. 아직 다지고 있는 마당 안으로 예쁘게 핀 봄꽃을 보러 빼꼼 고개를 들이밀었다. 주인아주머니와 마주쳤다. 두런두런 꽃, 집, 화단꾸미는 돌 이야기를 나누다..마당 한켠 돌 10장을 헐값에 차에 실었다.지금 집 마당 디딤돌들이다. 차에 무겁던 기억과 함께 단독 주택의 즐거운 만남들은 자주 쟁여지곤 한다.
우산 에피소드도 함께 기억해야겠다. 며칠 내로 다시 돌을 나눠주던 그 집 찾아 봄꽃 마중을 가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