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종주 제5일(5/12. 한라산). 성판악-한라산-제주시

[시몽]

종주 제5일(5/12). 한라산 등반(성판악-한라산-제주시). 10도.

한라산을 등반하는 날.

아침 5시에 기상하여 제주시에서 6시에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내렸다. 휴게소 식당에 들어가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각자 산행 중 점심에 먹을 김밥 2줄과 초코렛을 샀다.

어제 안면을 익혀둔 식당 주인 김정애씨(화백 막둥이와 이름이 같네^^)가 가다가 먹으라고 감귤 초코렛과 백년초

초코렛을 한 웅큼 싸준다. 그 뿐이 아니라 매표소까지 동행하더니 "우리 선생님들 좀 넣어주세요." 이 말 한 마디에

우리는 무사 통과다. 제주도에 와서 또 하나의 인연이 맺어졌다.

07:15에 산행을 시작한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 호젓한 등산로에는 3인방만 오르고 있다. 산 새가 지저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우리는 배낭이 가벼워 발걸음이 날아갈 듯하다. 무거운 짐은 제주시 숙소에 남겨두고 점심과 간식,

물 3병만 들었으니 가벼울 수 밖에.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있다. 한라산은 돌이 많은데 나무로 데크를 만들어 그 위를 걷기가 편하게 만들었다.

오를수록 식물 분포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조릿대 군락지가 나타나는가 하면 만병초 군락지도 나온다. 한라산은

식수가 귀한 산인데 사라악 약수터에는 시원한 약수가 펑펑 쏟아지고 있다. 한 모금 마시면 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며

갈증이 싹 가신다.

조용하던 등산로가 광양에서 단체 산행을 온 아주머니들 약 100여명으로 갑자기 시끌시끌 해지기 시작한다.

온 통 한라산이 전라도 사투리로 뒤덮인다.

09:55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전에 이화산우회가 이곳까지 올랐다가 악천후로 되돌아 갔던 지점이다.

오늘은 바람 한 점 없고 진달래가 만발해 있다. 가끔 구름이 스쳐 지나간다. 커피를 한 잔 사들고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도보 국토종주를 알고 모여들어 격려해 주는 바람에 한동안 얘기꽃이

피기도 했다.

진달래밭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가파르지만 시야가 트이고 진달래 군락지가 나타난다.

이곳의 진달래는 아직 만개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변이 불그스레 하다. 

 11:30. 드디어 정상. 백록담에 도착하엿다. 백록담은 빗물이 고인 연못인데 오늘은 지난주 내린 폭우로 물이 제법

많았다. 가끔씩 노루가 와서 물을 먹고 간다고 한다. 안개가 몰려 왔다가 바람에 싹 씻겨지기도 하며 조화를 부린다.

우리는 백록담을 볼 수 있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 2001년도 백두산 종주에서도 날씨가 좋아  천지를 봤었지.

한라산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첫 한라산은 20대 대학시절 수학여행 와서 올랐는데, 그때 과 인원 20명은 빈 몸으로

오르고 나는 왜 그랬는지 20명 분의 점심 도시락을 혼자서 배낭에 짊어지고 오르며 몹씨 힘들어 했다. 덕분에 

지도교수의 눈도장을 받아 민법을 A학점 받았다는 사실(ㅎㅎ).

그리고 30대 때 등산모임인 흰돌모임에서 두 차례 올랐고 이번이 네 번째다. 물론 코스는 매번 달랐었다.

분화구 벽의 하얀 부분은 아직까지 녹지않고 있는 눈이다.

정상에서 용진각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아주 급하다. 백록담 분화구 외벽을 볼 수 있고 용진각 아래 계곡에선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삼각봉을 지나 한 참을 내려가니 탐라계곡이 나타난다. 탐라계곡은 지리산의 칠선계곡,

설악산의 천불동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힌다. 그런데 탐라계곡은 제주도 지질의 특성상 평소엔 물이

거의 없다.

관음사에 내려오니 16:00. 오늘 산행의 끝이다. 다른 산행팀들은 모두 관광버스에 나눠타고 내려간다.

그러나 도보여행 중인 우리 3인방은 갓길도 없이 위험한 찻길 장장 10km를 두 시간 넘게 더 걸어야 했다. 

어제 묵었던 숙소에 돌아오니 18:40. 심신이 피로하다.

발가락에 물집이 한 군데 더 생겼다. 뜨거운 목욕으로 피로를 풀며 내일 제주도를 떠날 준비를 한다.

걸은 거리 : 산행 18.3km, 8시간 40분. 관음사에서 제주시까지 10km, 2시간 20분.

총 28.3km, 11시간.

[시몽]

(김형두)오늘 한라산 산행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못 올리는 이 안타까움. 제주시 PC방은 디카 사진 인식을 못하네요. 06.05.13 00:35

[시몽]

(신현식)아! PC에서 카메라 메모리 인식이 안되는 군요. 내일은 좋은 사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I would have expected for your nice picture! 06.05.13 00:50

[시몽]

(만보)볼수록 가슴 뭉쿨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무사히 마치는 국토종주~ 그날을 위해 만보, 두손 모아 새벽의 아침에 기도합니다. 06.05.13 05:09

[시몽]

(완주)날이 갈수록 걷는거리가 길어 지는 건가요? 정말 힘든거 잘 하고 계십니다. 대단하시단 야기 안 할수가 없네요. 매일 매일 뒤 따라 가 봅니다. 힘 내시고. 06.05.13 08:10

[시몽]

(조설모딸)사진이 빠져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하루 종주일정 글로 남겨 주시는것만도 감사합니다. 06.05.13 08:13

[시몽]

(장화백)여기 저기 정주고, 정뿌리고 다니면서 힘은 드셔도 나와의 싸움과 인내를 감내하며 넘 멋져요. 사진은 save 한걸로 하고 나중에 볼께요.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셔요. 06.05.13 09:07

[시몽]

(나그네)땅끝! 이제 육지에서의 첫걸음을 시작하는 날이 기대됩니다. 계속 건강유지하시기를... 그리고 사진 궁굼.. 06.05.13 12:07

[시몽]

(whitekimkj)푸근한 인정 아름다운 경치. 아름다운 동행.그리고 우정 힘은 드시겠지만 모두 모두 좋아요 06.05.14 16:39

[시몽]

(김용우)11시간이나 걸으시고 힘드실텐데... 그와중에 종주기를 쓰시기까지... 저는 마치 대하드라마 한편씩 보는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일은 어떤 글과 사진이.. 있을까 하는.. 힘내시기 바라구요. 근데 백록담 뒤편 비탈 중간에 보이는 하얗고 길죽한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06.05.14 23:08 답글 삭제

[시몽]

(김형두)백록담 분화구 벽의 하얀 부분은 겨울 눈이지. 백두산에서도 7월에 눈이 남아있던데. 07.12.30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