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take out) 유감
최성길
테이크아웃(take out)이란, 가게에서 산 음식을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가지고 나가서 먹는 음식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커피에서부터 이 용어가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1999년 신촌 번화가에 문을 연 스타벅스가 효시라는 설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테이크어웨이(take away)라고도 한다.
테이크아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20년 만인 2019년 이후 갑자기 폭발적인 유행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때문이지 싶다. 가게 안에서 커피를 즐기던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운 나머지 테이크아웃을 선호하게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즈음 거리마다 커피숍이 넘쳐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인구 대비 커피숍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가 되었다. 크고 비싸고 어리어리한 곳도 있지만, 자투리땅에 커피 내리는 기계를 설치할 공간만 있으면 들어서는 커피숍도 있다. 이름하여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앉아서 커피를 마실 공간은 없고, 팔기만 하는 가게다. 굳이 그 자리에서 마시고 가야 할 사람들을 위해 길가에 의자를 서너 개 놓아두기도 한다. 이런 가게는 아주 멀리서 봐도 금방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테이크아웃이란 글자를 큼직하게 써 붙여놓고 있다. 고객 배려 차원이다.
커피 가게에서 시작된 테이크아웃이 커피 가게에만 머무르지 않고 음식 가게를 비롯해서 심지어는 약국에까지 확산되는 바람에 사전 준비가 덜 된 곳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기까지 했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감염이 두려워 허구한 날 집콕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외출해야 할 일이 생겼다. 마스크도 착용하고, 손 소독제까지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왠지 집을 나설 때부터 속이 더부룩했다. 내키지 않은 외출 때문이었을까? 괜찮아지겠거니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마침, 약국이 보이기에 문을 밀고 들어갔다.
흰 가운을 입은 젊은 약사 선생님이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속이 더부룩하다고 했더니, 병에 든 약을 내놓는다. 약값을 치르고, 병마개를 따서 마시려는데, 갑자기 손사래를 치며 밖으로 나가 먹으라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약병을 들고 엉거주춤 떠밀리다시피 약국 밖으로 쫓겨나왔다.
기분이 나빴다. 마음 같아서는 약병을 집어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계산도 이미 끝냈고, 약병 마개까지 따고 난 터여서 참긴 했지만, 그 일로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라도 알아야 마음을 달랠 수가 있겠는데,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노약사(老藥師) 선생님 한 분을 우연히 만났기로 그날 그 약방에서 기분 나빴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그분이 해주신 말씀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약사는 코로나19 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고, 약국은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그러니 약국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게다가 노인이 최고 위험군(危險群)이니까 노인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약국 안은 위험하니 밖에 나가서 먹으라고 한 것이고, 큰 소리로 말한 것은, 노인들은 귀가 어두워 잘못 알아들으니 크게 말한 것 아니겠는가 싶다며 좋게 생각하고 마음을 풀라고 하는 것이었다.
노 약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딴은 그랬다. 그래도 그렇지, 고객 배려 차원이라면, 예의 커피숍처럼 '테이크아웃'이란 글귀라도 써 붙여놓았더라면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한편으로, 나를 위한 배려를 감사하기는커녕 약병을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화가 났던 일을 생각하면 어른답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쑥스럽기까지 했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그 노 약사 선생님 덕분에 그때 그 나빴던 기억은 사라졌지만, '테이크아웃'이란 글귀 하나 써 붙여놓으면 그만 일 일을, 지금도 노인 고객들에게 일일이 큰소리로 나가서 먹으라며 소리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젊은 약사 선생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내가 웃었더니 멋모르는 그 노 약사 선생님도 따라 웃는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 그 노 약사 선생님은 왜 웃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이따금 그때 그 일이 생각날 때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